"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길 새로운길" 연세대 윤동주기념관
청운동에 윤동주문학관이 있지만, 작품에 소유자가 있다 보니 촬영은 금지 그저 눈으로만 봐야 한다. 2019년에 포스팅을 하면서 무지 아쉬웠는데, 2023년에 그 한(?)을 풀었다. 문학관이 아니라 윤동주기념관이 연세대학교 핀슨관에 있다는 첩보(?)를 접수하고 바로 떠났다.
대학 캠퍼스는 오랜만이다. 윤동주기념관이 아니라면 딱히 올 일이 없기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겁나 어색하다. 참 11월이 아니라, 10월의 어느 날에 갔다는 거, 안 비밀이다.
윤동주 문학동산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오래된 건물이 나타난다. 핀슨관이자 윤동주기념관이다. 이곳은 시인 윤동주의 삶과 문학을 추념하는 공간으로,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시절 핀슨관 기숙사에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건물 복원과 재해석 과정을 거쳐 2020년 윤동주기념관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핀슨관은 1922년 완공된 대학고딕양식의 건물로, 연희전문학교 기숙사로 사용됐다. 후원자인 남감리교회 핀슨 박사를 기념해 핀슨관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핀슨관은 현존하는 연희전문 시절 건축물 중 스팀스관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건물이다 .
1층은 윤동주의 이름으로 축적된 유산을 아카이브로 보존하고 정리한다는 개념에서 서랍형 전시로 꾸며져 있다. 서시, 별똥 떨어진 데, 소년, 새로운 길, 자화상, 별 헤는 밤, 종시, 길, 창, 흐르는 거리 등 그의 작품 제목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서시관은 유품이 전시되어 있고, 별똥 떨어진 데관은 그의 시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소년관은 그의 어린 시절 모습을, 새로운 길관은 연희전문학교 입학 시절을, 자화상관은 그와 함께했던 인물(벗)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별헤는 밤관은 소장도서와 유필원고가, 종시관은 일본유학 시절과 장례식에 대한 사진과 글이 전시되어 있다.
1941년 연희전문학교 졸업사진이다. 졸업 후 일본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해방도 못보고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허망하게 떠나지 않았을 거다.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명동소학교를 졸업하고 1938년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했다. 송몽규, 강처중과 핀슨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했으며, 1941년 6월 연희전문 문과대 교지 문우에 시 '새로운 길'과 '우물속의 자상화'를 발표했다.
그해 12월 학교를 졸업하고, 다음해 1월 일본 유학을 위해 연희전문에 히라누라로 창씨개명한 이름을 제출한다. 4월에 동경 릿교대학 문학부 영문과에 입학, 10월에 교토 도시샤대학 영문과에 편입을 했다.
1943년 7월 14일 하숙집에서 검거되어 한글로 쓴 원고를 압수당하고, 12월 송몽규, 고희옥과 함께 검찰국에 송국된다. 1944년 2월 송몽규와 함께 기소되어, 3월 치안유지법 제5조 위반 독립운동죄로 징역 2년형에 언도받는다. 그리고 다음해 2월 16일 우리는 그의 작품을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된다.
길관은 윤동주의 시 길, 참회록, 서시, 자화상 등에서 영감을 받은 영상설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다. 영상에 사용된 사운드는 그의 유족이 중국 용정에 있는 시인의 생가, 학교, 무덤에서 직접 녹음해 준, 용정의 풀, 벌레, 바람, 비, 학교 종소리이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음니다. 어쩐지 그 사니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니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은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한적한 동네 어느 돌담벼락 앞에서 서성이는 긴 그림자와 마주한다. 책을 읽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는 그림자,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영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한 남자는 시인 윤동주일 거다. 실제의 모습도 아니고 영상 속 그림자인데 보는 순간 울컥했다.
윤동주가 연희전문학원에 다니던 시절 기숙사를 재현한 공간이다. 귀향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침대 옆 지도 아래에 있는 차표 한 장이 놓여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기숙사는 꽤 넓고 화려한던데, 그당시 기숙사는 아늑보다는 좁고 답답한 느낌이다. 그래서 첫인상은 감옥인 줄 알았다.
2층의 윤동주 라이브러리는 윤동주와 관련된 국내외의 모든 자료가 모이는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시집 및 관련도서, 연구논문, 자료집은 물론,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장르와 영역으로 확장된 윤동주 관련 문화 산물을 축적해 놓았다.
현재 윤동주가 지냈던 기숙사 방은 1층에 있지만, 원래는 3층 다락방과 2층 기숙방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핀슨관은 1944년까지 기숙사로 사용되었으며, 1층은 2인 1실, 2층과 2층은 오픈형 혹은 개실형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다.
시인 윤동주의 가족관계증명서는 2022년 7월 국가보훈처가 직계가족이 없어 무호적 상태였던 독립유공자에게 국내에 본적을 등록하면서 총 2부가 발급되었다. 이중 1부는 유가족이 받아 기념관에 기증했고, 나머지 1부는 현재 독립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3층 천장에 신의주가 찍힌 판자가 있는데, 압록강 하구에서 가져온 목재라고 한다.
시인 윤동주는 역사의 비극 속에서 124편의 시와 산문, 한 권의 스크랩북 그리고 소장도서 42권을 남기고 만 2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손수 다듬고 정서한 육필원고는 201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가족들은 윤동주의 유해를 고향으로 옮겨와 3월 6일 용정동산의 중앙교회 묘지에 안장했다. 그리고 6월 14일 "시인윤동주지묘"를 새긴 비석을 무덤 앞에 세워 그를 시인으로 추모했다고 한다. 스산한 가을 그의 시가 가슴을 에인다.
2019.03.01 - 윤동주문학관 & 시인의 언덕 말없이 그저 조용히
https://booking.naver.com/booking/6/bizes/395820
윤동주기념관은 사전 예약을 해야만 방문이 가능하다. 해설없는 관람보다는 해설제공으로 예약하면 놓치는 부분없이 제대로 관람을 할 수 있다. 관람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서 둘러봐도 되고, 관람 후 더 머물려도 된다. 그리고 아카이브에 있는 서랍장은 총 252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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