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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시리즈 - 윤동주문학관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한편의 시를 읽는다. 제목 오줌쏘개디도. 작자 윤동주. 요에다 그린 디도 / 지난밤에 내동생 / 오줌쏴 그린디도 // 꿈에가본 어머님게신 / 별나라 디도ㄴ가, / 돈 벌러간 아바지게신 / 만주땅 디도ㄴ가, 3·1절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윤동주문학관이다.


청운동에 있는 윤동주문학관은 생가는 아니다. 왜냐하면 시인 윤동주는 중국 길림성 화룡헌 명동촌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그 곳에서 독립운동 혐의로 검거 후 후쿠오카형무소에서 28세의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렇다면 이곳과 윤동주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문우 정병욱과 함께 하숙생활을 했다. 당시 그는 종종 이곳 인왕산에 올라 시정을 다듬었고, 이때 별헤는 밤, 자화상 그리고 또다른 고향 등 대표작들을 이 시기에 썼다고 한다. 원래는 버려졌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였는데, 2012년 윤동주문학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입장료는 없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문학관은 총 3개의 전시실로 되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그의 친밀 원고와 사진을 볼 수 있는 제1전시실은 사진은 물론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없다. 작품마다 소유자가 있어서 그런거라고 하는데, 그저 눈으로만 봐야한다니 매우 아쉬웠다. 카메라는 잠시 접어두고, 오른쪽 공간(1전시실)으로 들어갔다. 


요건 사진 촬영이 가능해~

제1전시실은 이렇게(오른쪽) 되어 있다. 왼편 유리 속에는 윤동주의 친밀 원고 및 시대별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위는 작가 본인의 필체로 만든 폰트로 그의 작품이 나와 있다. 이런날, 서시, 쉽게 씌어진 시, 새로운 길 등이다. 오른편에는 윤동주가 즐겨보던 책들의 표지가 전시되어 있다. 그가 애착을 가졌던 시집으로는 백석시집, 정지용 시집, 영랑시집, 올해명시 선집이라고 한다. (어떤 곳인지 느낌만 전달하기 위해서일뿐, 다른 의도는 없으며 블러 처리까지 했다.)


소장본이 있던 곳 끝에는 커다란 검은색 철문이 있다. 제2전시실로 가려면 그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뭥미? 휑한 건물만 있을뿐, 아무것도 없다. 아니다. 아래로 내려갈 수 있으며, 거기에도 철문이 있다. 이번에는 제3전시실로 들어가는 문이다. 영상자료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문을 열었는데, 암흑이다. 희미하게나마 빛이 들어오고, 영상을 볼 수 있는 의자가 몇개 있는데 동굴트라우마가 다시 도졌다. 영상을 보고 싶은 맘은 싹 사라지고,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흐른다. 이러다 죽을 거 같아서 서둘러 문을 닫았다. 

나중에 팜플렛을 보니, 제3전시실의 또다른 이름은 닫힌 우물로 용도 폐기된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 만들었다고 한다. 침묵하고 사색하는 공간으로 조성됐으며, 시인의 일생과 시세계를 담은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는데, 내눈에는 감옥같았다. 


포기하고 다시 올라가는 중, 하늘을 보니 참 파랗다. 그러다 문뜩, 제2전시실은 아무것도 없는게 아니라 이 공간자체가 전시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답은 역시나 팜플렛에서 찾았다. 닫힌 우물과 달리 여기는 열린우물로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모티프를 얻어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해 중정(中庭)을 만들었다고 한다. 물탱크에 저장되었던 물의 흔적이 벽체에 그대로 남아있어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퇴적을 느끼게 해준다는데, 하늘만 열렸을뿐 막힌 공간이라 답답했다.


자화상(自畵像)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어가선 /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저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펄치고 / 파아란 하늘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28세, 그의 짧은 생이 그저 안타깝고 아쉽고 화가날 뿐이다. 


문학관 안에는 화장실이 없다. 가고 싶다면, 10미터쯤 떨어져 있을까? 공중화장실이 있고, 관리가 무지 잘되어 있으니 맘 편히 사용해도 된다. 사람이 있을때는 자동적으로 음악이 흘러나온다. 촉촉하게 시인의 감성에 빠졌으니, 시인의 언덕으로 올라가야겠다. 입간판이 있는 곳에 계단이 있고, 올라가면 된다.


별뜨락이라는 카페

보기와 다르게 그리 험난하지 않다.

저 멀리 보이는 형체는 한양도성 성곽이다. 그러보니, 여기가 서울 한양도성길 제4코스에 해당되는 인왕산길이다. 이왕 왔으니, 산길을 따라 걸어볼까나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했지만, 원래 계획대로 하기로 했다. 3년 아니 5년 전부터 가려고 맘만 먹었는데, 올해는 실행으로... 글쎄 잘 모르겠다.


시인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중

하늘이 예뻐서

여기인가 했는데, 아니다. 공연장같은데, 동네 주민이 아니니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공연장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저렇게 커다란 돌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라고 나와 있으니깐. 


언덕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구름과 별(낮이라서 아쉽다)이 좋기만 하다.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 육첨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한양도성길 인왕산 코스는 아직은 무리일 듯 싶다. 체력보다는 새순이 돋아나는 봄이 아니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언덕을 내려와 통인동으로 향했다.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을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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