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항동철길 옆 푸른수목원

봄에 한번 그리고 가을에 한번 가는 곳으로, 봄이 왔으니 아니 갈 수 없다. 봄바람이 매섭지만 오랜만에 만난 쾌청한 푸른하늘을 그냥 두기에 너무 아깝다. 과감히 점심밥을 포기하고, 항동으로 향했다. 서울 봄나들이의 시작은 항동철길과 푸른수목원이다.

 

봄은 왔건만, 미세먼지라는 몹쓸 녀석땜에 봄은 봄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오늘의 미세먼지 지수를 본다. 좋음을 넘어 겁나 무지 아주 좋다고 나왔다. 서둘러 일어나 창문 밖을 바라보니, 미세먼지 하나 없는 백만불짜리 하늘이다. 최근에 식구로 맞이한 럭셔리 똑딱이(소니rx100mk6)를 테스트도 할 겸, 점심밥을 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지하철 7호선 천왕역 3번 출구로 나와 100미터 정도 직진을 하니, 철길 건널목 신호기가 보인다. 

 

기찻길 옆 오막살익 아니라, 기찻길 옆 빌라다. 고즈넉한 철길은 좀 더 가야 나오므로,  성큼성큼 지나가려고 하는데 순간 얼음이 됐다. 커다란 쇳덩어리 아래 아주 작은 꽃이 방긋 웃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불러주고 싶은데, 몰라서 죄송함다.' 혹시라도 밟을까 봐, 느리게 천천히 걸어갔다.

 

서서히 빌라(아파트)가 사라지고, 온전한 철길만 남는다. 항동철길의 매력은 이제부터다. 미세먼지 없는 날이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아이들이 기찻길에 모여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르~ 까르르~ 연신 함박웃음이다. 지나가는 어른들은 잠시 멈춰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오류동에서 부천시 옥길동까지 4.5km의 철길로, 예전에는 비료와 같은 화물기차가 다녔다. 지금은 기차 대신 사람이 다니는 철길인 줄 알았는데, 열차 운행 재개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게 뭐지 싶어 기사 검색을 하니, 자주는 아니지만 군용 열차가 다니던 철로였다.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SH공사가 비용을 보전해줘서 철로 대신 육로를 이용했다. 해당 구청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 하나, 국방부는 폐선이나 운행 중단을 연장하자는 구로구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철길보다 육로가 2~3배 비용이 비싸서 그렇다는데, 단지 비용 때문이라면 내가 낸 세금이 여기에 사용됐으면 좋겠다. 이거 국민청원이라도 해야 하나? 

 

늘 같은 고민을 한다. 철길을  더 걸을까? 푸른수목원으로 들어갈까?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은 불안함에  철길을 선택했다.

 

항동철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인증사진을 참 많이도 찍던데, 개인소장용으로 셀카 몇 장 찍어봤다. 역시나 셀카 참 못 찍는 1인이다. 다시 철길을 걷는다.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데, 자꾸만 뒤를 쳐다보게 된다. 왜냐하면 이런 풍경을 놓칠 수 없으니깐. 미세먼지 없는 파란하늘, 참 오랜만이다. 건널목이 나오고, 철길을 다시 이어지지만 여기서 멈춰야 한다. 푸른수목원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에 왔을 때, 수풀이 우거진 철길(오른쪽 사진)이었는데 운행 재개를 위해 작업을 했나 보다. 이거 더 불안해진다. 

 

무농약, 무학학비료, 무쓰레기 배출을 하는 푸른수목원 
잔디광장에는 멋들어진 수양버들이 있다
저수지가 있는 수목원은 처음이지.

오호~ 이래서 망원 망원 하나보다. 24-70 표준줌렌즈로는 담을 수 없는데, 24-200 럭셔리 똑딱이는 가뿐히 해냈다. 까치발은 절대 하지 않았으며, 그저 하늘을 향해 앞으로 나란히만 했다.

 

정말 뱀이 나오면 어떡하지?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아기자기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개나리만 보면 자동적으로 흥얼거리게 된다.

 

부제: 망원의 능력은 놀라워라. 매화를 이렇게 생생하게 잘 담아냈으니, 앞으로 꽃 사진은 럭셔리 똑딱이와 함께 해야겠다. 멀리서 봤을 때는 휑했는데, 당겨서 보니 매화의 아름다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개나리에 매화 그리고 산수유까지 봤으니, 이제는 벚꽃이다. 4월 5일 즉, 서울은 오늘부터 벚꽃 개화시기다. 벚꽃 따라 여기저기 주말 내내 다녀야겠다.

 

사실 봄나들이가 맞긴 한데, 바람이 너무 차다. 이럴 때 안성탕면이 아니라 안성맞춤인 곳이 있다. 푸른수목원에는 숲교육센터라고 온실이 있다. 푸른수목원의 개장시간은 5시~22시까지지만,  온실은 11월~3월은 9시~17시, 4월~10월은 9시~18시까지다. 

 

들어오자마자, 따뜻함을 넘어 피톤치드가 넘쳐나는 사우나에 온 듯하다. 밖은 겨울같은 봄이라면, 안은 여름같은 봄이다. 

 

애기냉이꽃(알리숨)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하니, impatiens(봉선화속)이라고 나온다. 
오스테오스퍼멈 (아프리칸 데이지)
오스테오스퍼멈 (아프리칸 데이지)

온실답게 실외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꽃과 나무 그리고 선인장이 많다. 서서히 덥기 시작했지만, 피톤치드 사우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름에는 진짜 못 들어올 거 같으니, 지금 실컷 봐둬야하기 때문이다.

 

사우나에 안구정화까지 아이비로 안구 클렌징 중이다.
유일하게 이건 뭐지 하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로즈마리'

항동철길과 푸른수목원은 갈 때마다 늘 만족을 주는 곳이다. 기찻길의 멋과 낭만에 이어 뱀이 나올까 살짝 무섭긴 하지만 푸르름이 살아 있는 수목원까지 점심밥을 포기하기 정말 잘한 거 같다. 럭셔리 똑딱이의 망원 테스트도 끝냈으니, 벚꽃 구경하러 가야겠다.

 

 

▣ 이전방문기

항동철길 옆 푸른수목원 어느 멋진 가을날

봄에 다시 만난 항동기찻길 & 푸른수목원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