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여성 문 밖을 나서다 "일하는 여성들" 서울역사박물관
조선시대에는 신분에 따라 여성의 바깥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고, 밖으로 나갈 때는 얼굴을 장옷으로 가려야 했다. 자유보다는 억압된 삶을 강요했던 시대였음에도, 일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그녀들을 만나러 서울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다른 국공립 박물관에 비해 서울역사박물관을 자주 찾은 이유는 보고 싶은 전시회를 하기 때문이다. 기획력이 좋다고 해야 할까? 서울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기획전시를 하고 있다.
한양여성 문밖을 나서다는 내명부의 수장인 왕비부터 해민서 의녀 등 다양한 신분 계층의 여성들이 도성 안팎에서 생활을 했다. 사회가 강요하는 유교적 여성관에 매몰되지 않고,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종교활동과 가계 살림에 보탬이 되는 상업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다. 조선시대 전 신분 계층을 망라한 여성들의 일과 삶을 담아냈다.
규문수지여행지도는 인현왕후가 폐위된 후 만든 일종의 놀이판이다. 어셩이 지켜야 할 행동과 본받을만한 여성 등이 쓰여 있는데,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로 여성 중 가장 성인인 태임에 도착하면 이기는 게임이다.
주사위를 굴려 악덕은 피하고 미덕을 쌓아가야 하는데, 2년간 묶은 머리를 풀지 않고 정절을 지킨 인물, 죽은 남편을 두고 재혼하지 않으려 스스로 귀와 코를 자른 인물,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남편을 구한 인물 등등 그때는 미덕일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올시다.
한양에는 여성들이 운영하는 시전인 여인전들이 있었다. 여인전에는 과일을 파는 우전, 채소와 나물을 파는 채소전, 침과 바늘을 파는 침차전, 분과 연지를 파는 분전, 족두리와 패물을 파는 족두리전, 어물 등의 반찬을 파는 좌반전 등이 있었다. 여인전은 규모가 작고 영세해 국역을 부담하지 않는 무푼전이었지만, 그곳의 상인들은 각 관청의 잡역에 동원되거나 각종 물건을 바쳐야 했다.
조선시대 여성들은 화장을 할 때, 분, 연지, 눈썹먹을 사용했다. 분은 쌀과 기장, 분꽃씨 등으로 만들었고, 연지는 홍화를 사용했다. 한양은 분전이라고 가게가 있었지만, 지방은 방물장수(분전을 방물전이라 불렀음)가 오가며 물건을 팔았다.
의녀는 태종 때 여성을 진료하기 위해 생겨난 직업이다. 의녀는 여성을 대상으로 진맥과 시침을 했고, 처방은 의원이 맡았다. 이외에도 여성관련 범죄 수사나 궁중 행사에도 동원됐으며, 악기와 춤을 익혀 기녀로 일하기도 했다.
동인경은 몸의 혈을 찾아 침을 놓고 뜸을 뜨는 방법을 정리한 것으로, 조선시대 전의감에서 실시한 의과시험과목 중 하나였다. 의녀의 업무는 맥을 짚는 맥의녀, 침을 놓는 침의녀 그리고 약을 다리는 약의녀이며, 한양 관아와 충청, 경상, 전라 감영의 어린 관비 중에서 의녀를 선발했다.
임진왜란 이전에는 3년에 한 번씩 지방 관비 중 기녀를 뽑았다. 이후에는 남자에게 악기를 맡기게 되면서 기녀를 올리는 제도가 사라졌지만, 인조대에 궁중행사에 기녀가 필요해 내의원과 혜민서 의녀 그리고 상의원에서 바느질하는 침선비가 기녀의 역할을 대신했다.
궁녀는 궁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내명부 품계를 받은 여관과 그렇지 않은 여종으로 구분된다. 여관은 상궁과 나인이 있으며, 여종은 여관 밑에서 그들을 돕는 하인인 비자, 방자, 무수리 등이 있었다. 궁녀는 나이가 들어 일을 할 수 없거나 모시던 상전이 죽게 되면 궁에서 나올 수 있었다.
여관은 궁궐 안 대전, 세자궁, 대비전 등과 궁궐 밖 별궁에 소속되어 육아, 바늘질, 자수, 요리, 세탁 등 가사 업무와 재산 관리, 행사 운영 등을 맡았다. 지밀 궁녀는 12시간 3교대, 그외 궁녀는 8시간 격일 근무를 했다.
왕비의 친잠례는 조선시대 8번에 걸쳐 궁궐 안에서 행해졌다. 친잠례에서 왕비는 양잠의 신인 서릉씨에게 제사를 지낸 후 뽕잎을 따 누에에게 먹었으며, 이후 누에에게 뽑은 실로 제복을 지어 왕이 이를 입고 제사를 지냈다.
욍비가 주체가 되는 거의 유일한 침잔례에는 백성들이 길쌈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여성으로 지녀야 할 덕목을 깨닫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있다.
왕비는 갈고리로 뽕나무 가지를 당겨 뽕잎 5개를 땄으며, 비빈은 7개, 내외명부는 9개를 땄다. 뽕잎은 칠하지 않은 광주리에 넣어 누에를 먹이는데 쓰였다.
조선은 유교국가를 표방하기 위해 한양 도성 안 승려의 출입과 무녀의 거주를 법적으로 금지했으며, 여성이 사찰에 가는 것도 금했다. 그러나 도성 안에는 많은 사찰이 있었고, 일부 비구니 사찰에는 왕실 여성들이 계속 출가를 했다.
경국대전은 성종 대 편찬된 법전으로, 여성의 사찰 출입 및 산과 계곡으로 놀러다니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승려와 무당의 도성 출입 역시 금지했다.
한양 무녀들은 무적에 등재되어 무세를 부담했다. 이와 함께 한양에 사는 가난한 백성들의 구제와 치료를 맡은 관서인 활인서에 소속되어 병자들을 돌봤다. 활인서 주변에는 공동묘지나 사형장 등이 위치했는데, 이 근처에 무녀들이 모여 살며 죽은 혼령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천도굿을 등을 지냈다.
서울굿 중 서대문 밖에서 주로 행해진 굿거리 절차를 그림과 함께 설명한 것이다. 무관과 관련된 신을 모시는 장면을 그린 장군거리에서는 무녀는 무복인 청철락을 입고 언월도와 삼지창을 들고 있다.
18세기 한양에는 약 3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그중 절반은 여성이었다. 바깥 외출이 쉽지 않았던 시대였지만,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일하며 조선의 수도 한양을 지탱하고 움직이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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