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땅! 김치는 우리가 종주국!! 뮤지엄김치간
대한민국은 김치의 종주국이니 김치박물관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다. 있을 줄 알았다면서, 왜 찾지 않았을까? 나름 박물관을 좋아한다면서, 너무 늦게 왔다. 김치의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을 담고 있는 뮤지엄김치간이다.
인사동이 처음도 아닌데, 뮤지엄김치간(김치박물관)이 여기에 있는지 전혀 몰랐다. 살짝 안쪽에 있기는 하나, 그래도 지나다니면서 한 번쯤 봤을 텐데, 마루아트센터도 낯설고 4, 5, 6층에 있는 박물관은 더더욱 낯설다.
국립이 아니라서 살짝 느낌이 왔는데, 입장료가 있다. 성인은 5,000원, 비싸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대신 무슨 체험이 있냐고 물어보니, 김치 만들기 체험은 있는데 그건 3만 원이라고 직원이 알려줬다. 체험을 하고 싶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도 놓치지 않고 알려줬다.
뮤지엄김치간은 한국 최초의 김치 박물관으로 1966년 중구 필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1987년 풀무원이 인수했고, 강남 한국무역센터로 갔다가, 2015년 인사동에서 뮤지엄김치간으로 재개관을 했다.
삼국시대는 짠지와 장아찌 형태의 김치류, 고려시대는 물김치, 양념김치 등 독자적 형태로 분화, 조선초기는 젓갈을 사용한 섞박지가 탄생했는데 젓갈이 귀해서 대중화는 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중기 드디어 우리에게 익숙한 빨간 김치가 탄생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 고추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조선후기 이후, 김치의 최고봉 통배추김치와 쌈김치가 등장했다. 결구형 반결구종 배추의 육종이 성공(18050~1860년 경으로 추정)해, 이 배춧잎 사이사이에 김치 양념소를 채워 넣은 현재의 통배추 김치가 완성됐다.
그리고 아삭한 식감의 시원한 맛이 일품인 열무얼갈이김치는 무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열무와 얼갈이에 오이도 있는 듯.
확독은 남부지장에서 고추, 마늘, 생강 등의 김치양념(김칫소)을 만들거나 곡식을 가는 데 사용했다. 강판은 생강이나 무, 과일 따위를 즙을 낼 때 쓰는 기구로, 대개 사기나 양은으로 만들었다. 한쪽 바닥이 몹시 거칠거나 잔 톱니가 잘 갈리게 되어 있다.
한식처럼 곡물의 주식으로 하는 식문화에서는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밥의 소화를 돕는 염분이 꼭 필요하다. 김치는 절인채소에 소금과 고춧가루, 마늘 등의 양념 등을 버무려 놓았기에 된장을 짠맛을 낼 뿐 아니라, 고추장의 매운맛까지 낸다. 또한 김칫국물은 간장 대신에 음식의 간을 맞출 수 있는 그 자체로 훌륭한 부식의 역할을 한다.
김치냉장고가 등장하기 전, 김장김치를 땅에 묻었다. 그때의 김치와 지금의 김치 중 어떤 김치가 더 맛있을까? 땅에 묻은 항아리에서 꺼낸 살얼음이 낀 김치, 그때 그 김치를 다시 먹고 싶다. 참, 항아리의 모양의 보면 지역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남쪽으로 갈수록 오동통, 북쪽으로 가면 날씬하다.
김치의 사계 중 봄은 겨울 동안 부족했던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하기 위해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로 반찬을 만들었다. 산갓물김치(좌)는 조선시대 조리서에 자주 등장하는 봄김치로, 입춘에 나온 여린 산갓을 따뜻한 물에 중탕해 익힌 후 나박김치에 섞어 먹는 김치이다. 두릅김치(우)는 봄철 새순이 6cm 이상 자란 두릅을 데쳐서 쓴 맛을 뺀 뒤 양념을 버물려 김치를 만든다.
여름에는 무더위로 인해 불을 때지 않는 음식을 주로 하게 되는데, 김치는 이에 적합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김치가 쉽게 무르거나 시어지므로 수분이 많은 오이, 가지, 열무 등으로 담가서 바로 먹거나 짧은 시간 안에 익혀 먹는 김치를 주로 만든다. 오이열무김치는 젓국을 쓰지 않고 밀가루나 찹쌀로 쑨 풀에 고춧가루를 풀어 담가야 풋내가 나지 않는다.
가을은 다른 계절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재료의 김치를 맛볼 수 있는 시기이다. 감, 배, 수확하고 남은 고춧잎, 고구마줄기 등이 김치의 좋은 재료가 된다. 김장 전 혹은 김장 김치가 익기 전까지 담가 먹는 가을김치를 앞김치 혹은 지레김치라 부르기도 한다.
추운 겨울이 되면 배추, 무, 총각무, 갓, 쪽파 등의 채소와 굴, 새우, 멸치젓, 새우젓 등 해산물을 풍성하게 넣어 깊은 맛을 낸 김장김치를 만든다. 김장은 이웃들과 모여 김치를 담그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풍속이었다. 어릴 때는 근처에 살고 있는 친척들이 다 모여서 100~200 포기 정도 했던 거 같은데, 올해 김장은 고작 20 포기였다.
김치움(5층)은 갖가지 김치와 세계 곳곳의 절임채소가 있는 공간이다. 김치를 저장하는 곳을 김치움이라고 한다. 김치가 가장 신선하게 보관되는 온도는 1~5℃, 김치냉장고에 들어온 듯 겁나 서늘하다.
계속 모형만 봤는데 실물영접에 시식도 가능하다. 단, 양이 겁나 적다는 거, 안 비밀이다. 위층부터 통배추김치, 백김치 그리고 볶음김치가 있다. 아는 맛이라서 사진만 찍고 후다닥 나왔다.
6층에는 실제로 김치를 만들 수 있는 김치공방이 있다. 고사리손으로 만든 김치이니, 편식하는 어린친구도 이건 다 먹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직접 만든 김치이니깐.
2013년 12월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되었고, 올해는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김치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저장 식품이자, 시간이 만드는 음식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먹을 수 있는 발효음식의 대표주자는 김치, 같은 발효계열인 와인과 은근 잘 어울린다는 거,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전통 사회에서 반찬을 만다는 곳을 찬간, 임금의 식사를 준비하는 곳을 수라간 그리고 양식을 보관하는 곳을 곳간이라고 했다. 이런 -간(間)처럼 김치의 다채로운 면모와 사연이 흥미롭게 간직된 곳, 김치를 느끼고 즐기고, 체험하는 공간이 되겠다는 다짐을 담아 김치간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김치간은 한국의 김치문화가 낯선 외국인, 우리 문화를 지켜 나아갈 아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아무리 박물관 덕후라고 해도 얼마 전에 김장을 한 사람으로서 5,000원의 입장료는 살짝 아까웠다. 독도는 우리 땅, 김치는 우리 전통음식으로 굳이 알릴 필요가 없을 줄 알았는데, 자꾸만 날파리가 꼬이니 확실하게 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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