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너를 사랑하겠어~ 경기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철이 들면 만화를 싫어하게 된다. 그렇다면, 영원히 철들고 싶지 않다. 넷플릭스 요금제를 5,500원으로 바꾸고 광고가 보기 싫어 애니메이션만 보고 있는 1인이다. 그런데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을 이제야 찾았다니, 늦게 와서 죄송함당~
한국만화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관람하는데 오래 걸리겠구나 했는데, 전시실은 3, 4층에 집중되어 있다. 1층에서 입장료(성인 5,000원)를 내고 3층으로 올라간다. 참, 1층과 3층에 있는 기획전시실은 목요일에 커밍순~
한국만화가 벌써 100년이나 되다니, 그저 놀랍다. 1909년은 근대적 만화의 시작, 1945년은 다양한 장르의 형성, 1970년은 암울한 시대의 위안, 1980년은 한국만화의 르네상스, 1990년은 새로운 만화의 시대 그리고 2000년은 디지털 만화의 등장이다. 개요를 여기까지, 본격적으로 한국만화 100년 사를 만나러 간다.
만화박물관 개관을 기념해서 기증된 만화가 110명의 펜이다. 웹툰의 등장으로 만화가는 펜을 놓고, 마우스와 디지털 펜을 들다.
1909~1945 근대만화의 시작과 일제강점기 시대에서의 개화
1906년 6월 2일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이다. 만화가는 이동영이며, 연미복을 입은 신사를 통해 앞으로 대한민보가 나아갈 길에 대해 밝히고 있다.
지금과 달리 그 시절의 만화는 삽화형태였다. 모던보이의 산보(좌)는 1928년 2월 7일 조선일보에 실린 삽화로, 한껏 멋을 부린 모던보이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초가집의 모습을 통해 근대화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모던 걸의 장신 운동(우)은 1928년 2월 5일 조선일보에 실린 삽화로, 전차 안에서 황금 시계와 보석 반지를 자랑하기 위해 서서 손잡이를 잡고 있는 모던 걸의 허영심을 보여준다.
근대만화는 신문이라는 종이매체와 함께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 이도영은 일제의 주권침탈 행위에 저항한 날카로운 풍자로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세태 풍자만화나 오락만화가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독자투고 형식으로 날카로운 시사만화들이 발표됐다. 하지만, 1930년대 후반기 일제는 모든 신문 및 잡지를 폐간시켰고, 이로 인해 연재만화들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1945~1959 새로운 시대, 도약하는 만화
1945년 해방과 함께 여러 매체가 복간·창간되기 시작되면서, 시사만화, 어린이만화가 인기를 끌었다. 한국전쟁으로 어려움이 닥쳤지만, 부산이나 대구에서 얇은 두께의 만화가 출간되며 명맥을 이어갔다.
전쟁이 끝나고, 어린이 만화잡지 만화세계가 큰 인기를 끌고, 만화학생, 7천국 등이 창간되면서 만화잡지 붐을 일으켰다. 잡지를 통해 김종래, 박기당, 신동우 등 인기 작가가 탄생했고, 날씬돌이, 엄마 찾아 삼만리 등의 장편만화가 출간되었다. 이러한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1950년대 후반에 만화방이 생겼다.
만화 등록문화재가 되다
2013년 2월 문화재청에서 김용환의 토끼와 원숭이(1946), 김성환의 고바우 영감(1950), 김종래의 엄마 찾아 삼만리(1958)를 각각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국내에서 만화가 문화재로 등록된 것은 이 세작품이 처음이다. 그리고 1년 뒤 김용환의 코주부 삼국지가 추가 등재됐다.
토끼와 원숭이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 단행본으로 일제강점기의 모습을 풍자한 작품이다. 고바우 영감은 1950년부터 2000년까지 연재되어 국내 최장기간 신문에 연재된 만화로 날카로운 사회비판과 풍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엄마 찾아 삼만리는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로 유려한 붓선이 돋보이는 그림체와 흡인력 있는 이야기 전개가 특징이다. 코주부 삼국지는 전쟁의 와중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창간한 잡지 학원에 실려 2년 반에 걸쳐 인기리에 연재됐다.
1960~1969 만화의 인기폭발과 불리한 시스템의 정착
1950년대 후반 등장한 만화방은 6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라이파이, 약동이와 영팔이, 도전자 같은 만화들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1960년대 중반에는 날마다 수백 개의 만화방이 생겨나고 하루에 50여 권씩 만화책이 쏟아져 나오기까지 했다.
1959년 전국 2000곳이던 만화방은 1960년대 말에는 9.5배인 1만 9000곳으로 늘었다. 그런데 1967년 중소 출판사들이 뭉쳐 합동이라는 이름으로 만화 출판과 유통을 독점했고, 정부의 사전심의 제도는 한국만화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980~1989 경제적 성장이 만든 만화계의 황금기
1980년대는 경제적으로 고도성장을 이루어 냈으나, 반면 정치 사회적으로는 크게 암울한 시기였다. 이런 양면성은 만화문화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1982년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이현세, 허영만, 박봉성 등의 스포츠 만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김동화, 황미나, 신일숙, 김혜린 등 새로운 순정만화 작가들이 등장하며 일본풍 순정만화의 틀에서 벗어나 한국형 순정만화를 확립해 가기 시작했다. 1970년대는 놓쳤나 했는데, 그 시절 만화는 혹독한 터널을 지났다고 한다. 그때 대통령이 누구인지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듯.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가사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은 까치머리 오혜성과 여주인공 최엄지 그리고 천재타자 마동탁과의 삼각관계와 승리를 향한 사나이들의 집착과 강력한 투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마동탁의 아내가 된 엄지를 향한 오혜성의 사랑은 불륜임에도 불구 검열이 심했던 80년대 어린이만화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당시 검열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만화내용이 너무 재미있어 심의를 하기보다는 다음 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입장이 되고 말아서 검열에 신경을 쓰지 못했단다.
1990년대 대중문화의 콘텐츠로 자리 잡는 만화의 황금기
1990년대 만화계는 질적 양적으로 급성장을 하게 된다. 특히 만화잡지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다양한 독자층을 위한 만화잡지들이 나오며 큰 인기를 끌었다. 소년챔프, 아이큐점프, 팡팡은 아동용 / 요요, 미르, 댕기, 나나는 소녀용 / 영챔프, 영점프, 윙크는 청소년용 / 투엔티세븐, 빅점프, 미스터블루는 성인용 등이 있었다.
황미나의 불새의 늪과 우리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 이미라의 인어공주를 위하여, 은비가 내리는 나라,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딸들, 김혜린의 불의 검 등도 있다. 지금도 물론 만화를 좋아하지만, 그때는 용돈을 모아 만화잡지를 사고, 슬램덩크 단행본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보물섬(1982.10~1996.9)이 육영재단에서 펴낸 월간 어린이 만화잡지였다는 거, 처음 알았다. 아기공룡 둘리와 맹꽁이서당 등의 작품이 있었다는데, 이때는 순정만화에 빠져 있던 시기라 거의 본 적이 없다.
르네상스(1988년 11월 발간)는 최초의 순정만화 월간잡지다. 소녀독자들은 열정 어린 지지를 보냈고, 하이틴 잡지의 유행을 접목시켜 패션 코디, 기사와 칼럼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르네상스의 성공은 하이센스, 댕기, 화이트 등의 다양한 성격의 잡지들을 이끌어냈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기호의 의미를 이제야 알았다는 거, 쉿~ 비밀이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모여서 놀았는데, 요즘 친구들은 사방치기, 땅따먹기, 다방구를 알까?
2000년~ 웹툰의 탄생
190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한국만화는 온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초기의 웹 만화의 형식은 개인 홈페이지나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발표되었다. 본격적인 웹툰 시대로의 도입은 2003년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누계 6,000만 클릭)와 함께 시작됐다고 한다.
천일야화, 위대한 캣츠비, 마음의 소리, 이말년 씨리즈, 와라 편의점, 은밀하게 위대하게, 신의 탑, 신과 함께, 목욕의 신, 다이어터, 옥수역 귀신 그리고 미생 등 한국의 웹툰 시장은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만화 코너 등을 중심으로 더욱 성장했다.
현재 웹툰은 한국만화를 대표하는 가장 강력한 주류이며, 출판을 넘어 영상, 광고, 디자인, 캐릭터 등 2차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등 그 새로운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데, 여전히 종이 만화책을 좋아하는 1인이다. 그래서 유명한 웹툰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단행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이태원 클라쓰처럼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역으로 웹툰을 본 적도 꽤 많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만약 웹툰이 원작이라면, 단행본이 나왔는지 확인한다. 그렇다면 도서관이나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간다.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은 익숙해졌는데, 웹툰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시대는 한참 전에 달라졌지만, 한국만화박물관에 다녀온 기념(?)으로 이제는 노력해 봐야겠다.
2014.09.13 - Oldis But Goodis - 황미나, 이미라 등 내 젊은 날의 만화책이여~
2023.03.21 - 공짜 만화방으로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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