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애니메이션 센터 만화의 집
어렸을 때는 권당으로 만화책을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대체로 시간당이다. (만화)책을 늦게 읽다보니,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요즈음 웹툰으로 더 많이 보던데, 종이 만화책 세대다 보니 아직은 어색하다. 이 모든 걸 한방에 해결해주는 곳이 있다. 중구 회현동에 있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의 집이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1999년에 개관을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남산 올라가는 길에 있었는데, 그곳이 이전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암튼, 지금은 명동역 근처에 있다. 입구에 있는 캐릭터는 다 익숙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 만나서 그런지 그닥 반갑지는 않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오르막에 있어 1층인 줄 알았던 곳이 2층이다. 여기는 애니소풍이란 곳이다. 국내 대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과 함께 떠나는 즐거운 서울여행이라고 홈페이지에 나와있다. 서울의 명소를 뽀로로, 타요, 터닝메카드 등 인기 캐릭터와 떠나는 놀이공원인 듯 하다. 즉, 어른용이 아니라 어린이용이다.



철없는 어른이지만, 혼자서 들어갈 용기는 없다. 고로 들어가는 곳과 나오는 곳을 촬영만 하고 공짜 만화방으로 출발이다.




애니소풍으로 들어오면 좁은 계단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만화의 집은 전용 출입구가 따로 있다. 우리금융디지털타워인가? 암튼 그 건물 1층은 만화의 집, 2층은 애니소풍이다.

만화의 집은 만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열려있는 모두의 만화 도서관이라고 홈페이지에 나와있다. 90년대 만화부터 최신 애니메이션까지 40,000여 권의 자료를 무료 열람할 수 있다. 즉, 시간당, 권당이 없는 공짜 만화방이다.



오호~ 단순하게 만화책만 보는 줄 알았는데, 음식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만화책을 보면서 먹을 수는 없나 보다. 음료는 취식이 가능한데, 음식은 2층 애니소풍에 있는 카페에서 먹어야 한단다.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굶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번에는 빵집에 가야해서 먹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오픈런을 해서 문 닫을때까지 있고 싶다.
참, 만화의 집 운영시간은 10:00~20:00이며,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은 휴관이다.


어릴때 가던 동네 만화방은 꾀죄죄했는데, 만화의 집은 밝은 분위기에 공간이 여유롭다. 조용하지만 잔잔하게 클래식 음악이 내내 흘러나온다. 도착했을 때는 한가했는데, 나올 때는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워낙 조용해서 사람이 많은 줄 몰랐다.



사실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바로 왔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많이 늦었다. 태어나서 내돈내산으로 샀던 만화책이 슬램덩크다. 친구가 보던 만화잡지를 시작으로 만화방을 지나 구매까지 했다. 그때는 손바닥만한 작은 만화책이었는데, 여기에는 특별판이 있을 듯 싶다.




슬램덩크를 좋아하기 전에는 순정만화에 푹 빠져 살았다. 레드문의 황미나 작가와 은비가 내리는 나라의 이미라 작가 그리고 풀하우스의 원수연 작가를 좋아했다. 그리고 일본만화도 좋아했는데 그중 하나가 유리가면이다. 빨간머리앤이 일본 만화인지 몰랐던 시절도 있었지만, 만화책에 애니메이션까지 엄청 좋아했다.



몬스터와 20세기 소년 등 우라사와 나오키 작가의 작품은 성인이 된 후에 읽었다. 순정이나 명량 만화도 아니고, 무거운 주제에 그림도 그닥 예쁘지 않았는데, 스토리가 맘에 들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다시 읽어봐야겠다.

특별판에서 중 5권과 24권을 골랐다. 왜냐하면, 5권에는 제일 인상적인 장면이 들어 있으며, 24권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나온 상왕전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이터에서 "난 이해해" 이후로 둘은 절친이 된다. 왜냐하면, 송태섭은 한나를, 강백호는 소연이를 짝사랑하니깐. 슬램덩크의 명대사를 왼손은 거들뿐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난 이해해에 한표를 던진다.

전국대회 2차전 상왕전은 1권인 줄 알았는데, 특별판으로 총 5권이나 된다. 2권만 보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좀 더 있어야겠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송태섭의 비중을 많이 두고 있지만, 만화책에는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화를 본 후에 다시 읽으니, 송태섭의 대사와 행동이 이해가 된다.



상왕을 잡고, 이어지는 3회전에서 거짓말처럼 참배를 당했다. 그리고 채치수와 안경선배는 농구선수가 아닌 평범한 대학생이 되기 위해 시험준비를 한다. 그리고 송태섭은 주장이 된다. 출석 일수가 부족했는지 정대만은 여전히 농구선수로 나온다.


그리고 재활운동 중인 강백호의 마지막 대사로 슬램덩크는 끝이 난다. 전국대회에 등장했던 새로운 인물들도 많아서, 당연히 다음 시리즈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원작자는 박수칠때 떠나고 싶었나 보다.
작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검색을 하니, 슬럼덩크 작가가 우익이라는 글이 엄청 많이 나온다. 본인의 신념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많이 아쉽다. 소중히 간직했던 추억에 생채기가 생겼다.



이런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웹툰인데, 여전히 어색한 1인이다. 저기에 있는 모든 만화잡지를 다 본 건 아니지만, 그냥 뭉클해진다. '아~ 나에게도 이런 추억이 있었구나. 그동안 잊고 있었구나.'

만화의 집에 또 가야 하는 이유다. 피아노의 숲을 9권까지만 읽었기 때문이다. 만화책도 애니메이션도 주인공이 콩쿨에 나가는 부분으로 끝이 나서, 성장한 주인공의 그 다음이야기가 궁금했다. 이번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슬램덩크만 보고 나왔지만, 다음에는 열자마자 가서 닫을 때까지 만화의 집에서 하루종일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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