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물찾기 "토끼를 찾아라"

2023년 계묘년 맞이 "토끼를 찾아라"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토끼 유물을 한 곳에 전시한 특별전이 아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상설전시관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토끼 관련 전시품을 직접 찾아야 한다. 보물(?)지도가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통일신라에서 고려를 지나 조선이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토끼를 만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과 청자정!

이촌역에 내려서 박물관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겁나 많다. 토끼를 찾아라 때문에 가는 것일까? 아니면 무료 관람을 시작한 외규장각 의궤 때문일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구나 했다. 하지만, 저 줄은 토끼와 외규장각 의궤랑은 전혀 상관없이,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을 보기 위한 줄이다.

특별전은 유료인데도 방학과 겹쳐서 그런지, 줄이 엄청나다. 줄서서 기다리는 거 딱 질색인데, 토끼를 찾아라는 상설전시관이라서 긴줄과 상관없이 오른편에 있는 전시동 건물로 들어갔다.

 

방학이라서 상설전시관에도 사람이 많아~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으로 들어와 안쪽으로 쭉 직진을 하면, 커다란 탑을 만나게 된다. 경천사 십층석탑으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대리석 탑으로, 고려의 전통과 당시 중국 원나라에서 유행하던 양식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1907년 일본 대신이 무단반출했으나, 1918년 환수했다.

 

토끼를 찾기 전에 보물지도부터 꺼낸다. 지도라고 하지만, 사실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토끼를 찾아서 안내 페이지이다. 아무 정보도 없이 혼자 힘으로 토끼 유물을 찾으라고 했다면, 시작조차 안했을 거다. 왜냐하면 유물이 많아도 너~~~무 많으니깐. 

 

갑옷을 입고 있는 토끼!

1층 통일신라실(111호) 2110(진열장번호)에 있는 "십이지 토끼상"이다. 십이지는 육십 갑자의 단위를 이루는 12개의 요소를 제작기의 동물로 표현한 것으로, 12방위에서 국토와 중생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통일신라의 왕과 귀족은 십이지상을 능묘 주위에 묻거나 호석에 배치했는데, 이 십이지상은 김유신 묘라고 전해지는 무덤 주위에서 출토되었다. 

 

1층 고려1실(113호)에 2315(진열장번호)에 있는 "나무와 집이 새겨진 청동거울"이다. 신선세계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나무와 집 무늬와 함께 방아를 찧는 토끼(우측 아래)가 있다. 예로부터 토끼는 달에서 방아를 찧으며 불사약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방아 찧는 토끼를 통해 신선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표현한 것라고 안내문에 나와 있다.

 

백자 청화 토끼 모양 연적

1층 조선3실(119호) 2539(진열장번호)에 있는 "백자 청화 토끼 모양 연적"이다. 19세기 작품으로 푸른 파도 위에 물속을 내려다보는 토끼 모양의 연적이다. 예로부터 토끼는 재치 있는 동물로 여겨졌다고 한다. 

 

유교에서 중요한 여덟가지 덕목 효, 제, 충, 신, 예, 의, 염, 치를 한자 획과 함께 관련된 중국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식물 그림으로 표현한 문자도이다. 여덟가지 글자는 각각 효도, 우애, 충성, 믿음, 예절, 의리, 청렴, 염치를 의미한다. 여기에 토끼가 있는데, 어디 있을까? 

 

치(염치)를 유심히~

2층 서화2실(202-3호) 3209(진열장번호)에 있는 "달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다. 달 속에 그려진 토끼는 유교의 덕목인 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토끼가 다산, 풍요, 장수 등을 의미하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백이와 숙제처럼 떳떳한 기상을 오래도록 이어가기 바란 선조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글자에 있는 매화는 한 겨울에 피는 꽃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신을 지킨 백이와 숙제를, 달은 백이숙제의 절개가 달처럼 빛남을 의미한다. 백이와 숙제가 생을 마쳤다고 알려진 수양산 아래에는 그들의 충절을 기리는 비각이 그려져 있다.

 

서화2실 3207에 있는 토끼 토끼 토끼 토끼~

19세기 민간에서 유행한 토끼와 거북 이야기를 한글로 옮겨 적은 토끼전이다. 이 책의 내용은 중해의 용왕이 병이 들어 토끼의 간이 필요하게 되자, 거북이 육지로 나아가 토끼를 감언이설로 속여 용궁으로 데려온다. 토끼는 죽을 위기에 처하자 용왕에게 간을 육지에 놓고 왔다 속이고 용궁을 탈출한다.

 

사진 속 책 내용은, "한편 이때 중해의 용왕이 영덕전이라는 건물을 새롭게 지은 후 큰 연회를 열고 사해의 용왕들을 연회에 초대하여 삼일 사일 뱃놀이를 하니 용왕이 바다에서 세차게 부는 바람을 너무 많이 쐬어 목 안에 배어드니 온갖 약이 효과가 없는지라. 
용왕이 침대에 홀로 앉아 생각하였지만 '방법이 없어 어쩌겠는가' 하면서 눈물을 흘리니 세 정승과 여섯 판서가 한편으로 약방의 조제수를 불러 들여 드디어 진맥을 하고 침을 내어 들며 온몸에 놓아주나 작게나마 낫는 것도 없는지라."

 

"둥근 닭을 바라보는 토끼" 두 귀를 쫗긋 세운 토끼가 하늘에 떠 있는 둥근 달을 바라보고 있다. 토끼가 앉아있는 주변 배경은 먹으로 그렸으나, 토끼는 흰 바탕에 음영을 더해 털의 질감을 잘 나타냈고, 달은 진한 흰색으로 표현했다. 

 

"매를 피해 도망가는 토끼" 바위 아래 토끼가 두 귀를 세우고 다리를 앞뒤로 펼친 채 온 힘을 다해 도망가고 있다. 바위 나무에 앉은 매의 눈은 살기등등하다. 눈을 부라리며 주변을 살피지만, 아직은 토끼를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다. 조선시대에는 매가 토끼를 사냥하는 그림을 새해를 맞이해 집 앞의 문에 붙이는 세회로 사용했다고 한다.

 

매를 피해 숨은 검은 토끼 / 매에게 붙잡힌 토끼

"매를 피해 숨은 검은 토끼" 검은 토끼 한마리가 소나무 아래 구멍 사이로 머리를 들이민 채 몸을 한껏 웅크리고 매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나무 위에 앉은 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토끼를 내려다보고 있다. 

 

"매에게 붙잡힌 토끼" 토끼가 결국 매에게 붙잡혀 버렸다. 매의 날카로운 발톱에 잡혀 꼼짝 못하는 토끼는 눈마저 얼어붙었는데, 매는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있다. 토끼를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전해진다. 

 

청각 투각 칠보무늬 향로
같은 사진 아님~

3층 청자실(303호)에 있는 국보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이다. 고려 12세기 작품으로 경기도 개성에서 출토되었다. 음각, 양각, 투각, 철화, 상감, 첩화, 상형 등 청자의 모든 장식 기법을 구사해 완성했다.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이 향로의 몸체로 만들어져서 불교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이 향로의 백미는 향로를 등에 지고 있는 토끼 세마리이다. 크기는 작지만 토끼의 특징을 담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사진 속 토끼는 다 다른 토끼로, 3마디 모두 담았다.

 

마지막은 일본실(310호)에 있는 "토끼무늬 접시"이다. 17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고이마리 양식의 청화백자이다. 접시에 토끼, 구름, 사각 모양 종이를 오려 붙인 후, 분취법으로 청화 안료를 뿜고 종이를 들어낸 뒤 세부를 묘사했다. 접시 모양은 전접시(잔받침)로 납작하게 해 짧은 턱을 만들었는데, 이는 16세기 조선의 전형적인 관요 양식에 해당된다고 한다. 

 

3층에서 바라본 경천사 십층석탑!
전시동 1층에서 바라본 남산!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물이 너무 많아서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 3층에 일본실을 포함한 세계문화관이 있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생각해 보니, 상설전시관은 고대부터 대한제국 시대까지 주로 1층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2, 3층은 올라가지 않았을 거다.

 

예전에는 시대순으로 그리고 정해진 순서대로 관람을 했는데, 토끼를 찾아라처럼 테마를 정해놓으니 우선 재밌다. 마치 보물 찾기라도 하듯, 전시관을 왔다갔다 하면서 찾아다닌다. 진열장 번호가 잘 나와있는 곳은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번호가 없을때는 한참을 서성거리면서 찾아 헤맸다는 거, 안 비밀이다. 토끼가 아니어도 좋으니, 찾아라 시리즈로 전시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