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의궤는 조선시대, 왕실이나 국가 행사의 전체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책을 말한다. 외규장각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설립한 도서관으로, 주로 역대 왕들의 글과 글씨, 어람용 의궤 및 주요 서적, 왕실 관련 물품 등을 보관했다.
외규장각은 지금의 국가기록원이라 볼 수 있다. 요즘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기도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글, 그림이 전부였다. 예전에는 임금이 기록으로 남기지 말라고 하면,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까지 넣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정권에 따라 다르겠지만, 삭제하라고 하면 삭제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외규장각 의궤는 오직 왕을 위해 귀한 재료로 가장 정성스럽게 만든 귀하디귀한 책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강화도는 외적의 침입으로 부터 국가와 왕실의 안전을 지켜주는 보장지처(堡障之處)였다. 가장 안전한 땅에 특별히 건물을 지어서 보관할 만큼, 외규장각 의궤는 귀한 책이었다.
그런데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에 의해 외규장각 의궤는 359권이 약탈되고, 수천 권이 불에타 소실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나? 파리 국립 도서관에 외규장각 도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한국 정부는 도서 반환을 추진했다. 자랑스런 우리 문화유산이지만, 현재는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품으로 2011년 5년 마다 임대를 갱신하는 형식으로 우리 곁(297책)에 돌아왔다.
의궤는 한번에 3부에서 많게는 9부를 만들었는데, 그중 1부는 왕이 읽어보도록 올리고 나머지는 관련 업무를 맡은 관청이나 국가 기록물을 보관하는 사고로 보냈다. 왕에게 올린 것은 어람용, 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한 것은 분상용이라고 한다. 왕의 의궤답게 어람용은 초록색의 고급 비단으로 표지를 만들었다.
어람용 의궤는 표지만큼 내지에서도 기품이 느껴진다. 두껍고 표면이 매끈한 고급 종이인 초주지(닥나무로 만든 두껍고 매끈한 고급 종이)를 사용했으며, 왕이 보는 책에만 사용하는 붉은 안료로 테두리를 둘렀다. 글자는 반듯하고 정갈한 해서체이다.
단 한부만 남아 있는 의궤를 유일본이라고 하는데, 외규장각 의궤 중에는 유일본 의궤가 20책 포함되어 있다. 의소세손은 사도세자의 첫번쨰 아들로 할아버지 영조의 큰 사랑을 받아 왕세손으로 책봉됐지만, 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왕세손의 장례는 이때가 처음이었기에 모든 의식 절차를 새로 마련했다고 한다.
장례 복식과 각종 물품 등의 격식을 왕세자보다 낮추고 세자빈보다는 높여서 왕세손의 지위를 명확하게 설정했다. 이러한 내용은 모두 의소세손예장감도감의궤에 담겨있다. 조선시대 왕세본의 장례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유일한 기록이다.
숙종때 추진한 경덕궁(현 경희궁)의 보수공사 내용을 상세하게 기록한 '경덕궁수리소의궤'이다. 분상용 의궤가 전하지 않는 유일본이다. 경덕궁이 처음 건립된 광해군 대부터 인조 대를 거쳐 현종 대에 이르는 동안 훼손된 전각들을 포함해 40여 채의 건물에 대한 수리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어, 경희궁의 원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의궤 속 그림은 단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치 사진처럼 조선시대 국가 행사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시각자료이다. 글자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그림으로 직접 보여준다. 외규장각 의궤 297책에서 도설(그림)이 포함된 의궤는 172책(60%)이며, 그중에서 115권은 왕실 장례식과 관련한 의궤들이다.
희준은 소의 모습을, 상준은 코끼리의 모습을 본뜬 술 항아리로, 제사 때 술 따르는 용기들을 올려놓는 준소상에 한 쌍씩 올려놓고 한 쪽에는 맑은 물, 다른 한 쪽에는 제사용 술을 담았다.
배 부위와 뚜껑 안쪽에는 문희묘라는 글자가 있다. 문희묘는 문효세자를 제사지내던 사당으로, 거기서 사용한 제기라는 표시다. 문효세자는 정조의 맏아들로 출생 이듬해에 바로 왕세자로 책봉됐지만, 5살에 홍역으로 세상을 떠났다.
반차도는 국가 의례나 왕실 행사에서 왕과 왕비, 여러 관원과 군인들이 줄을 지어 행차를 하는데, 이때 행렬에 참여한 사람들과 깃발, 기마 등 기물의 순서를 그린 것이다. 반차도는 수량(297책 중 60책)이 많지 않지만, 사람 한 명 한 명, 기물 하나하나 손으로 그려서 채색을 했다.
1809년 음력 1월 22일, 창경궁 경춘전에서 20세의 젊은 왕 순조는 할머니를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 혜경궁홍씨가 사도세자의 세자빈이 되어 관례를 치르고 궁궐로 들어온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왕실 잔치는 끝나자마자 의궤로 제작이 됐으며, 특별전의 마지막은 의궤를 기반으로 만든 영상(만화?) 관람이다.
감히 단언컨대, 조선은 기록의 나라다. 왜냐하면 조선왕조의궤는 조선의 정신적 근간이자 500년 역사의 문화자산이기 때문이다. 외규장각은 정조 6년인 1782년에 설립한 규장각의 부속 도서관이다. 박병서 박사가 없었더라면, 프랑스 국립도서관 서고에 잠들어 있는 외규장각 의궤를 찾지 못했을 거다. 임대 형식이 아니라 영원히 돌아왔으면 좋겠다. 기록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몹시 중요하다는 거, 잊지 말아야 한다.
2023.02.07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물찾기 "토끼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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