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목동에 있는 양천공원 책쉼터
어릴 때 가기 싫은 곳 중에서 도서관이 항상 있었는데, 지금 아이들은 가고 싶은 곳 중에서 도서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모습이었다면, 도망다니지 않고 매일 출석 체크를 했을 거다. 도서관인 듯, 도서관 아닌 양천공원에 있는 책쉼터다.


나무가 많은 동네라서 목동? 1925년 대홍수로 범람한 안양천에 제방을 쌓기 전에는 갈대가 무성한 침수지대로 무성한 목초가 자연 조성됐고, 말을 방목하는 목장으로 이용됐다고 다음백과가 알려줬다. 목(駉)과 목(木)은 다르지만, 목동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는 나무와 공원이 많은 동네다.
양천공원이 처음은 아닌데 이곳에 도서관이 있는 줄 몰랐다. 코시국 전에는 걷기 운동을 한다고 종종 갔는데, 1~2년 동안은 한번도 못갔다. 그때문인지 양천공원에 쉼터같은 도서관이 생겼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놀이터인 듯, 놀이터 아닌 놀이터랄까? 피터팬에 나오는 후크 선장의 배는 아닐테고, 요즘 놀이터는 창의적이다 싶다. 직접 체험해 보고 싶지만, 영화 빅처럼 어린 아이로 돌아갈 수 없으니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무대 장치같은 곳 뒤에는 아주 익숙한 놀이터 공간이 나온다.

놀이터 옆으로 1층으로 된 작은 건물이 하나 있다. 자고로 도서관은 삭막한 외관에 답답한 실내여야 하는데, 여기는 카페같다고 해야 할까나? 꽤 멋지다. 설마 했는데, 책쉼터가 맞다.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며, 운영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9시인 줄 알고 왔는데, 10시다 보니 아직 오픈 전이다. 문 앞에 서서 멍을 때리며 기다릴까 하다가, 건물이 예뻐서 둘러보기로 했다.





삭막한 도서관이 아닌 부드러운 책쉼터다. 건물이 멋지다 했는데, 2021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받았단다. 왜 도서관이 아니라 책쉼터라고 했는지 조금은 알겠다. 외관만큼 내부도 기존 도서관과는 엄청 다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밖에서 봤을때는 1층인 줄 알았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복층으로 되어 있다. 오른쪽 끝에 카페 공간이 있던데, 판매인지 셀프인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불이 꺼져 있으니깐. 사람이 많으면 일거리(후보정)가 많아져서 일찍 도착을 했더니 고요하다.


전망 좋은 카페는 많이 들어봤는데, 전망 좋은 도서관은? 책쉼터를 숲 속 도서관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들어 맞는다. 그런데 책은 읽지 않고, 바깥 풍경만 볼 듯 싶다. 뭐가 됐든, 멍 때리기 좋은 자리다.



양천공원 책쉼터는 자연과 사람, 책이 한데 어우러진 커뮤니티 쉼터다. 약 9,700여 권의 도서가 있는데, 어린이 도서를 비롯해 문학, 여행, 인문, 경제 등 분야별 도서도 비치되어 있다.





여기는 영·유아 및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라고 한다. 아이들 눈높이에 취향저격 책도 많고, 전용 방바닥(?)까지 도서관을 싫어하는 아이도 여기는 좋다고 할 듯 싶다.
기존 도서관에서는 책을 소리내서 읽으면 쫓겨날 수 있다. 하지만 책쉼터에서는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게 소리내어 동화책을 읽어줘도 된다고 한다. 단, 쉼터가 떠나갈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로 떠들거나 뛰어 다녀서는 안된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입구쪽은 성인을 위한 공간인 듯 싶고, 복층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인 듯 싶다. 단풍을 보기 위해 공원에 왔는데, 대어를 낚은 기분이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머리앤을 책도 만화도 여러번 읽고 봤다. 최근에 유튜브를 통해 만화를 2번이나 정주행을 했다. 늘 만화로만 봤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온 줄은 몰랐다. 책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원작을 읽었는데, 그림까지 있는 만화 버전을 보니 반갑다. 그림인데 영상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이겠지.
주말에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종종 가는데, 앞으로는 책쉼터다.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데, 쓴 커피를 마시며 카페에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책쉼터에 갈 때는 노트북은 기본, 텀블러도 잊지 않고 챙겨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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