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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가을 덕수궁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기 전에 가야할 곳이 있다. 가을이 물들어 갈 때는 창경궁으로 갔다면, 가을이 끝나갈 때는 덕수궁으로 간다. 자연이 만든 노란 은행잎 카펫을 밟아야 가을을 보낼 수 있을 듯 싶다. 11월의 늦은 어느날, 덕수궁의 만추다.

 

덕수궁 대한문 월대 복원 중~

버스 후불카드로도 티켓을 발급받을 수 있다. 매표소에서 성인 하나요 하는데, 24세 미만이세요 라고 물어본다. 동안이라는 소리는 종종 듣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 듯 싶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스크를 쓰고 있어 매표소 창문으로는 눈만 보일 거다. 그렇다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겠다 싶다. 그래도 어리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매우 몹시 좋다.

대면인데 비대면인 듯, 게이트 통과는 QR인증을 하면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 

 

덕수궁의 진한 가을로 들어갑니다~

틀린그림찾기를 해야할까나? 느낌적인 느낌으로 예년 같지 않다. 어색하고 이질적인 느낌이 뭘까 했는데, 바닥이 너무 깨끗하다. 도로 옆 인도는 낙엽이 쌓이면 안되지만, 여기는 덕수궁인데 깨끗해도 겁나 깨끗하다. 설마, 노란 은행잎 카펫도 없어진 걸까? 걸음이 빨라진다.

 

빨리 걸어도 볼 건 다 보는 중~
덕수궁의 정전 중화전!

애들 장난도 아니고, 내내 깨끗했던 바닥이었는데, 은행잎이 떨어지는 이 구간만은 차마 치울 수 없었나 보다. 이제야 제대로된 덕수궁의 만추를 만났다. 노란 은행잎은 바람에 따라 하나, 둘 땅으로 내려왔고, 함박눈처럼 소복하게 쌓여 노란카펫이 됐다.

 

그래 이런 풍경을 담고 싶었는데 사라졌을까봐 식겁했다. 덕수궁의 마지막 가을 풍경이라고 부제목을 붙이고 싶다. 늦가을이면 덕수궁에 가는 이유다.

 

경계가 너무 선명해~
쉿~ 구린 냄새가 나요!
자연이 만든 노란 은행잎 카펫!
예쁜 건 한번 더~

다른 은행나무와 달리, 여전히 풍성하다. 그만 놓아줘도 될텐데, 나무가 욕심이 많은 걸까? 잎이 떠나기 싫은 걸까? 

 

덕수궁 석조전!

석조전의 전경은 가을보다는 봄이나 여름이 더 멋지다. 그때는 화려하지 않지만 분수가 내뿜는 물줄기를 볼 수 있고, 그 주변은 푸르름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가을 석조전은 마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듯, 슬피 울고 있는 거 같다. 

 

잎이 다 떨어진 은행나무보다는 이렇게 조금 남아있을 때가 보기 좋다. 바람에 따라 은행잎 비가 내리고, 노란카펫은 햇빛에 반짝반짝 빛을 발산한다. 참, 너무 오래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끄럼을 많이 타는 방귀대장(?) 은행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석조전은 사전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세번 정도 갔기에, 이번에는 건물 옆길로 들어간다. 왜냐하면 노란카펫을 이을 덕수궁의 찐가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돈덕전 공사는 2019년부터 했으니, 알고 있는데 가림막 위치가 달라졌다. 2019년과 2020년은 석조전 뒤편에 있는 작은 오솔길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꽉 막혀있어 가고 싶어도 못간다. 럴수럴수 이럴수가, 노란카펫 다음으로 붉은 단풍을 만나야 하는데, 올해는 포기해야겠다.

 

돈덕전 영역 조경정비공사가 12월 22일까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올해가 끝나기 전에 돈덕전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돈덕전은 대한제국의 외교 공간으로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고종은 즉위 40주년 칭경예식에 맞추어 국외 주요 인사들을 돈덕전에 초빙할 계획이었으니,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돈덕전은 르네상스와 고딕 양식을 절충한 형태라는데, 석조전에 이어 덕수궁의 새로운 볼거리가 될 듯 싶다. 

 

오솔길로 갈 수 없으니 석조전 뒷길로 걸고 있는 중~
아까와 달리 여기는 붉은 단풍 천지다
덕수궁 준명당을 지나는 중~
돌계단을 올라가 보아요~

아까는 노란 카펫이라면, 여기는 다양한 색으로 만들어진 카펫이다. 나무가 많아서 카펫이 훨씬 두툼하고, 걸으면 바스락 바스락 소리도 난다. 갈 수 없으니 더 가고 싶지만, 내년을 기약하고 사진만 담았다.

 

외진 곳이다 보니 낙엽이 더디게 떨어지나 보다~
덕수궁 정관헌!

고종이 가배(커피)를 즐겨마셨던 정관헌은 조선 역대 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봉안했던 장소다. 전통미보다는 동서양의 양식을 모두 갖춘 건물로 지붕은 팔작지붕으로 동양식이며, 건물은 차양칸과 난간을 서양식으로 꾸몄다. 가끔 내부를 공개하기도 하던데, 이날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줌으로 당겼다.

 

밀리터리 나무인가요?

잠시 쉬어가는 공간인 줄 알았는데, 여기와 담장 너머 시청앞 서울광장 일부는 궁궐 안 관청들이 있던 궐내각사 터라고 한다. 국가의 군사권을 관장하던 원수부와 황실의 업무를 보던 궁내부가 있었으며, 시강원, 태의원, 전화국 등 여러 관청이 있었다. 하지만 태평로 개설 때 일부가 도로에 편입되더니 절반 이상의 전각들이 사라졌다.

 

계단을 내려가면 호수가 뙇~
덕수궁 연지!

궁궐의 가을 나들이는 전각보다는 자연에 집중을 하게 된다. 경복궁이나 창덕궁에 비해 창경궁과 덕수궁은 허전하다 싶을 정도로 전각이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건물보다는 공간에 더 집중을 하게 된다. 하지만 돈덕전이 완공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석조전과 돈덕전은 다른 궁에서는 만날 수 없으니깐.

 

덕수궁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출발~
덕수궁 돌담길~

월동준비를 끝낸 나무들을 지나쳐,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동으로 간다. 왜냐하면 덕수궁 전경을 볼 수 있는 정동전망대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출입을 제한했다가 재개했다는 소식이 들려서 갔는데, 주말에만 그리고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만 가능하단다. 

 

아쉬움에 2019년 가을, 정동전망대에서 담은 덕수궁 전경이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고, 어느새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2022년도 이제 한달 남았다. 떠난 가을은 아쉽지만, 다시 찾아온 겨울은 반갑다. 이제는 첫눈을 기다려야겠다. 

2018.11.07 -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 역사관 옛모습 그대로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 역사관 옛모습 그대로

원래는 유럽식 궁궐이었는데, 미술관, 의사당, 회의장, 박물관, 다시 미술관, 전시관, 사무소 등으로 많이도 바꿨다. 갖다 쓰더라도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주면 되는데, 변신은 훼손을 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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