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
대한의원은 1907년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칙령으로 설립된 근대식 국립병원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의 맥을 잇고 있다. 그때 지은 건물이 여전히 남아 있으면, 지금은 의학박물관이 됐다는 거, 최근에 알게 됐다. 이런 곳은 절대 놓칠 수 없기에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학교병원으로 향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은 없다. 대학로에서, 창경궁에서 멀찍이 서서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다. 대학병원이니 어느정도 규모가 있겠구나 했지만, 마을버스가 다닐만큼 엄청난 규모인지는 몰랐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쪽에 있는 동문으로 들어가 한참을 올라갔다.
의학박물관은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맞은편에 있으며, 현대식 건물들 사이로 시간여행을 하듯 오래된 건물이 짠하고 나타났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굳이 지도를 확인하지 않아도 저기가 거기라는 거, 모르는 사람을 없을 거다. 1층은 집무실이고, 의학박물관은 2층에 있다.
상설전시실은 근대 서양의학의 도입, 일제강점기의 의학, 한국전쟁 이후 진료 등 역사를 담고 있다. 1885년 제중원, 1899년 광제원, 1907년 대한의원은 역사 교과서에서 배웠기에, 설명보다는 전시물에 초점을 맞췄다.
제중원은 개원 이래 첫 1년 동안 10,46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특히, 가난한 환자들은 무료로 진료했다고 한다. 걸인, 나병 환자로부터 궁궐의 세력가까지 전 계층이 제중원을 찾았다. 환자들의 주요 질환을 보면 말라리아가 가장 많았으며, 소화불량, 피부병, 성병 그리고 결핵, 나병, 기생충 등이 있었다.
지석영은 종두법의 전파, 의학교 초대 교장 역임 등 서양 근대의학의 도입과 의학교육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과거시험에 합격해 동래부관찰사, 동부승지 등을 역임한 관료로 서양문물 수용에 적극적인 의견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의학교는 최초의 근대적 국립 의학교육기관으로 3학년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5회에 걸쳐 총 5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해부, 생리, 약리, 진단, 내과, 외과 등을 가르쳤으며, 1902년 임상실습을 위해 부속병원을 설립했다. 이후 1907년 설립된 대한의원에 통합됐다.
유리주사기 모양의 직접 수혈기는 한 사람의 혈액을 즉석에서 다른 사람에게 옮겨주는 데 사용하는 도구이다. 바늘을 바꿀 수 있는 밸브가 있는 것이 특징이고, 출혈량이 많은 외과 수술이나 출산에서 주로 사용됐다고 한다.
몸 밖으로 나온 피는 응고되기에, 수혈 초기에는 혈액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있어야 하는 직접 수혈만이 가능했다. 1914년 혈액 항응고제가 개발되고 저온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현재에는 간접수혈법이 시행되고 있다.
대한의원은 당대 동아시아에서 손꼽을 정도의 규모와 시설, 의술을 자랑하는 병원이었다고 한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치과 등 전문분과별로 나누어진 근대적 종합병원이었고, 정교하게 짜인 교과과정에 따라 4년제 의학교육을 실시했다. 대한의원은 한국에서 현대적 병원의 시발이자 다른 병원들의 모델이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미군 공군 응급의료키트는 부상 등 응급상황에 필요한 의료도구가 담긴 가방이다. 1952년에 제작, 상처 소독세트, 붕대와 가위, 살균소독제, 물 정수용 약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플라시도 디스크는 안과에서 각막 표면의 모양을 검사해 난시 등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진단기기이다. 중도기계는 두창(천연두) 예방을 위한 종두시술에 쓰였던 도구이다. 중두침과 종두액, 두장판 등이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1920년대 출판된 각종 의학서적이다. 당시의 의학은 주로 독일의 영향을 받았기에 의학서적에 실린 상당수의 의학용어는 독일어로 되어 있다.
안경을 처음 발명한 사람과 그 시기는 정확하게 문헌에 남아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13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임진왜란 때 전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지체 높은 사람만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안경을 착용할 수 있었고, 비싼 안경을 쓰는 것은 대단한 자랑거리였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대할 때나 제사를 모실 때에는 안경을 벗는 것이 예의였다고 한다.
상설전시실과 달리 특별전시실은 입구에 서서 대충 훑어 보기만 했다. 이유는 전시실로 가는 중에 굉장한 관람 안내를 봤기 때문이다. 의학박물관이 있는 건물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계탑 건물인데, 그 시계탑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한다.
시계탑 전시실 관람은 평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 2회에만 한다는데, 10분 후면 4시가 된다. 전화 및 현장 예약이라는데, 마침 현장에 있으니 2층 사무실에 있는 직원에게 관람 예약을 했다. 건물은 2층이지만, 시계탑으로 가기 위해서는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대한의원 본관에 있는 시계탑은 건물 2층에 있는 좁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으며, 시계탑은 3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1층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가 약 7.5미터에 이르는 매우 높은 공간이다. 보통 건물의 2~3층에 해당할 정도로 높게 지은 것으로, 시계추가 오르내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기는 시계탑 1층으로, 밖에서 봤을때 3개의 유리창문이 있는 저곳에 해당된다. 대한의원 개원 당시 설치된 기계식 탑시계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것으로, 영국에 주문 제작됐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외부에서 보이는 탑시계는 전자식 쿼츠 시계이며, 여기서 보관되어 있는 시계가 그당시 기계식 탑시계이다. 대한의원 탑시계는 1950~1970년대 시계 고장과 수리가 반복되다가, 결국 1981년에 대규모 건물 보수공사를 거치면서 기계식은 퇴역하고, 전자식 쿼츠시계로 교체가 됐다.
퇴역한 탑시계는 정윤호 대한민국 시계명장이 완전하게 복원을 한 후, 일반에 공개가 됐다. 원래 자리는 아니지만, 시계탑 1층 공간에 전시 중이다. 작동을 멈춘 시계인 줄 알았는데, 안내직원이 태엽을 감으면 똑딱똑딱 움직이다.
시계탑 2층은 밖에서 봤을때 시계 아래 유리문이 보이는 장소이다. 유리문을 열면 테라스가 있어 바깥 전망을 볼 수 있다지만, 오르지 못할 계단이다. 그리고 3층은 시계가 있는 부분으로 테라스 공간에서 사다리를 타야 올라갈 수 있는 다락방이다. 평상시에는 손을 댈 일이 별로 없어 계단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왼쪽 사진 속 나무계단도 겁나 좁은데, 저길 올라가면 2층이 나오고, 사다리를 연결해야 시계가 있는 3층으로 갈 수 있다.
대한의원 탑시계는 19세기 후반 유행했던 평판(flatbed) 프레인 구조라고 한다. 비슷한 시기 서양에서 제작된 다른 탑시계들과 비교하면 시간에 맞춰 종을 치는 장치가 없어, 부품의 수가 그만큼 적고 단순한 외형이다. 철근 평판 프레인 위에 앞뒤로 비파형의 철판을 세워 형태를 잡고, 철제 축에 활동제 톱니바퀴를 조립해 만들었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시계탑은 1880년대말 경복궁 관문각, 두번째는 1901년 한성전기회사로 지금의 종로2가 YMCA 건물 부근, 세번째가 대한의원 시계탑이다. 앞의 두 시계탑은 유실됐지만, 대한의원 시계탑은 여전히 남아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계탑이 됐다. 참, 구 서울역사는 시계탑이 아니라 대형 벽시계이다.
■ 의학박물관 관람시간
월요일~금요일: 09:00~18:00 / 토요일: 10:00~15:00
휴관일: 일요일, 법정공휴일, 5월 1일 근로자의 날, 10월 15일 법인화 기념일
'전시가좋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폐 속 바다 이야기"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19) | 2023.03.09 |
---|---|
"서울100년이야기관 & 작가갤러리 & 서대문여관 & 스코필드기념관" 돈의문박물관마을을 걷다! (22) | 2023.03.07 |
"화폐 속 여성들의 이야기"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6) | 2023.03.02 |
3.1절을 기념하며~ "꼭 가봐야할 곳 10" (26) | 2023.03.01 |
돈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워~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3) | 2023.02.28 |
바다의 은밀한 지배자 해조류 | 바다 환경을 부탁해 (in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20) | 2022.08.18 |
바닷속 이야기 충남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16) | 2022.05.31 |
작가 김유정의 모든 것 강원 춘천 김유정문학촌 (19) | 2022.04.21 |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나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16) | 2022.03.22 |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서울공예박물관 (13) | 2022.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