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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in 국립중앙박물관)

전생, 환생, 윤회를 믿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인데, 아무리 신이라 해도 매번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 내기 힘들지 않을까? 재활용이나 리사이틀처럼 죽은 사람을 손질(?)해서 새사람으로 만들어 다시 세상으로 보내지 않을까 싶다. 이걸 알고 있던 우리 선조는 영원한 삶을 기원하기 위해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를 만들어 무덤에 넣었다. 전생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쁠까? 귀찮을까? 슬플까? 호캉스 아니고 박(물관 바)캉스를 위해 찾은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억수로 비가 내렸던 7월의 어느날, 박캉스하러 국립중앙박물관에 왔어요~

호캉스는 돈이 들지만, 박캉스는 돈이 들지 않는다라고 하고 싶은데, 돈이 든다. 왜냐하면 유료 관람을 해야 하니깐. 무료 관람이 가능한 상설전시를 보려고 했는데, 들어오자마자 배너에 시선이 꽂혔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 특별전은 경주 황남동 출토 토우장식 토기 100여 점과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상형토기 일괄 등 고대 신라, 가야의 장송의례에 사용되었던 300여 점의 유물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이다.

 

장소는 지난 2월 외규장각 의궤를 했던 상설전시실 1층에 있는 특별전시실이다. 10월 9일까지 하며, 무료가 아니라 유료(성인 5,000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볼거리가 겁나 많은데 굳이 돈을 내고 봐야할까? 그렇다. 진귀한 전시회라서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참, 전시실 내부가 꽤나 어둡다. 그만큼 진귀한 유물이라는 의미다.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플래시뿐만 아니라 보조광도 안된다. 안내직원이 보조광을 가리는 스티커를 주는데, 손가락을 가리고 찍을 수 있어 괜찮다고 했다. 지난 외규장각 의궤때 똑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플래시뿐만 아니라 보조광도 유물을 손상시킬 수 있나 보다.

 

전시장으로 들어가기 전, 다섯가지 질문과 답을 먼저 만났다.
첫 번째, 이 여정은 누구의 이야기일까요?
지금으로부터 약 1,600년 전 신라와 가야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들이 살았던 삶을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 왜 영원한 여정일까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런데 죽음은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죽음 이후에도 다음 세상에서 지금처럼 삶은 계속 된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특별한 동행은 무엇인가요?
동물, 사물, 사람들의 모습을 닮는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의 동행이다. 영원한 삶을 기원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 무덤에 넣었다.

네 번째, 이 특별한 동행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을 극복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 마음을 담은 동행은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됐고, 소중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섯 번째,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동행자들의 모습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동행자들이 살던 시대로 들어가 당시 일상을 경험해보거나, 나의 여정에 어떤 동행자가 있으면 좋을지 상상해 봐라.

 

1부. 영원한 삶을 위한 선물, 상형토기

장송의례에 사용한 "사슴모양 뿔잔" 가야 5세기 함안 말이산 45호 무덤
"배모양 토기" 무덤의 주인공이 배를 타고 다음 세상으로 떠나갈 수 있기를 기원
"금동관" 무덤의 주인은 아라가야의 최고 권력자
"등잔모양 토기" 무덤 안에서 어둠을 밝혀준 등잔

말이산 45호 무덤에서는 집모양 토기 2점이 발견됐는데, 하나는 부서진 상태, 다른 하나는 온전한 상태였다. 부서진 채로 발견된 1점은 지붕이 없다. 토기를 부숴서 무덤 속에 묻는 것은 죽음 이후의 세상을 위해 마련한 공간에서 치르는 의식이었다.

 

3세기 후반 무렵 경주에서 시작되어 4세기 이후 주변 지역으로 퍼진 "새모양 토기"
이건희 기증품이라고 해서 줌 촬영~

오래전부터 농경사회에는 새를 숭배하는 전통이 있었다. 새는 곡식의 씨앗을 물어다 주는 곡령으로서 풍요를 상징하고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매개자로 장례에도 사용됐다. 새모양 토기는 경주지역에서 3세기 후반에 사용되기 시작해 주변지역으로 확산됐다. 

하늘을 인도하는 또 다른 안내자로는 물의 기운을 가지고 하늘로 승천하는 상상의 동물 용이 대표적이다. 높게 솟은 동물의 뿔은 하늘과 연결하는 신성한 매개체로 권위를 상징한다.

 

"상서로운 동물모양 토기" 혀를 길게 내밀고 있는 용모양으로 만든 주자

상서는 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라는 뜻으로 용은 가장 대표적인 상서로운 상상의 동물이다. 신라에 용무늬가 나타난 것은 눌지왕 8년 고구려와 사신 왕래 이후로, 용이 영혼을 태워 승천한다는 도교적 내세관의 영향을 보인다.

 

말머리모양 뿔잔은 뿔의 권위와 말의 상징성을 결합해 정성껏 빚어 만든 제의용 그릇이다. 동물의 뿔은 오래전부터 권위를 상징했기에 다양한 재질로 뿔잔을 만들었다.

 

"신발모양 토기" 삼국 5세기 부산 복천동 53호 무덤

짚신모양 토기 한 쌍이 무덤에서 발견됐다. 두 점 중 1점의 위에는 잔이 놓여있고, 다른 1점에는 잔이 붙었던 흔적만 남아있다. 짚신의 바닥모양, 줄의 연결 위치와 형태 등 실제 구조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당시 사용했던 짚신의 모습을 복원할 수 있었다. 먼 길을 떠날 영혼의 편안한 발걸음을 기원하고자 이 짚신을 만들어 무덤에 넣은 듯 싶다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말 탄 사람 토기" 삼국 5~6세기
"말모양 토기" 삼국 5~6세기
말모양 토기로 이건희 기증

말은 고대 건국설화와 의례에서 탄생과 죽음을 알리는 신성한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삼국시대에 전쟁과 운송에 말이 더욱 중요한 자원으로 이용됐다. 5세기 무렵 장례문화에도 이러한 인식이 반영되어 말 탄 사람 토기와 말모양 토기를 무덤에 묻었고, 말 그림을 토기에 새겨 장식했다.

 

말 탄 사람 뿔잔은 삼국시대 말에 입힌 갑옷의 구조를 알려주는 상형토기이다. 삼국시대 말갑옷은 비늘갑옷이다. 구성품은 목을 보호하는 경갑, 가슴을 보호하는 흉갑, 몸통을 보호하는 신갑, 엉덩이를 보호하는 고갑 등인데, 이 토기에는 흉갑과 신갑이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말모양 뿔잔" 삼국시대 이건희 기증
"말 탄 사람 토기" 신라6세기 경주 금령총
"배모양 토기" 신라6세기 경주 금령총

금령총은 신라 어린 왕족의 무덤이다. 무던 안에는 말 탄 사람 토기와 배모양 토기가 한 쌍씩 묻혀있다. 말 탄 사람 토기는 주인상과 시종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시종상은 한 손에 방울을 들고 있어서 흔들어 소리를 내며 가는 것 같다.

배모양 토기에도 노를 젓고 있는 두사람이 있다. 금령총에 묻힌 사람은 뭍에서도 물길에서도 어디든 함께 가는 동행이 있어서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모든 토기가 다 그랬지만, 어쩜 이리도 정교하고 디테일한지 보고 또 보고 또또 봤다. 사진은 보조광을 가려야 했기에, ISO를 2000으로 설정한 후 촬영했다.

 

"수레바퀴장식 뿔잔" 이동수단으로서의 의미를 담아 묻은 것
"집모양 토기" 삼국 5세기
다양한 등잔모양 토기

집과 등잔은 다음 세상에서도 계속될 편안한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다. 집모양 토기는 의례용 그릇이지만 기둥과 출입문, 지붕 등 집의 건축 요소가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무덤에는 어둠을 밝히는 도구인 등잔모양 토기도 넣었는데, 영원히 살아갈 공간에 불을 밝혀줄 것이다.

 

"배모양 토기" 삼국 이건희 기증

신라와 가야지역에서 용도에 따라 구조가 다른 여러 가지 배모양 토기가 발견되는 것은 당시 배가 일상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지증왕 6년에 선박에 관한 법을 제정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2부. 헤어짐의 이야기, 토우장식 토기

토우장식 토기는 상형토기와 마찬가지로 장례를 준비하며 만든 제의용 그릇이다. 토우장식 토기에는 장송 의식을 함께 치르거나 일상의 한순간을 표현해 떠나는 이뿐만 아니라, 보내는 이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다. 살아있을 때 함께 했던 순간을 담은 일상의 모습들, 주위의 동물들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신라의 토우장식 토기에는 상징적인 동물이 등장하는 장면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장송의례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모습과 내세관이 시간이 멈춘 듯 토우들에 그대로 남아 있다.

비슷한듯 다른 여러 토우장식 토기들이 진열장에 들어 있는데, 이중 3~4개는 미디어아트로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그중 하나를 영상으로 담았다. 1분이라서 스킵해도 되지만, 관심있다면 봐주세요~~

 

제목은 함께한 순간들, 부제는 사냥하는 사람들.

토우는 흙으로 만든 인형이다. 선사시대부터 실물로 본떠 만드는 것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무덤에서 장송의례에 사용된 것은 신라 경주에서 발견됐다. 상형토기와 마찬가지로 제의용 그릇으로 음식이나 음식 재료를 담아 의례에 사용한 후 무덤에 넣었을 것이다.

토우장식 토기를 넣은 무덤은 돌무지덧널무덤과 돌덧널무덤이며, 대부분 경주 대릉원과 그 주변에 위치한다. 토우장식 토기에는 죽은 이의 영혼을 잘 보내고 사후세계에서도 현재와 같은 삶을 살길 바라는 재생, 탄생, 부활의 상징들이 표현되어 있다. 이는 삶과 죽음이 단절되지 않고 죽음이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진다는 생각과 맞닿아 있다.

 

신라 5세기 경주 황남동 유적

토우에 표현된 동물은 개, 말, 멧돼지, 사슴, 오리, 가마우지, 개구리, 거북이, 자라, 뱀 등 신라 사람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호랑이, 표범, 여우, 물개도 등장하는데, 이는 신라인들의 세계관에서 재생, 부활 등 동물들이 가진 중요한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황남동 동물 토우를 보면 1,600년 전 신라 사람들이 동물의 행동과 핵심적인 특징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포착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죽음의 순간을 지키는 사람 토우(신라 5세기)" 얼굴에 천을 덮고 있는 주검 앞에서 한 여인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젖가슴을 드러낸 여인의 모습으로 미루어 어머니와 자식으로 보인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는 모두 흙으로 인물,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들어 무덤에 넣었으며, 죽은 이를 보내기 위한 의례에 사용했다. 비슷한 점이 더 많지만 다른 점도 있다. 상형토기는 동물과 사물을 주로 본떠 만들었다면, 토우장식 토기의 주인공은 인물과 동물이다. 상형토기는 3세기 중반 이후, 토우장식 토기는 5세기에 유행하다 6세기 신라가 새로운 통치 이념으로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점차 사라지게 된다.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는 비슷한 듯 다르지만 무덤에 넣었을 때는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죽은 이가 어디서든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는 마음"

2023.02.09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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