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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 겁나 이국적이야~ (in 국립중앙박물관)

30℃만 넘어도 덥다고 난리인데, 40℃가 넘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로 떠난다? 비즈니스를 타고 떠날 정도로 여유가 있어도 피할 거다. 왜냐하면, 내돈내산으로 더위를 먹고 싶지 않으니깐. 그래서 시원하고 아늑하며 뱅기를 타지 않아도 되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떠났다. 그리스 &로마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1부. 신화의 세계

그리스·로마 신화는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 라틴어권에서 신화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어 뮈토스에서 유래했는데,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자연을 움직이는 막강한 힘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그리스 사람들은 신의 분노, 신들의 싸움, 영웅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를 통해 물리적 세계와 사물의 기원을 파악하려고 했다. 

신화는 인간 나름의 세계에 대한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로마의 신은 인간과 닮아 있다. 사람들은 신이 인간과 비슷하게 감정을 느끼고 행동한다고 생각했으며, 외모는 아주 건강하고 아름다운 인간 같은 모습일 거라고 상상했다.

 

가니메데스 또는 파라스 / 유피테르의 변신이야기 / 유피테르일까 바쿠스일까

가니메데스는 원래 소와 염소를 기르는 목동이었다. 제우스는 가니메데스에게 반해 독수리로 변신해서 올림포스 산으로 데려갔다. 거기서 술을 따르는 시종이 됐다.

파리스는 트로이라는 나라의 왕자였다. 파리스는 헬레네에게 반해 그녀를 트로이로 몰래 데려갔다. 헬레네는 스파르타라는 도시를 다스리는 왕비였다. 이 일로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의 큰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신들의 왕

제우스 / 유피테르(그리스식 / 로마식 이름)는 하늘을 다스리는 최고의 신이다. 번개, 비, 눈을 다스리고, 날씨를 바꿀 만큼 막강한 힘을 가졌다. 오른손에 든 번개는 제우수 / 유피테르가 가진 힘을 나타낸다. 왼손에는 지금은 없지만 원래 왕이 드는 화려한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제우스 / 아테나의 탄생(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남)

왼쪽부터 사냥과 초목의 여신 디아나, 상업과 도둑의 신 메르쿠리우스, 발 빠른 메르쿠리우스,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 양치기의 신 파우누스 그리고 목욕하는 베누스.

청동은 돌과 더불어 상을 제작하는 데 많이 쓰인 재료였다. 청동은 흘러내리는 머리다발과 같은, 돌로는 구현할 수 없는 표현을 할 수 있었고, 더 역동적인 자세를 취해도 석상보다 잘 버텼다고 한다. 

 

아모르와 함께 있는 베누스 / 의술의 신 아이스쿨라피우스
그리핀의 머리를 한 스핑크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기괴한 생물이 많이 등장한다. 켄타우로스처럼 인간의 모습에 짐승의 몸을 부분적으로 결합하거나, 그리핀처럼 서로 다른 짐승의 몸을 혼합하기도 한다. 이는 인간의 감춰진 원초적 욕망을 투영시킨 대상으로, 위협이나 위험의 상징이었지만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힘을 가진 존재이기도 했다.

 

반은 인간 반은 말인 켄타우로스 / 그리핀 머리 모양의 리톤
포효하는 사자 / 곤봉을 든 헤르쿨레스와 아들 텔레푸스
천하제일의 장사 헤르쿨레스
네메아의 사자와 싸우는 헤라클레스

네메아 골짜기에 사는 사자가 사람들과 가축을 해쳐서 원성이 높았다. 보통의 무기로는 사자의 가죽을 뚫을 수 없었는데, 헤라클레스는 몸을 던져 사자를 땅에 누르며 씨름하고 있다. 붙잡힌 사자는 입은 벌어지고 혀는 쭉 내밀고 있다. 이야기의 극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사자의 앞모습만 화면에 담았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영웅들은 초인적인 힘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위업을 이룩했다. 특히, 가족을 해친 헤라클레스가 속죄를 위해 수행해야 했던 열두 가지 과업을 불굴의 의지로 달성하고 영생을 부여받은 이야기는 큰 인기를 얻었다. 헤라클레스는 로마에서 헤르쿨레스로 불렀다.

 

페가수스
아테나 / 미네르바 (그리스식 / 로마식 이름)

그리스 신화는 인간의 모습을 한 신들이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다른 문화권의 신화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생로병사를 겪으며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과 달리, 불면의 존재인 신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 즉 가장 아름답고 젋고 건강한 시절의 인체로 표현되었다.

 

로마에서 포도주와 연극의 신으로 숭배한 바쿠스 (그리스에서는 디오니소스)
아름다운 것이 선한 것

몸통만 남은 이 조각상은 사랑의 여신 베누스(아프로디테)가 욕조에서 나오는 순간을 표현했다. 맨몸인 상태지만 오른쪽 다리는 천으로 덮여 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사람의 몸은 예술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2. 인간의 세상

로마는 기원전 2세기부터 오랫동안 이어진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자연스럽게 그리스 문화를 경험했다. 로마는 전쟁에서 얻은 그리스의 예술 작품을 로마로 가져가 집 안이나 공공장소에 두어 로마가 강하다는것을 보여주려 했다. 로마는 사람의 얼굴을 따라 만든 초상에 관심이 많아, 그리스 미술과는 다르게 겉모습을 최대한 실제와 비슷하게 만들려고 했다.

아모르와 함께 있는 베누스 / 이상적 신체 비례의 탐구
왼쪽부터 사포와 에린나 / 라오콘 / 철학자 또는 이방인 /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이시스 여신으로 표현된 클레오파트라 2세의 조각상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스르의 초상
드루수르의 초상 / 하드리아누스의 초상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초상

로마 제국 모든 도시의 광장, 신전, 공공건물, 거리, 빌라에서 로마 황제들의 전신상과 흉상을 볼 수 있었다. 황제의 상은 황제가 스스로 만들어 세우는 것이 아니라 원로원, 관료, 시민 등 사회 전체가 황제에 대한 충성과 공경을 나타내기 위해 건립했다. 

 

토가를 입은 남성의 초상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조각상에는 정해진 특징이 있어 주인공의 옷이나 모습을 보고 직업이나 조각상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이 조각상의 주인공은 시민 중에서도 제1의 시민이라는 걸 드러내고 싶었던 로마 황제이거나 영향력이 강한 일반 시민이었을 것이다.

 

귀부인의 초상 / 카라칼라 황제의 스타일로 묘사된 남성의 초상

로마 시대 존경받던 귀부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초상이다. 눈과 입 주면, 눈썹 사이를 보면 나이가 든 것이 보이지만 여전히 당당한 모습이다. 머리카락을 땋에 두른 것은 당시에 유행하던 머리 모양이다. 로마의 조각상은 시대마다 머리 모양이 달라, 만들어진 시대를 유추할 수 있다.

황실 인물들의 초상은 로마 제국 전역의 취향을 바꾸어 놓았다. 민간에서도 당시 유행하던 통치자 초상의 스타일을 따라 선조들의 초상 전시 공간이나 무덤에 놓을 기념상을 만들었다.

 

3부. 그림자의 제국

그리스 로마 사람들에게 죽음은 중요한 주제였다. 사람이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산 사람이 계속해서 죽은 사람을 기억한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은 사람을 잊지 않고 자신도 잊혀지지 않기 위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무덤을 만들고, 무덤 앞에는 커다란 조각상과 장식물을 두었다.

하데스로 가는 문

문 앞에 있는 3개의 계단을 오르면 아름다운 무늬의 따로 꾸며진 문에 도착한다. 이 문은 지하 세계 하데스로 들어가는 문이다. 문에는 무덤에 묻힌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고, 다른 사람이 이 무덤 자리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내용과 이를 어길 시 내야 하는 벌금이 적혀 있다.

 

다섯 사람의 흉상이 있는 묘비 / 소년의 관
루키우스 아틸리우스 글라브리오의 유골함 / 율리아 베라의 유골함
신과 함께

날개가 달린 사랑의 신 아모르가 클리페우스라고 부르는 크고 둥근 방패를 들고 있다. 여기에 망자의 이름을 물감으로 적었을 것이다. 석관 앞면의 왼쪽과 오른쪽 끝에도 아모르가 연인 프시케와 함께 나타난다. 아모르와 프시케의 이야기처럼 신에게 사랑받아 불멸의 삶을 얻는 인간을 주제로 한 장면은 장례 미술에서 행복한 사후 세계를 기원하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어린 헤르쿨레스의 상

땅에 닿는 긴 망토를 두르고 왼손에는 곤봉을 잡은 어린 소년의 상이다. 정수리 부분의 머리를 묶고 머리띠를 둘렀는데, 이는 로마시대에 유행하던 아이들의 머리 모양이다. 헤르쿨레스의 상징물인 곤봉 덕분에 이 소년은 어린 헤르쿨레스로 불렀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는 원래부터 별개였다. 다만,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하게 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로마가 그리스 신화를 수용하고 모방해 두 나라의 신화가 많은 공통점을 갖게 되어 우리는 두 신화를 자연스럽게 묶어 부르게 됐다. 

로마에게 그리스라는 자양분이 없었다면, 서구의 철학과 예술, 문학이 지금처럼 꽃필 수 있었을까? 그리스에게 로마가 없었다면, 그리스의 문화가 지금처럼 우리에게 알려졌을까? 앞 시대였던 그리스는 로마에게 다양한 문화를 전했고, 로마는 그리스의 문화를 즐기고 퍼트려서 그리스 문화를 더 오래, 더 널리 남길 수 있었다.

 

사전답사는 여기까지, 폭염이 없는 어느 멋진 날 그리스와 이탈리아로 날아가 직접 만나고 싶다. 참, 국립중앙박물관 3층에 전시 중인 고대 그리스·로마실은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의 소장품으로 꾸몄다. 전시는 2027년 5월 30일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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