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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대저토마토를 찾아~ 외발산동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대저토마토의 존재를 작년에 처음 알았다. 마침 부산에 갈 일이 있어, 전통시장에 들렸다. 과일가게에서 대저토마토가 있냐고 물어보니, 철이 지나서 없단다. 그때 알았다. 다른 토마토와 달리 재배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작년에 놓친 대저토마토를 찾아 부산이 아닌 서울에 있는 강서농산물도매시장으로 간다.

 

서울시 강서구 외발산동에 있는 강서농산물도매시장 (feat. 의도치 않게 비둘기 연출)

서울을 대표하는 도매시장으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있다. 청과물에 수산물까지 거의 모든 품목을 다 취급하고 있다. 근처에 살고 있다면 자주 갔을테지만, 서울 서남권이 살고 있다보니 가락동이라는 동네 자체를 가본 적이 없다. 대저토마토 하나 사러 서울 동쪽에 있는 가락동까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있을때, 불현듯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이 생각났다.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은 서남권 농수산물도매시장이라고 하니 가락동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듯 싶다. 배치도만 봐도, 어마어마한 규모가 느껴진다. 가운데 청과물동을 중심으로 건물이 무지 많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이지만, 수산물도 취급하고 있다.

 

누가 도매시장 아니랄까봐, 트럭이 무지 많다~

청과물동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느낌적인 느낌상 축구장보다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건물은 트럭이 지나갈 정도로 하나의 공간으로 되어 있는데, 경매를 하는 곳이다. 경매는 주로 이른 아침에 진행되므로, 도착했을 때는 다 끝나고 물건을 옮기거나 청소 중이었다. 경매를 보려고 온 건 아니므로, 사진만 담고 후다닥 밖으로 나왔다. 

 

배치도에서 청과물동이 독특하다 싶었는데, 메인 홀이라 할 수 있는 중앙은 경매를 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오징어 다리처럼 메인홀에서 뻗어나온 건물에는 도매상점이 있다. 독특한 구조는 아마도 동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누가 도매시장 아니랄까봐, 파도 양파도 겁나 신선하다. 막 경매를 끝난 듯 싶고, 소포장은 안되지만 개인도 살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버스를 타고 시장에 왔다는 거다. 저렇게 크고 무거운 파와 앙파를 들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자신이 없으니, 그림의 떡이다. 조생종 양파는 사과처럼 아삭하고 단맛이 가득하며, 지금이 제철이라는데 들고 올 자신이 없어서 한없이 바라만 보고 나왔다. 

 

강서농산물 도매시장은 이번이 처음인데, 수협강서수산시장은 종종 갔다. 노량진에도 수산시장이 있지만, 이곳을 안 이후부터는 여기만 다닌다. 버스가 아니라 차를 갖고 와야 했는데, 생각이 짧았다.

 

대용량을 취급하는 도매시장이다 보니, 경매장 옆에는 상점이 그리고 상점 바로 앞에는 트럭 등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나 보다. 참, 청과물동에는 각 입구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으며, 그 번호마다 취급하는 물품이 다르다.

 

찾았다. 대저토마토~

대저토마토를 찾았는데, 생김새가 묘하다. 하나는 여기저기 상처에 푸르딩딩하고 하나는 새빨갛다. 어느 것을 사야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상인 왈. "오늘 경매에 만원이 넘는 대저토마토가 있었다." 대저토마토마다 등급 차이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으니 더 좋은 녀석(?)을 찾아 좀 더 둘러봐야겠다.

 

아주 익숙한 방울과 일반 토마토

건너편이라고 해야 할까나? 같은 건물인데 아까는 왼쪽, 이번에는 오른쪽이다. 토마토가 보이는 점포마다 들려서 대저토마토가 있냐고 물어보니, 짭짤이토마토를 찾냐고 되물어 본다. 이건 또 무슨 말??

여기서 잠깐, 대저토마토는 서울시 강서구가 아니라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를 말한다. 3월부터 5월이 제철이며, 토질에 염분이 많은 해안 지대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독특한 맛이 난다. 그 맛이 바로 짠맛이다. 

 

2.5kg, 15,000짜리 대저토마토

우연? 상술? 알 수는 없지만, 짭짤이 토마토를 만났다. 상인 왈, 박스는 같을지 몰라도, 모두 다 짭짤이는 아니다? 둘의 차이가 뭐냐고 물어보니, 대저에서 생산되는 모든 토마토에 동일한 박스를 사용한다. 그래서 박스보다는 생산자로 구별을 해야 한다고 한다.

속으로 생산자까지 알아야 해? 이거 엄청 복잡하구나 하고 있는데, 상인분이 구석에서 상자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가족에서 주려고 한박스 숨겨뒀다면서, 니가 찾던 짭짤이 토마토라고 하면서 보여준다. 

 

끝물에 만난 귀한 대저토마토

상자를 열고 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첫 느낌은 '이게 모야?' 였다. 자고로 토마토는 빨간색인데, 이건 푸르스레한 미성숙 상태다. 크기는 방울토마토보다는 크고, 일반 토마토보다는 많이 작다. 

나의 표정을 읽은 상인 왈, "짭짤이는 원래 이렇다. 그리고 완숙이 가격이 더 저렴하다. 지금이 가장 좋은 상태이며, 바로 먹어도 충분히 달고 맛있다." 아까 만난 상처 많은 대저토마토는 7,000원, 요건 15,000원이다. 호갱이 된다해도 어쩔 수 없다. 아는 정보가 없으니깐. 

 

대저토마토는 낙동강 하구의 비옥한 토양에서 한겨울을 이겨내기에, 과육이 단단하고 씹는 맛이 좋다. 비타민 C가 풍부하며, 일반 토마토에 비해 당도가 높고 짭짤한 맛이 난다. (ⓒ 부산역사문화대전)

 

위의 설명처럼 정말 그럴까? 우선 미성숙이 아니다. 생김새는 푸르스레하지만 육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겁나 단단하다. 더불어 짭짤이라는 이름답게 짠맛이 살며시 올라온다. 소금의 짠맛까지는 아니지만, 예상히 못한 맛이라서 당황 & 신기하다. 단단한 과육을 오래오래 씹으며 짠맛은 사라지고 단맛이 확 느껴진다. 짠맛때문인지 몰라도 신맛은 거의 없다.

빨갛게 완숙이 되기 전에 먹어야 단단한 과육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대저토마토라는 이름답게 그동안 먹었던 토마토와는 확연히 다르다. 진작에 알았으면 3월부터 먹었을텐데, 끝물이라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내년에는 서울시 강서구가 아닌 부산시 강서구에서 대저토마토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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