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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웹툰 | 다양성 만화전시 (in 한국만화박물관)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스마트폰을 통해 웹툰을 보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래~ 이제는 웹툰이 대세구나' 하면서, 여전히 종이책을 놓지 못한다. 소설은 진작에 밀리의 서재로 갈아탔는데, 웹툰은 여전히 단행본을 고수하고 있다. 맘에 드는 작품을 만나지 못해서라면, 한국만화박물관의 다양성 만화전시 ' 형형색색'을 통해 웹툰과 친해져야겠다.

 

한국만화박물관 입구에 있는 대형 헬로카봇!
한국만화박물관은 결기도 부천시 원미구 길주로 1에 있어요~

한국만화박물관의 제2회 다양성 만화전시 형형색색은 2022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다양성 만화 제작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만화 중 인생의 꿈,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창작자의 취향과 취미를 담은 독창적인 만화를 선별해 전시했다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다양성 만화라고 명명되어 자칫, 독자들과의 만남의 폭이 적을 수 있는 훌륭한 만화 작품들을 한국만화박물관의 형형색색 기획전시를 통해 소개한다. 웹툰과 친해져야 하는데, 그 시작이 쉽지 않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웹툰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내 손 안의 만화 세상이라고 한다. 그 세상을 이해 못하고 종이책으로 발행될 때까지 기다리는 1인, 여기 있어요~ 

만화는 여가 시간을 즐기는 스낵컬처라고 하지만, 다양성 만화로 호명되는 많은 작품들은 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화에 담아내면서 작품의 깊이감과 독창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총 6 작품을 전시 중인데, 몇 작품이 내 맘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확인해야겠다.


떼루아의 맛 글: 신이현 / 그림: 김연수

떼루아의 맛은 한국에서 농부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프랑스 남자 도미니끄와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드는 이야기이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는 프로그래머였던 도미는,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농부의 꿈을 위해 가족과 함께 충청북도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떼루아는 프랑스어로 땅을 뜻하는 단어이다. 와인이 온 땅을 가리킬 때 흔히 쓰는 말로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를 칭한다. 

 

포도 농장의 사계절

검색을 하니, 단행본으로 나왔다. 웹툰과 좀 더 친해지고 싶은데, 상하가 아니라 좌우로 만화를 봐야겠다. 웹툰도 웹툰이지만, 이들 부부가 만들어내는 와인 맛이 더 궁금하는 거, 안 비밀이다. 


노인의 꿈 (글·그림: 백원달)

노인의 꿈은 주인공 윤봄희가 어느덧 50세로 접어들 무렵의 눈이 내리던 겨울, 81세의 심춘애 할머니가 그녀가 운영하는 미술학원에 그림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림을 배워본 적 없는 심춘애 할머니의 꿈은 영정사진으로 쓸 자화상을 그리는 것이었고, 이를 계기로 윤봄희는 심춘애 할머니와 일주일에 한 번씩 총 열 번의 수업을 한다. 

이 작품은 시간은 켜켜이 쌓여가고, 모든 존재는 낡고, 늙고, 늙어감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인생의 시간 속에서 따뜻함을 발견하게 해준다.

 

그림체가 내 스타일이야~
웹툰을 보면서 펑펑 운다는데 한표!

검색하니, 네이버 시리즈에 있다. 총 35편으로 작년 10월에 완결됐다. 무료라고 나와있어 보기를 클릭했는데, 네이버웹툰 유한회사에서 동의를 하라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선택이라면 바로 동의했을 텐데, 필수는 좀 생각해 봐야겠다. 


나머지 웹툰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전시 중~

 

미용실스태프 (글·그림: 마브로)

자신감이 넘치는 사회 초년생 신나리를 미용 프랜차이즈 아무아트 헤어에 막내 스태프로 취업하게 된다. 남들은 세 번, 네 번 떨어진다는 미용사 자격증을 18세에 합격했기에 내심 자신이 미용 천재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미용실에는 15살에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진짜 미용 천재 스태프 장 차단희가 있었다.

미용실 스태프는 트라우마 때문에 가위를 들지 못하게 된 차단희와 매사에 서툴지만 씩씩한 신나리와의 미용봉사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가위를 들게 되는 이야기로, 청춘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성장 드라마일 듯~
포토존!

구글에서 검색을 했는데, 형형색색 전시회 관련 페이지만 나오고 웹툰은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다. 딱 맘에 들었는데, 볼 수가 없으니 더더욱 보고 싶다. 참, 웹툰 + 미용실 스태프로 검색을 해야지, 제목으로만 검색하면 구인광고만 잔뜩 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적색목록 (글·그림: 백영옥)

웹툰인 듯! 아닌 듯! 형형색색 인정~

적색목록은 멸종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동물과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이다. 인간은 동물의 삶을 모두 파괴하고도 홀로 남아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작가는 자세한 설명 없이 우직하게 과거와 현재, 다가올 미래를 그려낸다. "이 이야기는 멸종의 고통을 기록하고, 희미해지는 이름을 기억하고, 동물에 대한 야만을 멈추라고 지르는 소리다." (작가 왈)

참, 그래픽 노블은 문학작품처럼 깊이 있고 예술성이 넘치는 작가주의 만화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기존 코믹스에선 보기 힘든 깊이를 추구하며 예술적 실험성이 두드러지는 게 특징이다.


하나의 사물 (글·그림: 맹하나)

하나의 사물은 사물이라는 소재를 통해 개인의 서사를 풀어나가는 웹툰으로, 주인공 하나의 주변 사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쓰여왔던 도구로서 사물에 대한 시각을 벗어나 인간과 사물이 교감하며, 그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 하나의 일상을 만화로 풀어냈다.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일 듯~

미용실 스태프처럼 하나의 사물도 어디서 볼 수 있는지 검색이 안 된다. 전시도 좋지만, 작품을 볼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줬더라면... 김치를 담갔는데, 간이 맞았는지 맛만 보고 누군가에게 뺏긴 기분이다.


어떤 탐험일지 (글·그림: 이루비)

종로, 을지로의 옛공간을 담았다!

어떤 탐험일지는 세계인이 즐기는 지오캐싱이라는 활동을 통해 일상을 탐험하는 과정과 생각을 담은 만화이다. 지오캐싱은 국내에는 생소하나, 전 세계에 사람들이 즐기는 일종의 보물찾기이다. 지오캐싱의 룰은 간단하다. 지도를 보고, 숨겨져 있는 캐시를 찾고 방명록에 이름을 쓴 뒤, 원위치에 숨기는 것이다. 

이 만화는 작가가 탐험하며 만났던 인연, 경험, 생각 등을 수집한 기억들의 편린이 사라지기 전에 남겨놓은 탐험일지다. 이제는 사라져 버린 도시의 옛 골목의 풍광을 도시의 탐험가인 이루비 작가가 상상력과 필력으로 작품 속에 차곡히 담아 놓았다.

 

숨겨진 캐시가 330만 여개나 되다니~
사라진 예지동 시계골목 / 문래동 철공소 골목

예전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더라면, 만화가는 아니더라도 이루비 작가처럼 나만의 여행 드로잉북은 만들었을 거다. 작품은 부러움보다는 존경인데, 작가의 여행 드로잉북은 겁나 부럽다.

참, 다른 웹툰과 달리 어떤 탐험일지는 로그인이나 동의 없이 바로 볼 수 있다. https://pipiruby.postype.com/series/1152378

 

어떤 탐험일지 (단편만화) : 포스타입 시리즈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짧은 만화로 그렸습니다. 탐험, 모험, 여행 이라는 말은 너무나 두근거리지요!

pipiruby.postype.com


한국만화박물관인데 만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없다? 당연히 있다. 만화도서관은 2층에 있으며, 단행본은 물론 PC로도 볼 수 있다. 사진을 찍고 바로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면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참, 전시실과 달리, 만화도서관은 별도의 요금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행복하세용은 한국만화박물관 2024 신년 카툰전이다. 1층 로비에서 볼 수 있으며, 총 70여 점의 작품 중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뽑은 4점만 소개한다.

 

용의 해 (이희재)
개천에서 용난다 (허어)
가자의 평화용 (이대열)
Finsh Move! (양정인)

웹툰과의 거리는 여전히 평행선이긴 하나, 예전보다 조금은 좁혀졌다. 왜냐하면, 단행본으로 시작해 지금은 매주 챙겨보는 웹툰(백수세끼)이 있기 때문이다. 종이만화책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웹툰에 대한 불편함이나 편견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한국만화박물관은 꽃피는 봄에 상동호수공원으로 나들이 계획이 있는데, 그때 도서관에서 죽치고 만화삼매경에 빠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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