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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창천동 미네르바

커피 = 사약(무지 쓴맛) 공식이 깨진 건, 지난 7월 신촌에 있는 카페 미네르바였다. 원두일까? 커피머신일까? 바리스타의 스킬일까? 그 차이는 알 수 없지만, 때깔은 분명 사약인데 난생처음으로 쓴맛이 아닌 묵직한 깊은맛과 고소함이 느껴졌다. 그날 이후 커알못에서 커피애호가로 거듭났으며, 이제는 핸드드립 커피에 도전하고자 한다. 

 

미네르바는 서울시 서대문구 명물길 18 2층에 있어요~
미네르바는 서울미래유산~
테이블보 하나로 가을 겨울 느낌 물씬~

자칭 커피애호가가 됐지만, 고작 아메리마노에 눈을 떴을 뿐이다. 에스프레소는 넘사벽이라 제외를 하고, 핸드드립 커피 정도는 마셔야 진정한 커피애호가가 되지 않을까? 굳이 미네르바가 아니어도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는 많다. 

그런데 왜 미네르바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가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빵을 먹을때 부수적으로 마셨던 아메리카노, 빵이 없으면 달달한 믹스커피만을 고집했는데, 미네르바를 알게 된 후 아메리카노 본연의 맛을 즐기게 됐기 때문이다. 달달한 믹스커피는 이날 이후로 바로 끊었다. 그리고 미네르바 주인장이 만들어 주는 핸드드립 커피는 더 고급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한 몫했다.

 

메뉴판!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할 거라고 하니, 원두를 직접 골라야 한단다. 미네르바는 향을 중요하게 생각해 로스팅을 하기에 산미가 강한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두 설명에 무슨 무슨 향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다. 에네로빅 내추럴과 카스티요 더블무산소는 산미가 더 강하고, 페루 세드루욕 알투 버번은 커피의 정석같은 맛이 나며, 케냐AA TOP 은두은두리는 어울림이 좋다고 알려줬다.

산미가 강한 녀석(?)은 진도가 너무 빨라서, 케냐AA TOP은두은두리(8,500원)로 주문했다. 설명은 자스민 계열의 플로럴, 포도, 자몽, 풍부한 단맛, 밸런스와 후미가 좋음이라고 나와 있는데, 다 느낄 수 있을까?

 

핸드드립 커피를 만드는 과정은 양해를 구하고 촬영을 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찍고 싶은 맘은 굴뚝이었지만, 방해가 될까봐 자리에 앉아서 줌으로 당겨찍었다. 더불어 만드는 과정에 있어 몇가지 궁금증이 있었지만, 사람도 많았고 부끄러워서 질문하지 못했다.

미네르바 핸드드립 커피 만들기 첫번째, 커피를 내릴 필터와 유리병 그리고 커피를 담을 잔에 더운 맹물을 붓는다. 개인적인 생각은 필터에서 나는 잡내를 잡기 위해 소독하는 듯 싶고, 유리병과 잔은 따뜻하게 데우기 위한 용도가 아닐까 싶다. 이 과정과 거의 동시에 원두를 기계에 넣고 곱게 간다. 

 

필터에서 유리병으로 이어지는 더운물 샤워(?)가 끝나면 그 물은 버리고, 곱게 간 원두를 담는다. 그리고 주둥이가 좁은 드립 커피 주전자에 더운물을 붓는다.

 

더운물을 필터의 80% 정도 차도록 물을 붓는데, 한 곳만 공략하지 않고 주전자를 가볍게 돌리면서 천천히 물을 붓는다. 

 

핸드드립 커피를 만드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알고 있던 방법은 다음과 같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필터 속 원두에서 거품이 차고 유리병으로 커피가 서서히 떨어진다. 그런데 미네르바 주인장이 만드는 핸드드립 커피는 다르다. 거품은 멀리서 촬영을 했으니 알 수 없지만, 물을 붓고 있는데 커피가 떨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는데, 커피가 필터 안에서 계속 머물러 있고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무슨 작업인지 알 수 없지만, 솔처럼 보이는 도구로 필터 속을 휘휘 젓고 있다. 

또 개인적인 생각, 바로 내리지 않고 가만히 두면 더 진한 커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곳은 모르지만, 미네르바의 핸드드립 커피는 기다림의 시간과 바리스타의 스킬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타이머도 없이 순전히 바리스타의 감각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막혀있던 공간이 열리자 마자, 커피가 아래로 떨어진다. 종이필터 때문인지 느리게 천천히 떨어진다. 필터가 들어있는 도구를 옆에 있는 스댕통(?)으로 보내고, 작은 잔에 완성된 커피를 조금 따른 후 맛을 본다. 

 

본인의 실력을 믿지 못해서 맛을 보는 걸까 했는데, 농도를 맞추기 위해서다. 완성된 커피에 주인장의 감각으로 따끈한 맹물을 적당히 넣어 최상의 핸드드립 커피로 만든다.

 

잔에 옮긴 후, 커피가 다 됐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럼 자리에서 일어나서 커피잔이 들어있는 작은 쟁반을 들고 오면 된다. 

 

캐냐AA TOP 은두은두리 원두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 등장이요!

핸드드립 커피가 좋다는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더 진한 사약이 아닐까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메리카노에 2배나 되는 돈을 지불하고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지 충분히 알겠다. 맛도 향도 커피머신에서 추출하는 커피와 완전 다르다.

우선 겁나 고급지다. 때깔은 딱 사약인데 쓴맛이 단 1도 없다. 깊고 진한데 그 속에 다양한 향이 숨어 있다. 와인을 마시 듯, 입안에서 돌리다가 넘기면 끝에 단맛이 올라온다. 좋은 와인을 마시면 여운이 오래 가는데, 핸드드립 커피 역시 그렇다. 여운(풍미)이 한참을 맴돌다가 사라진다.

 

핸드드립커피라서 커피를 내릴 때, 향이 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로 진할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잔에 가까이 다가가 들숨을 해야 커피향을 맡을 수 있다. 

커피는 원래 이런 맛이었을까? 커피머신은 빠르고 간편해서 좋지만, 그만큼 우리가 즐겨야 할 커피의 참맛을 빼앗아 간 것은 아닐까 싶다. 순간, 핸드드립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밀려왔지만, 카페인에 강한 1인이 아니라서 바로 접었다.

 

녹차는 두 번째 우렸을 때가 가장 좋다고 했으니, 혹시 커피도? 필터에 남아있는 커피 잔해를 찍으면서 주인장에게 물어봤다. 녹차와 달리 커피는 첫 번째가 향도 맛도 가장 좋다면서, 저 상태에서 스댕통으로 떨어진 커피를 마셔보라고 줬다. 괜히 마셨다 싶을 정도로 향도 맛도 가볍고 별루다.

 

자스민 계열의 플로럴, 포도, 자몽, 풍부한 단맛, 밸런스와 후미가 좋음에서 포도와 자몽은 모르겠다. 하지만 풍부까지는 아니더라도 끝에 단맛이 느껴졌고, 여운이 오래 간다는 것은 후미가 좋다는 의미일 거다. 그리고 깊고 진한 맛에 자스민 계열까지는 모르지만 산미도 느낄 수 있었다. 

또또 개인적인 생각, 커피를 다 내린 후 맛을 보는 주인장을 보면서 원두와 레스팅도 차이를 내겠지만, 진짜 차이는 시간과 바리스타의 숙련된 스킬이 아닐까 싶다. 즉, 예상대로 미네르바 핸드드립 커피는 나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뜨끈한 커피에서 서서히 식은 커피로 변해가면서 산미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산미가 있는 커피를 멀리했는데, 이제는 가까이 두고 싶다. 산미가 있어야 더 다양한 향을 내기 때문이다. 언제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맘에 드는 원두를 찾으면 핸드드립 기구까지 다 장만한 후 직접 내려서 마셔볼 테다.

다른 곳의 핸드드립 커피 맛은 궁금하지 않다. 이제 막 시작했으니, 우선은 미네르바에서 충분히 즐기고 싶다. 가격이 사악하니 자주는 힘들고 아주 가~끔, 케냐보다 향도 산미도 더 진한 에티오피아 시다마벤사테프 에네로빅 내추럴에 도전이다. 

2023.07.14 - 커알못에서 커피 애호가로 레벨 업~ 창천동 미네르바 (feat. 공씨책방)

 

커알못에서 커피 애호가로 레벨 업~ 창천동 미네르바 (feat. 공씨책방)

창천동 미네르바 (feat. 공씨책방) 카페인에 약하기도 하지만, 커피 = 쓴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달달한 믹스커피와 바닐라 라떼를 즐겨 마셨다. 아메리카노는 연하게를 넘어 여러 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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