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내자동 뼈탄집
특유의 물컹거리는 식감때문에 돼지고기의 비계를 먹지 않는다. 굳이 먹어야 한다면 튀김처럼 바삭하게 굽거나, 아예 먹지 못한다고 말한다. 남들은 삼겹살을 외칠때, 그나마 비계가 덜 있는 목살을 외칮다. 목살 특유의 퍽퍽함은 어쩔 수 없다 여겼는데 이제는 아니다. 숙성으로 인해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비계, 이제는 널 사랑하겠어~ 내자동보다는 서촌이 더 친숙한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에 있는 뼈탄집이다.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는 밤에 가면 조명이 은은해서 좋은데, 낮에 가도 좋다. 왜냐하면 낮술이 가능한 곳이 은근 많기 때문이다. 특히, 초입에 있는 안주마을은 2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도 벌써 빈자리가 없다. 들어갈때 웨이팅이 10팀이었는데, 나올때 20팀이라는 거, 안 비밀이다.
원래는 동해남부선에 가려고 했다. 검색을 하니 오후 2시가 오픈이라고 해서 왔는데 영업을 안한다. 시간이 변경됐는지, 이날만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다. 대신 계단집은 본관에 별관까지 인산인해다. 무늬오징어대신 자연산 바위대굴을 먹을까 하다가, 급 노선을 변경했다.
서촌 뜰애우 곱창구이는 지인과 간 적이 있지만, 내장류를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는 무리다. 오는정 쪽갈비도 꽤나 유명하다는데, 국내산이 아니라 수입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으려고 했는데, 비슷한 가격으로 국내산 숙성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는 바람에 발길을 돌렸다.
또간집(풍자와 입맛이 비슷하다고 느껴서)을 제외하고 방송(뼈탄집은 줄서는식당에 나옴)에 나온 곳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수입산 쪽갈비를 먹을 바에는 국내산 숙성 돼지고기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들어왔다.
2층으로 되어 있지만, 혼밥이고 낮시간이라서 1층으로 안내를 받았다. 검색을 하니, 오후 1시가 오픈이이란다. 따로 브레이크타임도 없으니, 낮술하기 느무느무 좋다.
숙성 삼겹살은 추천, 숙성 뼈탄삼겹살은 한정이란다. 각각 1인분씩 먹으면 좋은데, 첫주문은 무조건 2인분이라고 한다. 뼈탄집이니 숙성뼈탄삼겹살을 먹으려고 했는데, 삼겹살보다 비계 함량이 더 많단다. 비계를 못먹는다고 하니 직원은 숙성 목살(1인분 16,000원)을 추천했고, 2인분을 주문했다.
참고로, 뼈탄집에서 혼밥(낮술&혼술)을 하고 싶다면 평일 낮시간을 노려야 한다. 직원 왈, 평일 저녁과 주말은 무지 바빠서 혼밥러를 받지 않습니다. 모르고 들어왔는데, 운이 좋았다.
숙성고기가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 비계는 생이나 숙성이나 같을 줄 알았기에, 쌈채소대신 푸짐하게 나온 상추파채무침이 맘에 들었다. 왜냐하면, 비계 식감을 감추기 위해 겁나 많이 먹어야 하니깐. 그런데 거의 먹지 않았다는 거, 쉿~ 비밀이다.
요즘 고깃집을 너무 안 갔나 보다. 와사비에 쌈장 그리고 2가지 소금까지 무지 다양하다. 그나저나 소금을 2개나 줄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하나는 꺠소금, 다른 하나는 후추소금이랄까? 내용물이 다르지만, 결론은 소금이다.
2인분 320g, 작아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 거다. 두툼한 목살 한 덩어리와 무게를 채우기 위해 작은 덩어리가 있고, 새송이 버섯 한 개와 생마늘 여러 개 그리고 꽈리고추와 대파가 같이 나왔다. 목살에 후추와 소금이 뿌려져 있다.
따로 숯불이 들어오지 않아서 가스불로만 하는 줄 알았는데, 불판 아래 숨어 있다. 가스불 치고는 불이 세다 했는데, 나중에 숯불을 발견했다. 뻐탄집의 좋은 점이라면 고기를 직원이 직접 구워준다. 고기를 좀 구워본 사람이기는 하나, 요즈음 대신 구워주는 게 훨씬 좋다.
삼겹살에 비해서는 훨씬 적지만, 두툼한 비계가 자꾸 거슬린다. 직원에게 비계를 제거하고 구워달라고 해야지 했다가 사진을 찍느라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소고기였다면 지금이 먹을 타이밍이지만, 돼지고기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직원은 숙성돼지고기는 80% 정도만 익히고 바로 먹으면 된다고 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왜냐하면, 목살은 100%를 지나 120%까지 익혀야, 비계가 물컹거리지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그렇게 먹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퍽퍽해질 때까지 익혀야지 했다.
직원은 80% 정도 익힌 후, 3가지 먹는 방법은 알려줬다. 우선 고기와 소금, 고기와 고추장아찌+와사비 그리고 고기와 구운김치+육장이다. 80%도 맘에 안드는데 소금만 찍어서 먹으란다. 이건 아니다 싶지만, 바로 앞에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제발 비계 식감은 느끼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를 하면서 먹었는데, 지금까지 먹었던 목살은 목살이 아니다. 퍽퍽함을 기대했는데 겁나 부드럽다. 오래 익혀야 해서 쫄깃하다는 핑계로 오래 씹었는데, 이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직원은 고기 굽기를 끝내고, 열기가 남아 있으니 더 익혀서 먹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더 익히지 말았어야 했다. 이때는 그걸 모르고 고기를 가장자리가 아니라 중앙으로 옮겼다.
고기가 주인공인데 상추파채무침을 더 먹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렇게 먹어야 비계를 피할 수 있으니깐. 늘 이렇게 먹었는데, 생고기가 아니라 숙성고기는 굳이 이렇게 먹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비계는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풍미와 감칠맛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숙성은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만 하는 줄 알았는데, 비계를 비계답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고로, 상추파채무침 없이 육장이나 소금만 찍어서 먹어도 충분하다. 숙성돼지고기가 이렇게나 대단하다니, 먹으면서 입틀막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80% 익힘에 멈춰야 했는데, 너무 익혔다. 그래도 숙성고기라서 생고기에 비해서는 덜 퍽퍽했다. 무늬오징어회 대신 숙성목살은 최고의 플랜b가 아닐 수 없다. 냉에서 생을 지나 지금은 숙성시대다. 비계는 영원히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숙성이라면 만사 오케이다.
2019.09.20 - 체부동 서촌뜰애우곱창타운 염통, 대창, 곱창 그리고 부추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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