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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6가 대화정 진짜해장국

특이한 식성을 갖고 있다. 대창, 막창, 천엽은 꺼려하지만 선지는 예외다. 설렁탕이나 뼈해장국은 그닥 즐기지 않으면서, 유독 좋아하는 해장국이 있다. 수북한 우거지 속에 커다란 소뼈와 선지가 들어 있는 특해장국을 먹으러 을지로6가에 있는 대화정 진짜해장국으로 향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아니고 골목이 있어요~
오른쪽 사진은 3년 전에 촬영한 거!

아침 일찍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갈 일이 생겼다. 공복상태로 일을 끝내고, 헬로apm 건물을 바라보며 걸음을 재촉했다. 왜냐하면, 12시가 되기 전에 가야만 한산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12시를 20여 분 남기고 도착을 했는데, 아뿔싸~ 줄이 있다. 15명 정도일까나? 혼밥이라서 점심시간은 피해서 온다고 왔는데, 대화정 진짜해장국의 점심시간은 11시부터인 듯 하다. 플랜b도 없이 왔기에 그냥 기다렸다.

 

3년 전에는 24시간 영업 지금은 자정에 문을 닫아요~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과 영업시간을 다시 봤다. 새벽 5시에 문을 열고, 오후 3시부터 4시는 브레이크타임이다. 메뉴에 삼겹살이 있지만, 점심에는 먹을 수 없고, 오후 4시부터 가능하다. 메뉴는 진짜해장국 특과 보통이 있다. 삼겹살을 뺴면 단일메뉴 밥집이다. 

공복이라 특해장국(14,000원)을 먹을 거다. 고물가 시대이기도 하고, 3년 만에 왔더니 가격이 11,000원에서 14,000원이 됐다. 보통은 8천냥에서 만냥이 됐다. 

 

기다리면서 시간은 서서히 12시로 향해 가고 있다. 이때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고민이 시작됐다. 기다리는 순서로 입장을 하던데, 혼자서 4인 테이블은 버겁다. 고로, 2인 테이블에서 먹고 싶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왼쪽 사진에서 해장이라 써 있는 즉, 입구 바로 앞 4인 테이블에 자리가 생겼다. 주인장은 몇 명이냐고 물었고 혼자라 대답을 하니, 비어 있는 4인 테이블에 앉으란다. 혼자라서 더 기다렸다가 2인 테이블이 생기면 앉겠다고 하니, 괜찮다고 그냥 앉으란다. 이때부터 먹는 내내 뒤통수가 무지 따가웠다는 거, 안 비밀이다.

 

적당히 잘 익은 깍두기와 배추김치는 덜어서~

대화정 진짜해장국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양념을 가지고 취향대로 조제(?)가 가능하다. 기본은 전혀 맵지 않고 순한 상태로 나오므로, 맵게 먹고 싶다면 청양고추와 매운양념장을 넣으면 된다. 그외 대파와 소금, 후추, 고춧가루가 있으며, 간장은 고기 전용 소스다.

 

대화정 진짜해장국 특해장국 등장이요~
적다고 생각하면 오산, 해장국이 겁나 푸짐해~

해장국은 패스트푸드일까? 슬로푸드일까? 주문하고 5분도 안 돼 특해장국이 나왔다. 만드는 과정은 오래 걸리지만, 나오는 속도는 무지 빠르다. 특답게 양이 겁나 푸짐하다. 우선은 우거지만 보이지만, 내 안에 너 있다가 아니라, 저 안에 커다란 소뼈와 선지 그리고 순하지만 깊은 국물이 들어있다.

 

뼈에 붙어있는 살코기가 좋다는 거, 모르는 사람을 없을 거다. 오래 끓여서 부드러운 고기는 젓가락질 몇 번으로 쉽게 분리가 된다. 겨자를 넣어 따로 만든 듯한 간장에 고춧가루만 더한 후 고기를 찍어 먹으면 아~ 밥이 아니라 로이가 생각나는 맛이다.

만약 2인 테이블에 앉았더라면 해장술은 아니지만 반주를 했을 거다. 주인장은 괜찮다고 했지만, 바쁜 점심시간에 4인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 먹는다? 아무리 혼밥 만렙이어도 이건 버티기 힘들다. 누가 뭐라고 하는 이는 없지만, 뒤통수가 무지 따깝다. 그래서 내린 결정, 반주 금지, 촬영 덜하기, 가능한 빨리 먹기.

 

내장 상태는 오늘도 맑음이다. 푸딩처럼 탱글탱글하지만 입안에 들어가면 부드럽게 넘어간다. 선지를 뺴달라는 사람이 은근 있던데, 이 좋은 걸 왜 안 먹을까? 그나저나 대창과 막창을 못 먹는 1인이 하는 말은 아니라고 본다. 

 

대화정 진짜해장국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물이다. 맵고 짜고 기름 둥둥 등 자극은 1도 없는 순하디 순한 국물이다. 누린내 혹은 잡내도 일절 느껴지지 않는다. 맑고 깔끔한 국물인데 가볍지 않고 깊다. 깍두기는 먹기 좋을 정도로 잘 익었으며, 해장국에는 없는 아삭한 식감을 담당한다.

 

대파는 많이~ 청양고추는 조금~

굳이 양념을 추가하지 않고 그대로 먹어도 되지만, 청양고추 살짝과 대파를 가득 넣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아진다. 소뼈를 건져낸 후 반은 먹고, 반은 해장국에 다시 넣는다. 그럼, 고기 + 선지 + 우거지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

 

뼈를 제거한 후 밥 투하

밥을 넣기 전에는 반주 생각이 간절했지만, 지금은 폭풍흡입을 해야 한다. 사진은 여기까지만 찍고, 고개를 푹 숙이고 숟가락질을 반복한다. 빨리 먹어야 하는데, 뚝배기라서 무지 뜨겁다.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올리고 생양파도 먹었지만, 지금 이순간 촬영은 방해만 될 뿐이다.

우거지와 고기, 선지는 부드럽고, 국물은 순하다. 인생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기준에서 1등 해장국이다. 참, 보통해장국은 소뼈가 아니고 먹기 좋게 손질된 양지고기가 들어있다. SINCE 1981, 이거 하나만 보더라도 대화정 진짜해장국에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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