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동 파네트 크루아상팩토리
밥순이는 빵을 먹어도 밥을 먹어야 배가 불렀다. 하지만 빵순이로 거듭난 후, 밥대신 빵을 먹는다. 얼음 동동 커피와 함께라면 빵만 먹어도 든든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다가 들어간 빵집에서 배를 채우다. 내수동에 있는 파네트 크루아상팩토리(정식 명칭)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언제부터일까? 12월 한 달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 일찍 시작하나 보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더니, 크리스마스트리가 어색하지 않고 반갑다.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낮이라서 조명이 없다. 밤에 다시 오면 좋을 텐데 동네가 아니라서 그럴 일은 없다.
밥집보다 빵집이 좋은 이유는 글이나 사진으로 메뉴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실물을 보면서 직접 고를 수 있다. 종류가 많다 보니, 늘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밥집은 폭풍검색을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해, 빵집은 대충 검색을 해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빵집을 주1회 정도 다니다 보니, 요즘 빵 트렌드를 알게 됐다. 우선 어느 빵집에서나 볼 수 있는 빵은 핫한 빵이다. 크루아상은 스테디셀러이며, 소금빵은 베스트에서 스테디셀러로 넘어가는 중인 듯싶다. 크룽지는 누룽지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저격한 빵이며, 그 외 빵도 나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즉, 인기 있는 빵만 골라서 만드는 빵집이다.
그렇지 않은 곳도 물론 있겠지만, 베이커리카페에서 커피는 4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네트는 아메리카노가 3,300원이다. 핫과 아이스가 같은 가격인 줄 알았는데, 밑에 작은 글씨로 ICE는 +500원이란다. 뜨거운 물보다는 얼음이 전기세를 더 먹나 보다.
베이커리카페치고는 먹는 공간이 협소하구나 했다. 그런데 화장실에 가는 길에 빵을 만드는 공방에 먹는 공간이 또 있으며, 밖에도 테이블이 있다. 날씨가 선선하면 밖에서 먹어도 되지만, 지금은 매우 몹시 춥다.
얼음 동동 아메리카노(3,800원)는 이정도 때깔이어야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를 외치는 1인은 아니기에 뜨거운 커피로 가야 하는데 아직은 아이스가 좋다. 왜냐하면 핫으로 마셨다가 다시 사약처럼 느껴질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고로, 당분간은 얼죽아로 살기로 했다.
미니 소시지(900원)라 쓰고 고급진 미니 핫도그라 읽고 싶다. 작아서 애피타이저로 딱이다. 어릴때 먹었던 핫도그 속 소시지는 빵에 비해 턱없이 작은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였다. 좀 크게 만들어 주면 어디가 덧나나 했었는데, 지금은 미니도 소시지 비중이 높다. 따뜻하지 않아서 육즙까지는 아니지만, 소시지 맛은 충분히 느껴진다.
우유랑두유랑(1,500원)은 두유를 넣은 반죽 속에 달콤한 우유크림이 들어있는 빵이다. 모양은 조개처럼 생겼는데, 식은 델리만쥬 같다. 두유 반죽 때문일까? 술빵처럼 쫄깃하다. 크림은 그리 달지 않은데 부드러움과 응집력이 있다.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다 보니, 두유를 만든 빵을 좋아한다. 그래서 골랐다가 첫입에 바로 실망을 했는데, 먹다 보니 나쁘지 않다. 근데 또 먹으라고 하면, 두유빵은 여기보다는 회현동에 있는 넬보스코 남촌빵집이 더 낫다.
바질토마토(5,800원) 샌드위치에서 샌드위치를 뺀 게 아닐까 싶다. 바삭한 빵에 바질(스페인), 건토마토(터키) 그리고 양파가 씹히는 크림은 맛이 없을 수 없는 반칙 같은 조합이다. 양파는 알싸하지 않고 아삭한 식감을 준다. 건조 토마토는 단맛이 엄청나며, 바질은 모든 맛을 다 품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놓치지 않는다.
미니소시지와 우유랑두유랑은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이고 본격적인 식사는 바질토마토이다. 가뿐히 다 먹을 줄 알았는데, 은근 양이 많다. 반을 먹고 나머지는 포장을 했다. 하루 정도는 상온에서 보관을 해도 괜찮다고 해서 냉동실로 보내지 않았다.
다음날 점심도 커피와 함께 먹었는데, 맛은 그대로인데 바삭한 빵이 부드러워져서 먹기에 더 편했다. 내수동에 좋아하던 베이커리카페가 사라져서 허전했는데, 드디어 찾았다.
2023.02.27 - 우유대신 두유로 만든 빵 회현동 넬보스코 남촌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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