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돌장각 AK플라자 AKTown점
자고로 굴국밥이라고 하면 국 안에 밥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따로 나오는 것도 모자라 갓지은 솥밥이다. 구수한 밥 내음을 선두로 굴과 매생이가 선사하는 진한 바다향은 겨울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보너스 눌은밥까지 수원역 AK플라자 6층에 있는 돌장각이다.
돌장각에서 사용하는 미역은 양식이 아닌, 3월초에서 5월 말 경북 울진항 해녀가 손수 채취한 자연산 돌미역이라고 한다. 자연산 돌미역은 산모미역으로 불릴 만큼 영양성분이 뛰어나고 식감도 좋다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다른 곳에 비해 여기만 유독 사람이 많고, 대체로 여성 손님이라는 거, 안 비밀이다.
자연산 돌미역은 바다에서 온 보약 한첩이라고 하던데, 미역이 아니라 계절메뉴인 매생이굴국밥(15,000원)을 주문했다. 왜냐하면, 다른 계절에도 먹을 수 있는 미역밥상과 달리 매생이굴국밥은 지금이 제철이기 때문이다.
커피는 얼음 동동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만, 물은 시원보다는 뜨끈한 보리차를 더 좋아한다. 눌은밥용 물인 듯한데, 너무너무 추워서 따끈한 물 한잔으로 언 몸을 녹였다. 즉석압력솥밥이기 하나, 조리시간이 15~20분 정도 소요된다기에 보리차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돌장각은 1인상으로 나오는 상차림뿐만 아니라, 종이포장지에 들어있는 수저까지 완벽하다. 이러니 안심식당에 음식점 위생등급은 매우우수로 충분히 받을만하다. 여기에 짜지 않은 반찬도 아니 맘에 들 수 없다. 묵무침과 당면볶음이 살짝 아쉬웠다는 거, 쉿~ 비밀이다.
뚜껑을 열자마자, "밥 향기 좋다"가 절로 나왔다. 굴국밥에는 밥이 들어있어 고슬고슬한 밥을 기대할 수 없다. 토렴을 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국과 밥이 따로 나오는 걸 선호한다. 공깃밥을 줘도 충분했을 텐데, 갓지은 솥밥이라니 아니 좋아할 이유가 없다.
눌은밥을 위해 누룽지는 남기고, 밥을 푼다. 지금은 매생이굴국밥이 아니라 매생이굴국에 밥이 따로 나오는 상차림같다.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입가에는 미소가 흐르고 행복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중이다.
나에게 있어 혼밥(외식)은 집에서 먹지 못하는 음식을 우선 선택한다. 호적상 큰 어르신은 비린내를 싫어해서 생선구이는 주로 고등어로, 호적상 두번째 어르신은 굴은 우려난 국물만 매생이는 생김새가 맘에 들지 않는단다. 어르신의 입맛을 바꿀 수 없기에, 밖에서 해결해야 한다.
면인 듯 면아닌 매생이는 저작운동을 요하지 않고, 후루룩 넘기면 그만이다. 대신 입안 가득 펼쳐지는 바다의 향은 목넘김을 막고 계속 가두고 싶다. 여기에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을 더하면 바다 풍미 한도초과다.
겨울은 추워서 무지무지 싫지만, 굴과 매생이 그리고 꼬막이 있어 봐줄 생각이다. 그나저나 세친구를 성인이 된 후에 알게 됐다니, 늦게 알아서 슬프고 이제라도 알아서 행복하다.
처음부터 밥이 들어 있으면 고슬고슬은 커녕 흐물흐물 일 텐데, 중간쯤에 넣으니 고슬고슬한 밥이 그대로 살아있다. 매생이굴국밥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니 반찬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남은 반찬을 음쓰로 보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눌은밥이 남아 있으니깐. K-디저트로 넘어가기 전에 남은 매생이굴국밥을 먹어서 없애 버려야 한다.
좀 전에 밥을 먹었는데, 디저트도 밥이다. 다른 점은 아까는 밥, 지금은 눌은밥이다. 보리차로 인해 더 구수해졌으며, 담백한 가자미구이와 적당히 잘 익은 아삭한 깍두기를 더하면 밥솥은 텅텅 내배는 빵빵이 된다.
매생이굴국밥을 겁나 자주 먹었지만, 갓지은 솥밥을 따로 나온 건 처음이다. 밥내음이 좋은 고슬고슬한 밥에 진한 바다 향을 품고 있는 매생이와 굴은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낭만적인 어울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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