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동 오월의종 & 커피리브레 타임스퀘어점
같은 곳을 가더라도 새로움을 추구하면 콘텐츠가 되지만, 그 밥에 그 나물이면 사진조차 찍지 않는다. 포스팅은 3번째이지만, 10번 이상 간 곳이다. 늘 같은 빵만 먹다가, 호기심과 궁금함에 다른 빵을 골랐는데 최강의 조합이라니, 이번 선택도 굳굳~ 베리 굳이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안이 아니라 밖에 있는 베이커리카페 오월의종 & 커피리브레이다.
건물이 예스럽게 느껴지는 건, 구 경성방직 사무동 건물이기 때문이다. 1936년에 경성방직에서 사무동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벽돌건물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한국전쟁 때 공장시설은 파괴되거나 소실됐지만, 사무동은 피해를 모면했다고 하다.
건물을 뜯어 고치지 않고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린 채 베이커리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빵집은 오월의종, 카페는 커피리브레가 한 지붕 두 가족처럼 따로 운영하고 있다.
핫한 곳이다 보니, 원하는 빵을 먹으려면 12시가 되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예상대로 일찍 오니 사람은 적고 빵은 많다. 소시지와 크랜베리 바게트를 가장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빵을 고를 거다.
늘 그러하듯 아주 자연스럽게 소시지바게트를 집으려고 했는데 했는데 빵이 없다. 벌써 솔드아웃인지 모르지만, 다른 빵을 먹으라는 누군가의 계시라 생각하고 한바퀴를 더 돌았다. 그러다 잡힌 블랙올리브가 잔뜩 들어있는 후가스가 눈에 들어왔다. 생김새가 별로라서 관심이 없었는데, 이 빵을 먹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 소밤소밤은 겉은 소보로 안은 밤빵이다. 좋아하는 녀석(?)이 다 모여있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달달한 믹스커피에서 블랙커피를 좋아하는 커피애호가가 됐지만, 원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각 원두마다 향을 맡을 수 있는데 아직은 소 귀에 경 읽기다.
왼쪽은 압축식으로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공간이고, 오른쪽은 드립커피를 만드는 공간이다. 창천동에 있는 미네르바는 주인장이 직접 내리던데, 커피리브레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내린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지만, 어설픈 커피애호가라서 마셔도 모를 거다.
늘 그러하듯, 얼음동동 아메리카노(4,500원이지만 텀블러를 갖고 가면 500원 할인)를 주문했다.
연한 커피가 아니고 조명과 텀블러 때문에 연하게 보이는 거다. 커피리브레는 다른 카페와 달리 산미가 강한 원두를 사용한다. 2가지 원두가 있기에, 그나마 약한 걸로 달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진한 고소함보다는 산미가 확 느껴진다. 산미가 좋다, 싫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 거다. 처음에는 무지 싫었는데, 지금은 좋지도 싫지도 않은 중간단계이다.
오월의종은 쟁반, 포크, 나이프가 없다. 계산을 할 때 직원이 썰어서 비닐봉지에 담아주면 끝으로, 포장이나 매장취식이나 동일하다. 나이프나 포크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토핑이 가득한 빵이 없어서 그런 듯싶다.
담백하고 건강한 빵을 만드는 오월의종이니, 달지 않은 소보로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역시 소보로는 달아야 하나 보다. 소보로가 있는 부분은 달지만, 나머지 부분은 달지 않고 폭신폭신하면서 부드럽다. 밤은 따로 조리를 하지 않은 듯 단맛이 과하지 않다.
후가스에는 밀과 블랙올리브 그리고 올리브오일가 들어간다. 그 때문인지 다른 빵과 달리 오일리하지만, "윽~ 기름" 이정도는 아니다. 노릇노릇한 때깔은 고소함을 부르고, 빵은 겁나 쫄깃하다. 블랙올리브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득 들어있다. 그런데 몰려있다 보니, 올리브 밀집지역은 겁나 짭짤하다.
소밤소밤은 부드러움과 달달함을, 후가스는 쫄깃함과 짭짤함을 담당하고 있다. 우연히 찾은 최강 단짠 조합이 아닐 수 없다. 혼자서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소밤소밤은 비닐봉다리를 꽉 묶고 후가스에 집중했다. 소시지와 크랜베리 바게트에 이어 소밤소밤과 후가스까지 맘에 드는 빵을 또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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