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운동 만나분식
지금은 쌀떡을 더 좋아하지만,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밀떡파였다. 사실 학교 주변 분식집은 죄다 밀떡이어서 쌀떡을 구경할 수 없었다. 매운맛보다는 달달함이 가득한 떡볶이, 오랜만에 먹으니 반가운데 아무래도 내 입맛이 변했나 보다. 필운동에 있는 만나분식이다.


서촌 세종마을 음식문화 거리는 밥보다는 술과 함께 할 안주를 찾아 두리번 거린다. 지난 번에 숙성 목살을 먹었으니 이번에는 해산물을 먹을까 싶어, 서촌계단집까지 왔는데 역시나 사람이 많다. 평상시에는 여기서 뒤를 돌아 왔던 길을 다시 가는데, 문득 골목 끝이 궁금해졌다.




서촌 세종문화 음식문화 거리 끝까지 왔는데, 그닥 끌리는 곳이 없다. 되돌아 갈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동네 구경을 하기 위해 길을 건넜다.

배화여자대학교가 보이는 골목을 들어가자 마자, 만나분식이 나타났다. 만나분식? 처음 온 골목인데, 분식집은 겁나 익숙하다. 그저 이름만 익숙한가 했는데, 사실 언제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방송으로 이 곳을 본 적이 있다.
할머니 한 분이 오랜 시간동안 떡볶이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방송을 보면서 은퇴하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이제야 왔다. 곧 은퇴를 한다고 했기에 폐업하지 않을까 했는데, 영업 중이다. 여기까지 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라 생각하고 할머니를 볼 생각에 문을 열었다.



할머니는 안 계시고, 모녀가 있다. 어머니는 음식을 만들고, 딸은 주문을 받는다. 혹시 할머니와 혈연 관계가 아닐까 싶어 다 먹고 계산을 하면서 살며시 물어보니, 이웃사촌이라고 한다. 할머니는 윗집에 살고, 본인은 아랫집에 산다면서, 3년 전에 은퇴를 하셨단다.

처음 왔으니 뭐가 좋을까요 물어보니, 기본 메뉴인 떡볶이(4,500원)와 야채김밥(3,500원)을 추천해줬다. 개인적으로 쫄볶이가 더 끌렸지만, 추천을 받았으니 그렇게 달라고 했다.





당근, 우엉, 단문지, 계란, 깻잎, 햄, 어묵이 들어 있는 지극히 평범한 김밥이다.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 후 만들어서 참기름 향이 무지 강하게 난다. 요즈음 참치폭탄, 묵은지 김밥 등 기능성(?) 김밥이 많지만, 가끔은 요런 김밥이 끌린다. 누군가는 햄이 너무 작다고 투덕거릴 테지만,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바로 나^^)도 있다.



때깔은 완벽한 빨간맛이자, 매운맛은 단 1도 없다. 고추장보다는 고춧가루인 듯한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어묵은 고명으로 3점이 들어있고, 푹익은 깻잎과 파가 여기저기 퍼져있다. 모양새만으로는 학교 다닐때 먹었던 그 떡볶이와 꽤나 흡사하다.

그렇다면 맛은? 밀떡 특유의 말랑 식감이 살아 있고, 떡은 예상대로 양념과 따로 논다. 예전에는 양념만 쪽 빨아먹고 다시 양념을 묻혀서 떡은 먹지 않고 양념만 먹었다. 그 추억을 살려 다시 해볼까? 아주 살짝 고민을 했지만, 맞은편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는 먼저 온 손님과 몇 번 눈빛교환을 한 후라서 차마 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하는법. 양념만 빨아 먹기에는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 밀떡대신 김밥으로 해결했다. 야채김밥은 투박한 듯 정겹지만, 확실히 입맛이 변했나 보다. 이제는 참치, 치즈, 묵은지, 돈가스 등등 기능성 김밥이 더 좋다. 밀떡은 옆으로 보내고, 김밥에 양념을 잔뜩 묻혀서 김밥만 깔끔하게 먹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아비앙또제과점은 만나분식 맞은편에, 함박식당은 만나분식 옆집이다. 치즈함박을 먹고, 디저트는 커피와 함께 묵직한 쿠키슈를 먹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 고로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만나분식 주인장은 다르지만 맛은 똑같구나 하고 싶은데, 아쉽지만 첫방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장소는 다르지만 누구에가나 있을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떡볶이 맛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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