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동 사베(SABE) 종각
지난 8월에 왔을 때, 많고 많은 샌드위치는 사진만 찍고 고작 크루아상을 먹고 나왔다. 그날 이후로 곧 재방문을 할 줄 알았는데 4개월이나 지났다. 그래도 해는 넘기지 않았으니 나름 일찍 왔다고 해두고, 이번에는 좋아하는 당근라페가 가득 들어있는 소금빵 샌드위치에 무화과잼에 크림치즈를 더한 피낭시에를 먹고 왔다. 공평동에 있는 사베(SABE) 종각이다.
4개월 만에 왔다고 했지만, 사실은 10월에 온 적이 있다. 토요일에 광화문에서 모임이 있었고, 끝나고 점심을 먹자고 했지만 갈 데가 있다고 하면서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그리고 이곳으로 달려까지는 아니고 걸어왔는데, 센트로폴리스로 가까울수록 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니겠지 하는 맘으로 갔다가, 발길을 돌렸다. 사베는 노 브레이크타임이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무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빵은 진열장 같은 가구에 소량씩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다. 양보다는 질이라고 하지만, 퀄리티는 인정, 양은 아쉽 그리고 가격은 살짝 사악이라는 거, 미리 밝혀둔다.
그리고 버터바 브륄레와 다크럼 몽블랑이다. 사베가 다른 베이커리카페와 다른 점은 이름표와 함께 어떤 재료가 들어가며 어떻게 만드는지 자세하게 나와있다. 낯선 음식이 많지만, 굳이 직원에게 질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설명만으로도 맛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가 없다고 당황하지 말고, 사베 블렌드 필터 커피(4,000원)를 주문하면 된다. 사베가 빵에 진심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커피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거다. 커피도 머신이 아니라 필터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는지 흡사 콜드브루 같다.
압축식으로 뽑아내는 머신 커피와 달리 필터커피는 우선 쓴맛은 전혀 없고 상큼 깔끔하다. 자칫 연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깊고 진한데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산뜻하다. 메뉴판을 다시 보니, ikovox 스페셜티 원두로 아몬드, 초콜렛, 베리의 풍미로 고소하며 초콜렛티한 깊은 맛이 있다고 나와 있다.
라페는 프랑스어로 강판에 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당근라페는 당근을 잘게 썰어 소스에 절인 프렌치샐러드로, 즉석에서 신선하게 만들어 먹는 샐러드는 아니고 우리 김치처럼 미리 만들어 두고 그때그때 샐러드나 빵에 올려서 먹는단다.
레시피를 보니, 소금에 절인 후 올리브오일, 머스터드, 식초를 넣고 버무리면 된다.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이니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참, 맛은 처음에는 생당근을 씹는 듯 당근 맛이 엄청 강하지만, 계속 씹다 보면 당근의 단맛과 약간의 새콤함이 올라와서 맛의 조화를 이룬다.
당근라페만 골라 먹어도 충분히 좋지만, 후레쉬 당근라페 소금빵(7,900원)이니 모든 재료를 함께 먹어야 한다. 계란과 햄은 묵직함을, 당근라페는 화려함을 그리고 소금빵은 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담당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먹은 소금빵 샌드위치 중 단연 1등이라는 소리다.
사진을 찍으면서 뭘 먹지 하면서 겁나 고민했는데,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참, 녹색 채소는 치커리이며, 소스는 하우스 메이드 마요네즈라고 나와있다. 콜드 샌드위치로 따로 데울 필요는 없다. 따뜻하게 먹어야 되는 샌드위치는 직접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된다.
메인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양이 부족한 소금빵 샌드위치를 먹고 난 후, 바로 디저트에 돌입했다. 무화과 크림치즈 피낭시에(4,500원)는 프랑스산 무염버터, 아몬드가루, 꿀이 들어가 묵직하고 풍미 가득한 클래식 피낭시에에 무화과잼과 크림치즈를 올렸단다. 피낭시에만 먹으면 겁나 퍽퍽한데, 새콤한 크림치즈와 달달한 무화과잼을 더하면 맛이 조화롭다.
피낭시에? 휘낭시에? 뭔가 맞는지 검색을 하니 나무위키는 '프랑스어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피낭시에라고 쓰지만, F 발음을 ㅎ로 적는 일본식 표기가 그대로 남아있어 휘낭시에로 자주 불린다.'
나름 메인에 디저트까지 먹었지만 포만감은 전혀 없다. 샌드위치를 적어도 2개 이상은 먹어야 할 듯 싶지만, 가격이 사악하니 근처 편의점에 가서 빵해장 겸 컵라면이나 하나 때려야겠다.
2023.08.30 -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크루아상을 외치다! 공평동 사베(SABE) 종각
2019.01.14 -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인디아나존스가 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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