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 동영관
굴짬뽕 = 을지로 안동장이었다. 굴 시즌의 처음과 끝을 여기서 보냈는데, 올해는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있다. 예전에 광화문 근처에서 굴짬뽕을 분명히 먹었는데 그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다. 왜냐하면 11년째 블로그에 먹일기를 제대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정동(행정상 주소)에 있는 노포 중국집 동영관이다.
첫 사진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데, 왜 모자이크 처리를 했을까?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알만한 이는 다 알고 있을 테니깐. 동영관은 광화문 근처에 있지만, 행정주소는 정동이다. 35년 된 노포 중국집이다. 혹시나 서울미래유산에 등재되어 있나 확인해 봤는데 아직은 아니다.
2층도 있지만, 혼밥이다 보니 1층에 앉는다. 12시 30분 정도 됐는데, 7년 전에 비해서는 자리가 여유롭다. 한창 바쁜 점심시간인데 이날만 손님이 뜸했을 거라 추측해 본다. 노포답게 시간여행을 한 듯 분위기가 예스럽다.
옛날짜장면이 엄청 유명하다는데, 그때도 지금도 겨울이라서 굴짬뽕(12,000원)을 주문했다. 쌀부터 닭고기, 김치, 고춧가루는 국내산, 고기만 국내산과 미국산을 같이 사용한단다. 그런데 메뉴에 나와있는 원산지를 살펴보면, 소고기탕수육만 호주산과 미국산이고 돼지고기는 국내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정식 명칭은 하얀굴짬뽕으로 7년 전에는 8,000원이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처음에는 춘장과 단무지, 양파만 나왔는데, 굴짬뽕을 주문하고 나서 김치가 추가로 나왔다. 김치는 하얀 국물 음식에만 나오는 듯싶다. 김치는 무와 배추가 같이 들어 있고 적당히 익었으며 식감은 아삭하다.
굴짬뽕이니 굴은 당연, 양파, 애호박, 당근, 부추 등 채소도 가득 들어있다. 다른 중국집은 굴을 강조하기 위해 맨 위로 올리는데, 동영관은 플레이팅보다는 맛이 먼저인가 보다. 그래서 굴이 보이는 것보다 많이 들어있다.
예전에 배달을 해야 했던 중국집은 면의 쫄깃함과 탄성을 높이고 불지 않게 하기 위해 면강화제를 넣었고, 그로 인해 노란 면발이 됐다. 배달을 하지 않아도 면강화제를 넣는 곳이 있는데, 동영관은 순백의 중화면이다. 짜장면을 먹었더라면 제대로 확인을 못했을 텐데, 하얀굴짬뽕이라서 더 명확하다.
동일한 크기로 옅게 퍼진 기름층을 보아하니 닭육수가 아닐까 싶다. 이래도 먹어도 괜찮지만, 식초를 더하면 혹시 모를 느끼함은 줄어들고, 대신 감칠맛이 마구마구 올라온다. 그리고 뒷맛이 겁나 깔끔해진다.
면강화제를 넣지 않았는데 더 쫄깃하게 느껴지는 건, 그저 나만의 착각일까? 면치기를 못하니 돌돌 말아서 먹고, 굴짬뽕이니 굴을 올려서 먹다 보니 진한 국물을 타고 굴의 풍미가 몰아친다.
굴짬뽕에는 단무지보다는 양파+춘장이 딱인데, 김치랑 같이 먹어도 은근히 괜찮다. 중국집 김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동영관은 고춧가루와 김치가 모두 국내산이라서 맘껏 먹었다.
면 없이 굴과 국물만 먹으면 굴수프가 된다.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겁나 사랑하는 굴을 어릴 때는 왜 그리 멀리했는지 모르겠다. 그때의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절대 놓치지 않을 거다.
동영관은 옛날짜장면과 탕수육이 시그니처라고 하던데, 혼자서 탕수육은 힘들기에 짜장면과 군만두를 먹어야겠다. 다시 7년 후는 너무하니, 청룡의 해에 가야겠다.
2016.12.02 - [정동] 동영관 - 겨울이 오면 굴짬뽕!!
2023년 마지막 포스팅입니다!!!
까칠양파잡화점을 찾아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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