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3가 찬장 아이파크몰점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의 식당가는 체인점이 많다 보니, 장소보다는 메뉴에 집중을 한다. 어디서 본 듯한 식당들 사이에서 마음에 드는 메뉴를 찾아라~ 용산 아이파크몰 7층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갓지은 솥밥과 간고등어구이가 있는 찬장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유기농 콩지비찌개 솥밥 반상이 끌렸다. 하지만 곧바로 아래 칸에 있는 안동식 간고등어 솥밥 반상에 시선이 꽂혀버렸다. 콩비지를 좋아하지만, 집에서 먹기 힘든 고등어구이는 보이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 그나저나 안동식 간고등어는 안동 간고등어인가? 아니면 안동식으로 만든 간고등어인가?
메뉴판에서 힌트가 있지만, 찬장은 풀무원에서 만든 가정식 반상 전문 한식 브랜드이다. 풀무원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있고, 음식점 위생등급은 별 3개로 매우 우수하다고 나와있다. 요런 곳은 대체로 브레이크타임이 없기에, 한가한 오후 시간을 노린다. 왜냐하면, 혼밥하기 딱 좋으니깐.
솥밥을 지어야 하니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반찬이라도 먼저 주면 좋을 텐데, 한상으로 나오니 물만 홀짝홀짝 마시면서 기다렸다. 오렌지 하나가 들어 있는 샐러드는 처음과 끝을 장식했고, 미역국은 달달하니 좋았는데 줄기볶음은 아니올시다. 메추리알조림은 덜 달고 간장 특유의 감칠맛이 있고, 김치는 먹기 좋게 잘 익어서 유일하게 리필을 했다.
솥에 있을 때는 밥이 많아 보였는데, 누룽지를 빼고 담아서 그런지 양이 섭섭하다. 눌은밥을 많이 먹기 위해 밥이 덜 담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갓지은 밥에서 흐르는 윤기와 함께 밥내음이 아니 좋을 수 없다. 여기에 고등어구이 한 점을 올리면, 먹기도 전에 침샘폭발이다.
껍질은 튀김인 듯 바삭하고, 살은 노릇노릇하니 기똥차게 잘 구운 간고등어구이가 확실하다. 온전한 한 마리에 고갈비(가운데 큰 뼈)까지 제대로 있다. 얼마 전에 엄마표 고등어조림을 먹었지만, 역시 나의 취향은 조림보다는 구이다. 불과 소금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랄까? 다 구워져 나왔는데도 지글지글 음성지원이 되는 듯하다.
어릴 때 간고등어구이 한 점에 밥을 몇 숟가락이나 먹었는지 모른다. 그때는 염도가 엄청났는데, 지금은 생물고등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고로, 생선만 먹어도 될 정도로 담백하니 부드럽다.
밥에 올려서 먹을 때는 간장의 도움을 살짝 받는 것이 좋다. 그래야 간이 딱 맞으니깐. 저 사진을 끝으로 젓가락이 아니라 양손을 사용해 통닭처럼 고등어를 들고 뜯었다.
딱딱했던 누룽지는 더운물과 시간으로 인해 부드럽고 고소한 눌은밥이 됐다. 설탕을 솔솔 뿌려서 먹는 누룽지도 매력있지만, 눌은밥을 이길 수 없다. 요렇게 먹어도 충분하지만, 고등어구이만 먹느라 반찬을 거의 먹지 않았다.
간고등어구이가 담백하긴 하나, 특유의 기름은 어쩔 수 없다. 눌은밥의 고소한 국물을 해치기 싫어 고등어는 미리 다 먹어버렸고, 수저에 남아있는 기름조차 용납할 수 없어 새 수저로 바꿨다. 반찬을 올려서 먹다가, 나중에는 솥을 비스듬히 놓고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다 해치웠다.
Serendipity의 사전적 의미는 재수 좋게 우연히 찾아낸 거, 뜻밖의 발견, 운 좋은 발견이라고 한다. 갑자기 내린 비를 피하기 위해 들린 아이파크몰에서 행복한 안동식 간고등어 솥밥 반상을 만났다.
2022.10.28 - 솥밥에 떡갈비면 게임오버 신도림동 명가의뜰 현대백화점디큐브시티점
'맛을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총재실 & 화폐박물관 건축실 & 옛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3) | 2024.01.18 |
---|---|
맑고 깔끔한 양푼이동태찌개 성북동 성암동태랑코다리 (26) | 2024.01.17 |
연유브레드와 산딸기맘모스는 겁나 달달해~ 경기 부천 판타지아 (33) | 2024.01.15 |
쌀집에서 흑미호떡과 잉어빵을~ 양평동 충남쌀상회 (feat. 까치분식) (25) | 2024.01.12 |
석화찜에서 생굴보쌈을 지나 매생이전으로 마무리! 경기 안양 굴따세 (26) | 2024.01.10 |
짜장면과 탕수육 그리고 핫도그까지 만원으로 가능해! 경기 광명 탕탕탕 & 광명핫도그 (in 광명전통시장) (25) | 2024.01.05 |
달달한 연유라우겐 & 고소한 레즌천연발효빵 서초동 김영모과자점 본점 (21) | 2024.01.03 |
갈비 먹으러 갔다가 국밥에 빠져~ 충무로1가 장수갈비집 명동본가 (23) | 2024.01.02 |
굴짬뽕을 먹기 위해 7년 만에 다시 찾은 정동 동영관 (30) | 2023.12.29 |
독일빵집에서 라우겐에케와 브레첼을~ 여의도동 브로트아트 (58) | 2023.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