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충남쌀상회 (feat. 영등포동 까치분식)
겨울을 대표하는 간식은 뭐가 있을까? 우선 호떡과 붕어 혹은 잉어빵이 있다. 그리고 다른 계절에도 먹을 수 있지만, 유독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만두와 찐빵도 있다. 요즘은 트렌드에 맞게 다양성을 추구한다지만, 옛맛 입맛 보유자는 신식보다는 구식을 더 좋아한다. 양평동 충남쌀상회에서 호떡과 잉어빵을, 영등포동 까치분식에서 고기만두와 찐빵을 먹는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간판은 충남쌀상회 즉, 쌀집이다. 그런데 있어서는 안 될, 아니 뭔가 어색한 무언가가 있다. 흑미호떡과 잉어빵이 그 주인공이다. 쌀집에서 호떡이라니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에 제보를 할까나? 스치듯 잠시 생각을 했다.
쌀집치고는 쌀이 너무 없다. 왜냐하면, 공간의 대부분을 호떡집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쌀집이지만, 겨울에만 호떡을 판매한다고 생각했는데, 분위기를 보아 하니 아무래도 주객전도인 듯싶다.
세상에 이런일이에 제보를 하려고 했다는 생각을 접기 잘했다. 방송국은 같지만 다른 프로그램에 나왔기 때문이다. 작년 11월에 생활의 달인 은둔식달 호떡 달인으로 나왔단다. 스브스뿐만 아니라 지상파를 멀리하고 있기에 방송에 나왔는지 모르고 찾아갔다.
촬영 허가를 받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주인장은 방송을 보고 왔을 거라 생각했을 텐데, 전혀 아니다. 쌀집에서 호떡을 판다는 거 자체가 신기했고, 블로그 콘텐츠로 더할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찰흑미 수수 호떡은 1개에 2,000원이고, 잉어빵은 2개에 천원이다. 카드는 안되고, 현금만 가능하다. 호떡 1개는 바로 먹고, 2개는 포장 그리고 잉어빵 2개도 포장했다.
냄비 뚜껑같은 녀석(?)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동그란 반죽을 얇게 편 후 바로 뚜껑을 덮는다. 그리고 그 상태로 호떡을 익히다. 부치면서 찐다고 해야 할까나? 지금까지 봤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그 때문인지 기름도 덜 사용하는 듯싶다. 뚜껑 때문인지 몰라도, 갓 나온 호떡은 오동통하니 부풀어 올라있다.
갓 나온 흑미호떡은 겁~~~나 뜨껍다. 그래서 문 앞에 서서 호호 불면서 먹었다는 거, 안 비밀이다. 호떡이 처음은 아닌데, 흑미라서 때깔이 다르고, 두께도 꽤나 두툼하다. 꿀(설탕)은 덜 들어간 듯싶지만, 그 덕분에 쫀득하고 쫄깃한 식감은 제대로 느껴진다.
잉어빵과 붕어빵의 차이를 검색하니 이렇게 나온다. 잉어빵은 머리가 뾰족하고 무늬가 선명하지 않고, 반죽에 버터와 찹쌀을 넣어 바삭 쫄깃하며 반죽이 얇아 속이 비친다. 그에 반해 붕어빵은 머리가 둥글고 무늬가 선명하고, 밀가루 반죽으로만 만들어져 단단하고 담백하며, 반죽이 두툼해 속이 비치지 않는다.
음... 차이는 확실한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속에 들어 있는 팥이 보이는 잉어빵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반죽에 버터와 찹쌀은 모르겠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다. 팥은 팥맛이 나는데, 슈크림은 잘 모르겠다. 옛날 입맛이라서 팥이 더 좋다는 거, 쉿~ 비밀이다. 그나저나 잉어빵 크기가 작아졌나? 하나만 먹어도 든든은 아니어도 만족감은 있었는데, 지금은 한 개로는 부족하다.
참, 호떡과 잉어빵은 포장을 해서 근처에 있는 별다방에서 먹었다. 왜냐하면, 스타벅스는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장을 포장했는데, 덤으로 하나를 더 줬다. 종이컵으로 먹을 때는 설탕이 별로 없구나 했는데, 이렇게 보니 넉넉해 보인다. 흑미에 수수 호떡이라서 건강한 느낌이구나 했는데, 종이에 묻어있는 기름을 보니 건강이라는 단어가 싹 사라졌다. 하나만 먹고 나머지 2개는 현재 냉동고에서 쿨쿨 자고 있다. 주말에 따끈하게 데워서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을 거다.
며칠 후, 영등포역 근처에 있는 까치분식을 찾았다. 세련된 느낌의 분식집과는 다른 예스럽고 정겨운 분식집이다. 처음 왔는데 입구부터 내부까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메뉴가 다양하지만, 손만두 전문점이니 고기만두(5,000원)와 찐빵(4,000원)을 주문했다.
추운 겨울날, 연기로 자욱한 만둣집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아까와 달라진 모습에 서둘러 나가서 촬영을 했다. 사실은 처음부터 요런 느낌은 원했는데, 들어갔을 때는 만두를 찌고 있지 않아서 연기가 없었다. 주문한 만두와 찐빵으로 인해 원하던 그림을 실컷 담았다.
까치만두는 분위기뿐만 아니라 맛도 예스럽다. 옛날 입맛 보유자에게는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맛이다. 고기만두는 후추향이 기분좋게 퍼지면서 얇은 만두피와 만두소가 조화롭다.
요즘 찐빵은 그렇지 않겠지만, 예전 찐빵은 술빵 느낌이 다분히 났다. 시큼함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중간 어디쯤인 듯싶다. 빵에 비해 팥소는 많지 않은데도 부드럽고 달달하다. 잉어빵처럼 찐빵도 예전보다 작아졌나 보다. 그때는 하나만 먹어도 든든했는데, 지금은 3개나 먹었다.
호떡, 잉어(붕어)빵, 고기만두와 찐빵은 대표 겨울간식으로 흔하디 흔했는데 지금은 일부러 찾아서 먹어야 한다. 그때에 비해 먹거리가 많아진 탓도 있지만, 내 입맛도 변했을 거다. 요즈음 탕후루을 한번 먹어볼까? 이딴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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