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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동 잉꼬네떡볶이

광화문에서 버스 환승을 하면서, " 철이 없었죠. 떡볶이가 좋아서 2시간이나 걸려 망우동에 있는 잉꼬네 떡볶이에 갔다는 게..." 그때 그 시절에 먹었던 떡볶이를 찾으러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리움에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다. 

 

잉꼬네떡볶이는 서울시 중랑구 용마산로120길 43 1층에 있어요~

망우동은 땅이 평평한 배밭이 많았고, 1970년대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일대에 학교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 학교는 밀집되어 있는데 버스 노선이나 수는 많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 학교 앞 떡볶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을 거다.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때 그 맛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

그중 한 곳이 잉꼬네 떡볶이(간판은 잉꼬네떡볶기)이다. 2시간이나 걸려 오다 보니 12시 50분쯤에 도착을 했다. 방학기간이고 평일이라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줄이 있다. 줄 서서 기다리는 거 싫지만, 이거 하나 먹으려고 왔기에 플랜 B가 없다.

 

한 팀이 들어가고, 바로 앞팀은 다음에 온다고 하면서 돌아간다. 아싸~ 이런 행운이...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 떡볶이를 다시 만들어야 해서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앞팀이 갔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어차피 다른 계획은 없으니 기다린다고 했다.

옛맛을 찾아왔는데, 맛을 보기도 전에 분위기에서 울컥했다. 서울 서남권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망우동은 난생처음 왔데 이런 분위기가 전혀 낯설지 않고 친숙하다. 지역은 달라도 그때 그 시절 분식집은 다 이랬나 보다.

 

들어오자마자 양해를 구하고 찍은 사진이다. 떡볶이가 이렇게 많은데 왜 기다려야 하나 했다. 잉꼬네 떡볶이는 팬이 이거 하나뿐인데, 전부 배달을 위한 포장용이었다. 즉, 떡볶이가 다 팔리면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시간이 30분이라는 거다. 어차피 갈 데도 없으니 남 먹는 거 구경이나 하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주문은 미리 해도 된다고 해서 메뉴판을 바라봤는데 또다시 울컥 모드 발동이다. 그 어디에도 떡볶이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골고루는 기본 떡볶이, 그다음은 라면과 쫄면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는 것을... 기본도 좋지만, 그때 그 시절(중고등) 학교 앞 떡볶이는 섞음이 대세였다. 

"쫄볶이(4,500원인데 현금결제와 계좌이체는 500원 할인) 하나와 꼬마김밥(1,000원)과 만두(천 원) 각각 하나씩 주세요."

 

잉꼬네떡볶기 쫄볶이와 김밤, 만두 등장이요~

당연한 말이지만, 단무지는 리필이 가능하다. 요즈음 얇디얇은 단무지를 주는 곳이 많은데, 그때 그 시절 단무지는 아삭함을 강조하기 위해 두툼했다. 셀프였다면 국물 없이 담았을 텐데, 촉촉하니 국물도 많다.

 

떡, 계란, 어묵, 만두는 기본 여기에 쫄면 추가요~
밀떡과 쫄면

분위기와 메뉴판에 이어 떡볶이에서 또 울컥 모드 가동이다. 망우동은 처음인데 비주얼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먹었던 그것과 비슷하다. 그릇에 비닐을 씌우는 곳도 있었지만 잉꼬네는 아니다. 넓은 접시에 국물이 넘치도록 가득 담아주는 거 똑같다. 

지금은 쌀떡파이지만, 그때는 밀떡이 전부였다. 밀떡에 삶은 계란 하나와 가지런히 놓여있는 쫄면이 있다. 그리고 그때 그 시절과 다른 점은 어묵과 만두다. 양은 같을지 모르지만, 그때는 먹기 좋게 썰어서 나왔고, 잉꼬네는 통으로 나온다. 참, 만두는 이따 자세히 다룰 예정이라서 지금은 지나갑니다~

 

초등학교(실제는 국민학교) 앞 떡볶이는 묽은 빨간 맛에 단맛이 가득했다면, 중고등학교 앞 떡볶이는 좀 컸다고 매운맛을 추가했다. 그때 그 맛을 잉꼬네에서 다시 만났다. 전체적으로 단맛이 지배하고 있지만, 중간중간 매운맛이 훅치고 들어온다. 밀떡은 몰캉하니 양념을 잔뜩 품고 있다. 

 

따로 삶아서 추가한 쫄면은 사진을 찍느라 타이밍을 놓쳤는지 몰라도, 쫄깃탱탱보다는 살짝 불은 듯 저작운동을 과하게 하지 않아도 후루룩 넘어간다. 단무지로 부족했던 아삭한 식감을 더해준다.

 

잉꼬네 떡볶이의 핵심은 만두~

잉꼬네떡볶이의 핵심은 만두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껏 먹었던 만두와 정말 다르기 때문이다. 왜 야끼만두라고 불렀는지 모르지만, 학교 앞 떡볶이에 야끼만두는 필수다. 기름을 잔뜩 먹은 튀김만두(야끼만두)는 떡볶이 국물에 넣어서 눅눅해질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먹었다.

그 시절 만두는 당면이 조금 들어있는데 지금은 그조차도 없다. 만두피를 튀긴 만두랄까? 그런데 이게 또 별미다. 처음에는 바삭함만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눅눅함에 고소함이 더해진다. 푹 절여진(?) 상태가 가장 괜찮다는 거, 안 비밀이다.

 

테이블에 후추가 있다? 넣어서 먹으라는 의미일 거다. 은은하게 퍼지는 후추향은 좋은데, 매운맛을 더 추가하기 싫어 조금만 넣었다. 

 

꼬마김밥은 굳이~ 지극히 개인취향!
삶은계란을 맞이할 준비!

떡볶이에 나오는 삶은 계란은 완숙이라서 단독으로 먹으면 겁나 퍽퍽해서, 으깨서 국물과 함께 먹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맵(순)둥이라면 숟가락 사용금지다. 왜냐하면 단맛에 가려져 있던 매운맛이 확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숟가락으로 퍼먹었다가 밤새 속이 쓰려서 고생했다. 그때 그 시절의 떡볶이는 맞는데, 내 몸뚱아리(특히, 위)는 그때 그 시절이 아니구나.

 

SINCE 1978 잉꼬네 떡볶이, 또 올게요~ 참,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다. 이때는 매장에서 먹거나 포장은 불가, 대신 재료 포장은 가능하다. 

 

잉꼬네 떡볶이와 함께 홍이네옛날떡볶이도 그 시절을 함께한 분식집이다. 잉꼬네에서 1차, 홍이네에서 2차를 하려고 했으나, 나의 몸뚱아리는 주인 말을 듣지 않는다. 망우동에 가려면 2시간 소요, 1번의 환승 그리고 추가요금까지 해서 1,900원이 나오지만, 옛맛을 찾아 또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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