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 베이커리카페 메트로폴리스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듯, 빵집마다 빵맛이 다르다. 레시피는 거기서 거기일 텐데 만든 사람이 다르기 때문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제 먹었던 크루아상과 오늘 먹은 크루아상은 확실히 다르다. 고로, 빵지순례는 멈출 수 없기에, 공릉동에 있는 베이커리카페 메트로폴리스를 찾았다.
규모에 비해 빵 종류는 적다고 볼 수 있지만, 실속있는 빵만 모여있다. 그나저나 우리 동네에는 왜 이런 빵집이 없을까? 있다면 출근도장에 블로그 포스팅까지 엄청나게 했을 거다. 서울 서부권에서 노원구 공릉동은 겁나 멀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만큼 맘에 드는 빵집을 찾았기 때문이다.
앙버터와 우유생크림, 블루베리 생크림 크루아상이 있다. 다양한 크루아상과 소세지빵에 소금빵, 에그타르트 그리고 쿠키와 빨미까레 등 요즘 핫한 빵은 죄다 모아 놓았다. 이 중에서 종류가 가장 많은 크루아상이 시그니처이자 베스트인 듯 싶다.
뿌링클 치킨을 한번도 먹은 적이 없어서, 뿌링클 소세지가 궁금하지만 도전에 약한 1인이라서, 안전빵(?)으로 가려고 한다. 생크림 is 뭔들이니 무조건이고, 시나몬 향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라 쟁반에 올렸다. 요즘 황치즈가 엄청 인기라는데, 뽀또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같으면 다방커피 같다는 도깨비커피를 골랐을 텐데, 커피애호가는 첨가를 거부한다. 고로, 얼음 동동 아메리카노(3,900원)를 주문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를 바라보면서 반주와 함께 뜨끈한 국밥을 먹었어야 했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진한 커피 & 빵이 좋다. 알콜부심(?)이 낮아지면서 빵을 더 찾게 됐고, 여전히 카페인에 약한 1인이지만 커피를 사랑하게 됐다.
믹스와 라떼를 벗어나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게 된 지 4개월이 지났다. 그날 이후로 얼음 동동 아메리카노는 내 삶의 활력소가 됐다. 4개월 전에는 사약같다고 투덜거렸지만, 지금은 진해서 무지 좋다고 하는 내 자신이 신기하다. 이제는 때깔이 진할 수록 쓴맛이 아니라 고소함이 느껴진다.
얼마 전, 서촌에 있는 빵집에서 크루아상의 정석을 맛봤지만, 우유생크림크루아상(4,500원)은 또 다르다. 여기서 주인공은 무엇일까?
단연컨대, 우유생크림이다. 후다닥 사진을 찍고 반으로 자른 후, 손에 들고 폭풍흡입을 했다. 생크림이 많은데 절대 느끼하지 않고 고소하며, 달달함은 과하지 않다. 왼손이 아니라 크루아상은 거들 뿐이다.
행복은 성적순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진정한 행복은 부드럽고 고소한 생크림이 아닐까 싶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으며, 공릉동까지 온 보람... 충분히 있다.
우유생크림크루아상을 한 번 더 먹었어야 했다. 한번으로 끝내기에는 매우 몹시 아쉽다. 하지만 과함보다는 부족함이 좋다면서 시나몬롤(3,900원)을 먹는 속도는 현저히 줄었다. 좋아하는 시나몬 향에 선물같은 호두 알갱이는 참 좋은데, 엄청난 강적이 휩쓸고 지난 다음이라서 그리 즐겁지가 않다.
크림인 줄 알았는데 화이트초콜릿이다. 그나저나 시나몬롤을 먹고 있는데, 시나몬 가루를 잔뜩 뿌린 달달한 엄마손파이를 먹고 있는 기분이 든다.
단호박바게트는 시식용인데, 자르다 말았는지 두 조각이 붙어있다. 괜히 찔려서, 직원에게 이거 다 먹어도 되냐고 물어본 후 가져왔다. 참 진부한 맛표현인데, 이보다 정확할 수 없다. 단호박 샐러드를 바게트에 올려서 먹는 맛으로, 빵보다는 단호박 맛이 꽤나 강하다.
3년 만에 공릉동을 찾았는데, 2026년에 왔을때 메트로폴리스가 여전히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뿌링클 소세지 맛이 궁금하니, 꼭 가야만 하는 핑곗거리를 찾아야겠다.
2020.06.23 - 경춘선숲길 옆 라라브레드 공릉점
2020.02.10 - 공릉동 소문난멸치국수 푸짐하고 소박한 잔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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