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 라라브레드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는 기차 소리가 요란해도 잘 잔다. 숲길로 변한 경춘선 기찻길은 칙칙폭폭 요란한 기차소리 대신 고소한 빵내음이 가득이다. 기찻길 옆 빵집 라라브레드 공릉점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한다.
작고 소박한 빵집일 줄 알았는데, 규모가 재벌(?)급이다. 공릉점말고 한남, 대치, 송파 등 지점이 많다. 동네빵집은 아니지만, 경춘선숲길을 걷다 잠시 쉬고 싶은 생각이 들때 라라브레드가 딱 등장했다. 이보전진을 위해서는 일보후퇴를 해야 하므로 휴식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프랑스어로 초승달을 의미하는 크루아상이 라라브레드의 주력 빵인 듯 싶다. 기본 크루아상에, 초코, 햄치즈, 소시지, 카야, 라우겐 등 종류가 무지 많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빵인데 이렇게 종류가 많으니 고민을 아니 할 수가 없다. 나름 진중하고 심각하게 고민할 결과, 햄치즈 크루아상(4,000원)을 골랐다.
규모에 비해 빵이 너무 없는 걸 했다가, 뒤를 돌아보니 여기도 빵이 가득이다. 어쩜 이리도 좋아하는 빵만 가득인지, 라라브레드 지점 중 가까운 곳을 찾아 도장깨기를 해야할 거 같다. 개인적으로 버터프레첼을 좋아하는데, 연유가 더해졌다고 해서 앙버터(3,800원)를 골랐다. 빵집과 어울리지 않게 핸드크림이 꽤 많네 했는데, 화장품이 아니라 먹는 잼이다. 시식 코너가 있지만, 시국이 시국이라 그런지 끌리지 않는다.
빵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샐러드에 피자, 파스타, 샌드위치까지 메뉴가 무지 많다. 여럿이 와서 브런치를 먹으면 좋을텐데, 혼밥이라 빵과 커피만 먹을거다.
2층은 음식을 만드는 주방과 창가석 그리고 몇개의 테이블이 있다. 2층뿐만 아니라, 3, 4층도 있지만 때마침 2층에 빈테이블이 있어 걍 앉았다. 1층에 있을때는 빵집이었는데, 2층에 올라오니 레스토랑이다. 이럴 줄 알았는데, 빵은 포장, 파스타를 주문할 걸 했지만, 너무 오래 쉬면 걷기 싫어질 거 같아서 관뒀다. 지금은 밥을 먹으러 온 게 아니라 잠시 쉬러 온 거다.
햄과 치즈는 기본 엘레비르 버터에 베샤멜 소스도 들어있다. 크루아상만 먹어도 충분히 좋은데, 햄에 치즈 그리고 버터까지 이건 호사다.
부드러운 크루아상에 햄과 치즈 그리고 버터까지 겁나 조화롭다. 토마토와 녹색 채소(이름 모름)로 인해 샌드위치 느낌도 나니 좋다. 양도 부담스럽지 않고, 커피랑도 잘 어울린다.
크루아상과 달리 앙버터는 빵이 무지 단단하다. 하지만 달달한 팥과 프랑스산 고메버터로 인해 단단함은 어느새 촉촉함으로 변한다. 개인적으로 팥앙금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앙버터보다는 버터프레첼을 즐겨 먹었는데, 앞으로는 둘 다 즐겨먹어야겠다.
경춘선숲길을 다 걷고 마지막에 라라브레드에 들렸다면, 빵도 더 먹고 파스타에 샐러드까지 푸짐하게 브런치를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4km로나 남아 있다. 한시간 정도 휴식을 취했으니, 이제 다시 밖으로 나가서 남은 기찻길을 걸어야 한다. 그나저나 그나마 가까운 지점이 라라브레드 한남점이니, 다음에는 한남오거리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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