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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옥경이네건생선 서울중앙시장

갑오징어는 6월이 제철이다. 쫄깃한 육질 속에 숨어 있는 엄청난 단맛은 회로 먹어야 하건만, 생보다는 반건조가 좋다. 건조되는 동안 쫄깃함과 단맛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제대로된 반건조 갑오징어를 먹을 수 있는 곳은 황확동에 있는 옥경이네건생선뿐이다. 찾아보면 더 있을 테지만 현재는 이집이 유일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전통시장에 왔건만, 서울중앙시장 구경은 뒷전 바로 들어간다. 작년 늦가을 여기서 우럭젓국을 먹었다. 생소한 맛에 살짝 당황했지만, 갑오징어 맛을 알기에 다시 찾았다. 혹시나 브레이크 타임이면 어쩌나? 이런 불안 안해도 된다. 왜냐하면 없으니깐. 

 

뭘 먹을지 두어시간 전부터 생각을 했기에, 앉기도 전에 주문부터 한다. "갑오징어구이(23.000원) 주세요." 반건조 민어구이도 좋지만, 혼자라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저 많은 반건조 생선들은 어디서 왔을까? 원산지를 보니, 진도, 대마도리, 군산 그리고 목포에서 왔단다. 그나저나 마요네즈를 국산이라고 한 건, 갓뚜기같은 국내 브랜드 마요네즈를 사용해서 그런 듯 싶다.

 

옆으로 공간이 연결되어 있는데, 먼저 온 사람들도 있고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해야 하므로 확 떨어져 앉았다. 이집의 특징은 주문을 한 후에 조리에 들어간다. 고로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쫌 걸린다. 기다리는 동안 기본반찬이 깔리고, 갈색이를 담고 있는 녹색병(테라)을 주문했다. 역시 극심한 갈증을 푸는데는 어른이 음료가 딱이다. 

 

4가지 기본반찬
미역줄거리 볶음 / 고사리 나물인가? / 파김치

그리고 오이가 있으니 미역국이 아니라 미역냉국이다. 여름 냉국은 대체로 짭조름하지 슴슴한 냉국은 먹어본 적이 없는 거 같다.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쉽게 상할 수 있어 짜게 만든 것일까? 이유는 모르지만, 술보다는 밥을 부르는 미역냉국이다.

 

반건조 갑오징어 구이 등장이오~

먹태구이에도 청양간장마요소스가 나오지만, 갑오징어구이에도 나온다. 담백하게 먹고 싶다면 갑오징어만 먹으면 되지만, 요 소스맛을 한번 맛보게 되면 절대 멈출 수가 없다. 마약소스라고 해도 될만큼 중독성이 갑이다. 갑소스에 갑오징어서 찍어서 먹는다.

 

오동통한 갑오징어구이

혼밥이라서 소로 주문했는데, 양이 은근 꽤 많다.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피둥어꼴두기를 우리는 흔히 오징어라 부른다. 그 오징어에 비해 갑오징어는 생김새는 같을지 모르지만, 두께는 확연히 다르다. 잘생긴 사람 옆에 있으면 오징어가 된다고 하던데, 갑오징어를 보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거다. 그냥 오징어와 갑오징어는 완전 다르니깐. 

 

예전에 비해 청양고추를 더 넣은 듯 싶다. 매운맛이 살짝 돌아야 하는데, 은근 꽤 맵다. 예전처럼 소스를 듬뿍 찍어 먹다가는 속이 많이 아플 거 같다.

 

갑오징어라 그런가, 몸통과 다리를 연결하는 부위조차 맛나다. 다리는 두말하면 입만 아프다. 두툼한데 질기지 않고 부드럽고, 짠맛이 있을 거 같은데 엄청 담백하다. 여기에 갑오징어 특유의 단맛까지 더해져 회보다는 반건조를 더 찾게 만든다. 시원한 갈색이는 쭉쭉쭉~ 계속 들어간다. 

 

두툼하고 오동통한 갑오징어 먹고 가세요~
예술같은 칼집으로 갑오징어 꽃이 됐어요~

오징어구이는 주로 몸통만 먹고 턱을 아프게 하는 다리와 유독 짠맛이 강한 귀 부위는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갑오징어는 어느 부위를 먹어도 다 훌륭하다. 마성의 청양간장마요소스를 더하면 더할나위 없다.

 

생뚱맞게 밥이 아니라, 소스가 넘 매워서 진화가 필요했다. 덜 찍어서 먹으면 되는데, 먹던 습관때문인지 자꾸만 듬뿍 찍게 되고, 그러다보니 속이 아프다. 그나저나 밥과 반건조 갑오징어구이 어울릴까? 

 

무슨무슨 마요덮밥은 먹은 적이 있지만, 스스로 마요소스에 밥을 비벼서 먹은 건 난생처음이다. 만약 마요네즈만 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인데, 간장에 다량의 청양이 있어 가능했다. 작명을 하자면, '반건조 갑오징어구이 청양마요 초밥'이다. 갑오징어가 단단하지 않아서 먹는데 불편함은 없지만, 솔직히 또 만들어 먹고 싶지는 않다. 

 

소스가 매콤하니 밥에도 잘 어울린다. 기본반찬 중 좋아하는 미역줄거리 볶음을 올려서 먹는다. 맨밥보다는 소스에 비빈 밥이랑 먹는게 더 좋다. 무엇을 올려서 먹듯, 청양간장마요소스와 밥이 최고다.

 

제철 갑오징어 회를 먹은 적이 있지만 반건조를 만나고 난 후, 회보다는 구이만 생각난다. 여기에 소스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헌데 개인적으로 매운맛이 강했으니, 다음에는 미리 청양을 덜 넣어달라고 해야겠다. 만들어진 소스가 아니라, 그때그때 만들어서 주는 거라서 요청하면 가능할 거 같다. 남은 갑오징어구이는 당연히 포장을 했고, 다음날 간식으로 맛나게 먹었다. 자고로 오징어는 질겅질겅 씹어줘야 한다지만, 갑오징어는 갑이라서 몇번의 저작운동만으로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황학동 옥경이네건생선 우럭젓국 그리고 갑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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