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숲길
개인적으로 달리기는 못하지만, 걷기는 좀 한다. 느리게 천천히 그리고 오래오래 잘 걷는 편이다. 단, 오르막보다는 평지를 좋아한다.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 하는데, 6km는 생각보다 꽤 장거리다. 그래도 경춘선숲길에 왔으니 도전.
지하철 1호선 월계역에 내려 경춘선숲길에 도착. 시작점이기도 하고 끝점이기도 하다. 춘천가는 기차는 망우역에서 출발, 이곳을 지나갔다. 지금은 망우역으로 가는 기찻길은 사라졌지만, 여기서부터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담터마을까지 6km 구간의 경춘선 기찻길은 숲길이 됐다. 끝날 듯 끝나지 않은 기찻길을 따라 여름 산책을 시작한다.
작년에 왔을때는 화랑대역에서 화랑대 역사관까지 짧은 구간을 걸었기에, 늘 아쉬움이 남았다. 전구간을 걸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이제야 채우러 왔다. 자~ 시작해 볼까나. 미세먼지도 있고, 2미터 거리두기를 하기에는 사람들이 많다. 마스크를 벗고 싶지만, 벗을 수가 없으니 쓰고 있어야 한다.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 불어오는 바람에 감사함을 느끼면 걸어나갔다.
경춘선은 서울시와 강원도 춘천시를 연결하는 간선 철도 노선이다. 운행 길이는 80.7km이며, 망우역에서 시작해 경기도 동북부 일대를 경유해 춘천역까지 이어진다. 2010년 12월 마지막 열차를 운행하고 폐선부지가 됐지만, 2019년 5월 7년만에 기찻길에서 숲길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로7017은 찻길에서 도심 정원인 사람길로, 경춘선은 기찻길에서 사람이 다니는 숲길이 됐다.
기차가 다니던 철교를 이제는 사람이 다닌다. 경춘철교는 경춘선이 지나던 교량으로 중랑천을 사이에 두고 노원구 월계동과 공릉동을 연결하는 폭 6m, 길이 176.5m의 철교다. 중랑천의 옛 이름을 본떠 한천철교라고도 했지만, 서울과 춘천을 왕복하는 열차가 달린다는 의미에서 서울을 나타내는 경과 춘천의 춘을 더해 경춘철교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앞에 가는 저분은 용자(?)일 거다. 왜냐하면 통유리는 아닌데 아래가 보이는 때문이다. 바뀌는 구간에서 나는 멈췄지만, 저분은 아랑곳 없이 직진이다. 따라해 보고 싶지만, 그럴 용기가 없어 철길 옆으로 내려갔다.
철교는 끝나도 철길은 계속 이어진다. 기차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일거다. 철길 옆에 있는 나무 윗부분에만 초록잎이 무성한 이유가 말이다.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으니 초록잎이 영역을 확장 중인가 보다. 솜털같은 초록잎이 나무 아랫부분에도 듬성듬성 보인다.
경춘선숲길의 진정한 숲길은 여기가 아닐까 싶다. 기찻길 옆으로 진짜 숲길이 있기 때문이다. 철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잠시 외도(?)를 해야겠다.
주택가에 기찻길이 있는 것도 놀랍지만, 그 옆으로 울창한 나무가 있는 숲길도 놀랍다. 여름답게 날이 더웠지만, 지금은 시원한 바람에 그늘까지 걸을 맛이 난다.
레일 바이크와 레일 핸트카다. 기찻길 전 구간을 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유료가 아니라 무료이니 둘이 왔다면 탔을 거다. 주말과 공휴일 그리고 1시부터 2시는 이용이 제한되지만, 평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탈 수 있다. 참, 레인 핸드카는 선로보수를 위한 무동력 기계장비라고 한다.
숲길에서 다시 철길로 나와 또 걷는다. 걷다보니 드는 생각, 아니 생각이 안 든다. 걸으면서도 멍 때릴 수 있다.
방문자센터에 체험프로그램이 있는 거 같지만, 실내라서 들어가지 않고 화장실(사진 속 오른쪽 건물)만 이용했다. 경춘선 숲길에서 첫번째로 만난 화장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 깨끗하다. 기찻길이라 걷다보면 따분하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절대 오산이다. 숲길답게 나무도 많고, 구간마다 볼거리도 은근 많다.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다섯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하지만 이 문은 문이 없으니 닫을 수가 없겠구나.
철길만 있다면, 돌멩이로 인해 몇 번 넘어질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옆으로 걷기 편한 길이 있어 넘어질 위험은 제로다. 작은 꽃으로 만든 꽃길도 있으니, 경춘선 숲길은 무조건 느리게 천천히 걸어야 한다.
경춘선이 폐선부지가 되고 난 후, 여기는 철길조차 사라졌다가 경춘선숲길이 되면서 다시 맹들지(?) 않았을까 싶다. 평행선을 이루는 2개의 레인으로 이곳이 기찻길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래도 끊어짐 없이 연결이 되어 있으니 좋다.
너의 날개짓 한번에 나의 카메라를 너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이동을 한다. 찍으면 날아가고, 또 찍으면 날아가고, 기나긴 시간동안 네가 멈추길 옆에서 조용히 기다린다. 드디어 성공~ 보라색 꽃이 피는 꼬리풀에 살짝 앉아 있는 너의 자태는 아름답기만 하구나.
김엉철의 동네 한바퀴에 나왔던 주택카페인 아너카페다. 6km 구간을 쉬지 않고 걸을까 하다가, 무리일 듯 싶어 중간에 한번 휴식을 가지려고 한다. 그런데 이제 막 1km를 지나온 거 같은데, 지금은 아니다. 고로 아쉽지만 직진이다.
월계역 부근에서 출발했고, 지금은 지하철 7호선 공릉역 부근 철길이다. 화랑대역까지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주변에 그늘이 없어 살짝 힘들지만, 나의 직진 본능은 멈출 수 없다.
최종목적지인 담터마을까지는 6km다. 앞으로 4.33km 남았다고 하니, 2km 정도 걸었다. 끝나지 않을 거 같은 기찻길을 보며 지치기 전에 휴식을 줘야할 거 같다. 갈증도 나고, 근처에 괜찮은 빵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다. 내일은 라라브레드, 모레는 경춘선숲길 두번째 이야기가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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