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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연꽃

강렬한 햇살이냐? 촉촉한 빗방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요맘때 조계사에 가면, 만발한 연꽃을 만날 수 있다. 화분에 핀 연꽃이지만, 마치 저수지에 있는 듯 착각을 불러올만큼 엄청나게 많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햇살보다는 부슬비가 날 거 같아 일부러 비가 오는 날에 갔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물폭탄이 떨어지는 날(7월 23일)이었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 일부러 비를 선택했건만, 하필이면 장마비가 가장 많이 내린 그날을 택했다. 조계사로 향하면서 느낌이 안좋긴 했다. 그래도 혹시나 비가 잦아들기 바라면서 버스를 탔고, 종로1가에 도착했지만 비는그칠 줄 1일 7깡을 하는지 엄청나게 퍼붓고 있다. 다시 돌아갈까? 생각을 안한 건 아니다. 그런데 무슨 똥배짱인지 반대편 버스정류장이 아니라 조계사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출발하기 전, 비는 내렸지만 바람은 약했다. 그런데 조계사로 가고 있는데, 비에 바람까지 가지가지 한다. 이때 뒤를 돌아야 했는데, 아무래도 마가 끼었나 보다. 

 

조계사 일주문에서 우산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연꽃을 제대로 보려면 경내로 들어가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필이면 왜 오늘 왔을까? 이 생각을 골백번도 더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사실 포기해도 되는데, 정말 무슨 똥배짱인지 모르겠다.

 

칠석맞이 인연성취등 공양

"견우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을 맞이하여 좋은 인연을 발원하는 조계사 인연성취등 공양을 올리시기 바랍니다." 안내문을 읽은 순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치고 지나갔지만, 굳이 해서 뭐하나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바로 치고 올라오는 바람에 관뒀다. 지금은 인연보다는 연꽃이 먼저다. 일주문을 벗어나면 비를 피할 공간이 없다. 하이엔드 카메라에 손상을 덜 주면서 연꽃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 직진이다.

 

아~ 잠시만, 잠시만, 아까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린다. 어느새 운동화는 촉촉을 넘어 축축해졌고, 바지 아랫단은 빗물로 인해 모래주머니를 찬듯 무거워졌다. 

 

사진과 달리 연꽃화분은 훨씬 더 많다. 우산을 쓰고 있어, 움직임이 제한적이다 보니 맘에 드는 컷을 찍기 힘들다. 이럴바에는 강렬한 태양빛이 더 나을 듯 싶다. 그나저나 화분은 엄청 많은데 연꽃은 손에 꼽을만큼 별로 없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방긋 웃고 있는 연꽃을 기대했는데, 엄창난 비로 인해 연꽃들이 웃음을 잃었다. 비가 정도껏 와야지, 7월 23일은 비폭탄이 내린 날이었다.

 

또르르 또르르~ 모두 다 울상인데 빗방울만 신이 났다. 커다란 연잎으로 작은 빗방울들이 모여 하나가 되고,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땅으로 떨어진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똑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 중이다. 

 

비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만개가 아직인 듯 싶다. 기나긴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면, 방긋 웃고 있는 연꽃을 만날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므로 오늘은 사전답사다. 이렇게 자기합리화 중이다.

 

발육이 남다른 연꽃
서울 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조계사 연꽃
또르르 또르르 빗방울은 연잎 위에서 춤을 춘다!

저주지에 핀 연꽃이 아니고 화분이라 감동은 덜할지 모르지만,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도심 속 연꽃으로는 과히 나쁘지 않은 거 같다.

 

방긋이 아니라 썩소

카메라를 더 올려 8각 10층 부처님진신사리탑을 제대로 담고 싶지만, 촬영은 둘째, 카메라가 망가질 거 같아 여기까지가 최선이다. 어차피 사전답사이니깐, 담에 제대로 담을 생각이다.

 

대웅전도 이게 최선!
8월에 오면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경내를 걷다보니, 모래로 인해 흙탕물이 됐고 바지에 더덕더덕 모래가 박혔다. 고생한 거에 비해 수확은 아쉽지만, 자연을 이길 수 없으니 별도리가 없다. 

 

천진불
아이폰 촬영
조계사 백송
일주문

조계사가 서울 도심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비로 인해 원하던 풍경은 만날 수 없었지만 괜찮다. 왜냐하면 또 가면 되니깐. 긴 장마가 끝나고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8월의 어느날, 우산이 아니라 양산을 들고 조계사에 갈 것이다. 그때는 화분마다 가득 피어있는 연꽃을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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