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명인체험홍보관 카페이음
강남에 갈 일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종종 있을 듯 싶다. 이유는 우리 전통주를 만나기 위해서다. 프랑스나 미국에 와이너리 투어가 있듯, 버킷리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양조장 투어를 하고 싶었다. 해외는 힘들더라도, 국내는 틈틈이 다닐 예정이다. 사전답사처럼 전통주에 대해 예습이 필요할 거 같아, 식품명인체험홍보관으로 향했다.
강남역 CGV건물 뒤, 험난한 오르막을 올라가야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이 나온다. 이곳은 전통식품의 계승 및 발전과 대한민국 식품명인들의 활발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유통공사가 지원해 사단법인 한국전통식품명인협회가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나저나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다.
아하~ 지난 4월 전통주갤러리에 온 적이 있는데, 같은 건물이다. 그때는 1층에 갔다가 2층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카페라고 해서 안 갔던 거 같다. 3층은 코로나19로 인해 체험프로그램을 안한다고 해서, 전통주갤러리만 보고 왔었다.
2층은 카페이고, 3층이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인 줄 알았는데, 카페와 함께 대한민국식품명인 제품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3층은 식품명인과 함께 하는 체험프로그램을 하는 곳인데, 최소 인원이 5인부터 예약이 가능하단다. 고로 체험은 못하고, 구경과 시음만 하고 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발효되기 전에 갔기도 했지만, 혹시 점심 무렵에 사람이 몰릴까 싶어 오전에 방문을 했다.
현재 대한민국 식품명인은 모두 78명, 이중 전통주류에만 24명이 있다고 한다. 송화백일주, 금산인삼주, 안동소주, 문배주, 전주이강주, 옥로주, 구기자주, 계명주, 가야곡왕주, 김천과하주, 한산소곡주, 추성주, 옥선주, 솔송주, 계룡백인주, 감홍로주, 죽력고, 산성막걸리, 병영소주, 오메기술, 삼해소주, 설련주, 연잎주, 고소리술. 저 선반 그대로 내방으로 옮겨왔으면 좋겠다.
명인 안동소주 부부탈세트라는데, 빈 술병이어도 술병의 가치가 대단할 거 같다. 어느 지역, 어느 명인이 만든 어느 술, 자세한 설명과 함께 가격이 나와있다. 즉, 구입이 가능하다.
솔송주 와당도자기, 담솔프리미엄 술병의 가치랄까? 안동소주와 함께 집에 모셔두면 뽀대가 나고 멋질 거 같다. 안에 든 술은 야금야금 다 마셔버릴테지만.
애플그린티, 계피생강차, 월드티 컬렉션 등등등 우리 전통차도 많다. 맥주나 소주대신 전통주가 좋듯, 현미녹차나 둥글레차대신 전통차가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전통부각 중에서 김과 연근부각은 구입을 했다. 바삭함 속에 달달함이 있고, 연근은 잘 모르겠지만, 김부각은 특유의 김 내음이 나서 좋았다. 그런데 양이 너무 적다는 건, 안비밀이다.
단순히 구경만 하는 체험홍보관이라면, 오지 않았을 거다.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은 전시되어 있는 모든 전통주의 시음이 가능한 곳이다. 카페 공간 옆 바테이블은 시음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시음은 오른쪽 사진 속 의지에서만 가능하다. 메뉴판에 안주라고 할 만한 먹거리가 있는데, 술과 함께 두면 안된단다. 즉, 술은 바테이블에서만, 안주는 일반테이블에서 먹어야 한다. 그리고 구입한 전통주를 이곳에서 마실 수 없다.
카페인땜에 커피를 못마시지만, 카페 이음에서는 커피를 자제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명인이 만든 우리차를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시음이긴 하나 독주를 마실 거 같아서 조청 가래떡(4,000원)을 그리고 임장옥 명인이 만든 오미자 감식초 에이드(3,500원)를 주문했다.
욕심같아서는 종류별로 다 마셔보고 싶지만, 무리임을 알기에 직원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대잎술과 왕주는 약주, 이강주, 삼해소주, 웅진의 별은 소주다. 처음이나 이슬이는 소주보다는 쏘주로 주로 말하지만, 전통주는 비싼 몸값이라 그런지 된발음이 아니라 순하게 소~주로 말하게 된다.
대잎술은 12% 저알콜 약주다. 약주라서 한약맛이 날까 싶었는데, 생각외로 맛이 강하지 않고 깔끔하니 시원하다. 여름술로 많이 찾는다고 하던데, 냉장고에 넣어서 시원하게 먹으면 훨씬 더 좋을 거 같다. 참, 약주는 발효주라서 변질 우려가 있어 실온보다는 차게 마시는 게 좋다고 직원이 알려줬다. 단순히 시음만 하는게 아니라, 전통주 소믈리에(직원)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전통주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왕주 역시 약주로 시음은 13%로 했는데, 25%, 52%도 있다. 왕주는 종묘제례때 진상하는 술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대잎술보다는 살짝 단맛이 도는 왕주가 더 좋았다.
소주로 넘어가니 알콜도수부터 다르다. 이강주는 25%이지만, 신기하게도 쓴맛은 덜하고 목넘김도 부드럽다. 기존에 마셨던 녹색이에게는 많이 미안하지만, 전통소주가 백만배 더 좋다. 약주와 달리 소주는 실온에 두고 마시면 향이 더 진해진다고 한다.
삼해소주는 45%답게 강한 녀석임이 팍팍 느껴졌다. 시음인데도 급 테이블로 내려와 가래떡에 조청을 듬뿍 찍어서 먹었기 때문이다. 전통주를 만드는 양조장은 대체적으로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다. 그런데 삼해소주 양조장은 지방이 아닌 서울에 있다. 고로, 양조장 투어 그 시작은 서울에서부터다.
웅진의 별은 15년 숙성된 계룡백일주다. 40%이지만, 숙성 기간을 길어서 그런지 부드럽고 목넘김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약주에 비해 소주는 향이 그리 강하지 않다. 그래서 고춧가루가 팍팍 들어간 음식보다는 민어전이나 복맑은탕처럼 담백하고 슴슴한 음식이 잘 어울릴 거 같다. 혼술을 즐겨하지만, 귀한 전통주는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마셔야 할 듯 싶다.
명인이 만든 건, 가래떡이 아니라 조청이다. 개인적으로 단거 무지 싫어하는데, 명인이 만들어서 그런지 거부감이 날 정도의 단맛이 아니다. 처음에는 살짝만 찍어먹다가, 나중에는 떡은 건들뿐 조청을 더 많이 먹었다.
아직 12시도 안됐고, 시음이라고 하지만 독주를 마셨더니 살짝 기분이가(?) 좋아졌다. 은은한 오미자 향기가 도는 시원한 감식초 에이드로 해장 아닌 해장을 했다. 전통주 갤러리는 시음이 제한되어 있는데, 위층에 있는 식품명인제험홍보관은 제한이 없다. 다음 일정이 있어 부각만 구입을 했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다음달에도 또 갈 듯 싶다. 우선 삼해소주가부터 가야하지만, 전통주 공부(?)하러 종종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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