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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갤러리 우리 고유의 술을 찾아서

마트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녹색이, 갈색이, 누룩이 말고, 우리 고유의 술을 만나러 갔다. 큰 기대없이 갔는데, 전통주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많은지 그동안 너무 몰랐다. 탁주, 약주, 소주 그리고 와인까지 전통주갤러리에 다 모여있다.

 

전통주갤러리 강남점

1층은 전통주갤러리, 2층은 이음이라는 카페 그리고 3층은 식품명인체험 홍보관이 있다. 1층에서는 전통주를 시음할 수 있고, 3층에서는 전통식품을 체험할 수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중단이다. 시음은 못하지만, 관람은 가능하다. 인터넷 예약을 하고 가면 이달의 시음주 중에서 4잔을, 예약없이 가면 2잔을 마실 수 있다는데, 이번에는 눈으로만 마셨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보이는 건, 역시 술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건, 그냥 느낌적인 느낌일 듯. 전통주갤러리는 양조장과 소비자 사이의 가교로서 농촌과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절제와 풍류의 멋이 깃든 한국 전통주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을 하고 있다. 

 

귤을 보고 짐작을 했지만, 제주에서 비행기 타고 온 전통주다. 왼쪽부터 우리 생 제주막걸리(탁주), 니모메(약주), 맑은바당(약주), 녹고의 눈물(기타주류) 그리고 제주 고소리술(증류식소주)이다.

 

비발디의 사계가 아니라, 전통주의 사계

전통주의 봄. 온 산에 본홍 물드는 삼월 삼짇날이면, 화전술을 마시며 꽃 달임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진달래를 술밥에 넣어 빚기도 하고 꽃 한송이 잔에 띄워 두견주라 부르기도 했다. 화전은 먹어봤는데, 두견주에는 진달래 향이 찐하게 날까나. 

 

전통주의 여름. 음력 오월 단오 날이면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창포주를 마셨다고 한다. 창포뿌리로 즙을 내어 술을 빚어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술을 과하게 마시면 개가 될 수 있지만, 적당히 마시면 건강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적당히가 엄청 어렵다.

 

전통주의 가을. 여문 곡식으로 들판에 노란 물이 들면 수확한 햅쌀로 신도주를 빚었다고 한다. 햅쌀로 술을 빚어 추석 상에 올리고 하늘에 감사하고, 한 해의 노동을 위로했다. 햅쌀로 지은 생막걸리 첫술이라, 매해 나오는 거 같은데 올해 첫술이 나오면 꼭 마셔봐야겠다.

 

전통주의 겨울. 섣달 그믐날, 우물에 담가둔 약재를 술에 끓여 정월 초하루, 어린 사람 순으로 도소주를 마신다. 어린이는 한살을 어서 먹고, 나이든 이는 더디 먹으면, 액을 물리치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였다고 한다. 전시되어 있는 술은 전주한옥마을 모주다. 급 콩나물국밥이 먹고 싶다.

 

뒷줄은 개량누룩(무증자용), 진주곡자 우리밀누룩, 소율곡(수입밀), 소율곡(국내산밀)이다. 뒷줄에 있는 누룩은 천연첨가물이라면, 앞줄은 아스파탐과 같은 합성감미료다. 둘다 식품첨가물은 맞지만, 백색가루보다는 황토빛깔 누룩이 더 좋아보인다. 

 

이대로 내방으로~

요기는 탁주(막걸리) 존이다. 전통주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막걸리다. 이제 막 걸렸냈다는 뜻으로 신선함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막걸리는 일반적으로 발효기간을 짧게 하고 곡물에서 비롯된 고형분을 남김으로써 보드럽고 고소한 곡물의 풍미를 그대로 전달한다.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술로, 곡물의 맛과 질감을 그대로 간직한 우리 술이다. 그런데 종류가 이리도 많다니, 마시지 못한 막걸리가 태반이다. 

 

2칸씩 나눠서 왼쪽은 약주, 오른쪽은 소주다. 약주란, 약이 될 만큼 귀한다는 뜻의 술이다. 조선시대 금주령이 있었는데, 약으로만 술 빚기가 허용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귀한 약재를 넣기에, 양반가의 규수들이 직접 빚은 귀한 술이다. 소주란, 타오르는 술을 의미하며, 증류라는 방식을 거쳐 술기운만 뽑는다. 희석식 소주인 처음이, 이슬이와 달리 전통소주는 우선 도수가 무지 높고, 원료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으며 원료의 풍미가 살아 있다고 한다. 

 

와인은 외국에만 있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우리 땅과 기후로 길러낸 과실로 빚는 한국와인과 과실주는 최북방 DMZ 인근에서 남쪽 제주도까지 수백 종이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역별 특산 과일과 발효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건, 한국와인과 과실주다.

 

얼핏 봐도 비싸고 좋은 전통주 코너
고소리술, 이강주(좌) / 한산소곡주(우)
천비향, 가운데 모름, 안동소주(좌) / 대통령상을 받은 세종대왕 어주(우)
대한민국 식품명인주

식품명인제도는 우수한 식품의 계승 발전을 위해 식품 제조, 가공, 조리 등의 분야에서 명인을 지정해 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고 한다. 20년 이상 한 분야의 식품에 정진했거나, 전통방식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자, 혹은 명인으로부터 보유기능에 대한 전수교육을 이수받고 10년 이상 그 업에 종사한 자여야 한다는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 선정된다. 1994년부터 시작해, 현재 69명의 명인이 있고, 이중 전통주 분야는 23명이다.

 

찾아가는 양조장 

지역의 양조장은 시대의 애환과 향수가 서려있는 근대문화유산이다. 전국 곳곳의 양조장을 발굴하는 사업인 찾아가는 양조장은 장인이 갓 빚은 신선한 술을 맛보고, 우리 술을 함께 배워보는 문화와 시간, 역사로의 체험여행이라고 한다. 전국의 양조장 30곳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했다는데, 양조장 찾아 삼만리를 해보고 싶다.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수상작 그리고 술 품질인증제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는 우리술의 품질 향상과 경쟁력을 촉진하고 명품주를 육성하고자 만들었다고 한다. 탁주(생막걸리, 살균막걸리), 약/청주, 과실주, 증류주, 리큐르 등 기타주류 부분으로 나눠 자웅을 겨룬다. 5개 주종 15종의 주류가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수상한 양조장을 대상으로 현장답사와 품질검사를 통해 1종의 수상작이 대통령상을 받는다.

 

술에도 인증마크가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술 품질인증제도는 2010년 발효된 전통주 등의 상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종별 품질인증을 고시하고, 품질인증 희망업체의 신청을 받아 국가에서 지정한 인증심사기관이 현장심사, 제품성분분석, 관능평가 등을 거쳐 인증서를 교부하는 제도라고 한다.

 

품질인증은 가형과 나형이 있는데, 가형은 모든 인증 제품에 사용되며, 나형은 주원료와 누룩의 제조에 사용된 농산물이 100% 국내산이 경우에만 표시할 수 있다고 한다. 음식에 원산지가 중요하듯, 술도 원산지를 따진다. 그동안 별 생각없이 마트에서 대충 골랐는데 앞으로는 인증표지가 있는 걸로 사야겠다.

 

갤러리 중앙에 커다란 테이블이 있다. 이곳에서 시음회를 한다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날때까지는 잠정 중단이다. 만약 시음회를 했다면, 입구에서 만났던 제주에서 비행기 타고 온 녀석(?)들을 음미했을텐데 아쉽고 또 아쉽다.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못 지나가 듯, 이렇게 많고 많은 전통주를 단순히 관람만 하게 한다면 여기 온 목적이 없다. 시음도 못했는데, 그냥 가면 두고두고 섭할 뻔 했는데, 판매코너가 있다. 전시용에 비해 판매용은 그닥 많지 않지만, 마트와 비교하면 종류가 엄청나다. 

 

처음이니깐, 무리하지 않고 딱 한개만 골랐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술 품질인증제를 받은 우리 생 제주막걸리(5,500원)다. 다음에는 시음회가 가능할때 와서, 마셔보고 구입해야겠다.

 

우리 전통주 온라인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즉, 전통주갤러리에서 시음을 하고, 구입은 온라인으로 하면 된다. 무겁게 들고 다니가 귀찮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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