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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석파정 

여름에 처음 갔고, 가을에 또 갔고, 겨울을 지나 봄에 다시 갔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니 멀리 갈 수 없고, 그렇다고 실내에만 있으려니 답답하다. 사람 없는 한적한 곳을 찾다보니 석파정이 떠올랐다. 여기라면 안심하고 4월의 봄을 만끽할 수 있을 거 같다.

  

석파정은 서울미술관 옥상으로 나가야 해~

밖에서는 절대 석파정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서울미술관 옥상으로 나가야 석파정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먼저 미술관으로 들어가야 한다. 미술관과 석파정을 동시에 또는 석파정(5,000원 입장료)만 관람이 가능하다. 1층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사물함에 가방을 두고, 3층으로 올라간다. 석파정을 만나기 10초 전이다.

 

참, 석파정은 조선 철종때 영의정을 지낸 김홍근의 별장이었지만, 이곳의 풍경과 주변의 정취에 마음을 빼앗긴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별장으로 만들었다. 

 

사랑채

방금 전까지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에, 삭막한 건물이 보였는데, 이상한 나라에 온 듯 세상은 고요해지고 현실같지 않은 풍경에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거 같다. 벌써 3번째 방문인데, 신기하게도 석파정으로 나가는 유리문을 열때마다 매번 같은 꿈을 꾼다. 여름은 짙은 녹음, 가을은 화려한 나무잎꽃이라면, 봄은 연한 초록에 알록달록 봄꽃의 향연이다. 예상했던대로 한적하니 나오자마자 마스크부터 벗었다.

 

나만의 정원인 듯 아무도 없네~
서울미술관 건물 옥상

옥상 정원에서 내려다 본 자하문터널, 기생충 촬영지라는데 갈까말까 하다가 가지 않았다. 석파정 나들이 후 갈증이 너무 심해 계열사로 갔기 때문이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 커다란 바위가 있다. 소수운련암각자로 석파정을 짓기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소수운련암 한수옹서증 우인정이시 신축세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물을 품고 구름이 발을 치는 집이라는 의미다.

 

석파정은 8채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현재는 안채, 사랑채, 별채 그리고 석파정만이 남아 있다. 사랑채는 아까 봤으니, 전망 좋은 별채로 향한다.

 

리얼 꽃길
진한 라일락 향을 맡으며 올라가는 중

같은 봄이여도 3월, 4월, 5월의 봄은 다르다. 4월의 봄 석파정은 라일락 꽃잔치다. 연한 보랏빛에 취하고, 진한 향기에 또 한번 취한다. 

 

사랑채 위쪽에 위치한 별채

별채 가장 끝방은 고종 황제가 석파정에 행차했을때 머문 방이다. 석파정 자체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그중 가장 높은 곳이 별채다. 당시에는 높은 건물이 없어 조망이 탁월했다고 한다. 

 

방으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 계단에 서서 고종황제이 된 듯 전경을 바라본다. 지금보다는 그때가 전망은 더 뺴어났을 거 같다. 저 끝은 아마도 부암동 산꼭대기가 아닐까 싶다. 

 

별채를 지나 다시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빨간 벤치에 잠시 앉았다.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과 살랑살랑 불어보는 봄바람, 아~ 졸립다.

 

이름표가 없으면 꽃이름을 몰라요~

또다른 바위에 새겨진 글귀는 삼계정이다. 석파정이라 부르기 전에는 삼계동 정사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이 곳에서 3개의 시냇물이 만난다하여 삼계동이라 이름을 지었다. 글귀가 적혀 있는 바위에 이름이 있는데 거북바위다.

 

사랑채 옆, 약 650년을 산 천세송
라일락 꽃향기를 따라 싱그러움 속으로~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석파정으로 들어가는 길은 싱그러움 최대치

석파정은 유수성중관풍루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흐르는 물소리 속에서 단품을 바라보는 누각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전통적인 한국의 정자와 달리 바닥을 화강압으로 마감하고, 기둥에 꾸밈벽과 지붕을 청나라 풍으로 꾸몄다고 한다.

 

그래서 더 이색적이다. 봄가뭄이 심해 흐르는 물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습한 곳답게 날아다니는 벌레가 엄청 많다. 고로 더이상 들어가지 않고 딱 멈췄다. 햇살 가득 담은 연한 녹색은 싱그러움을 지나 신비롭다.

 

걷기 맛집 석파정

너럭바위 앞 넓은 공터는 뭘까 했는데, 인별그램을 보다 알게 됐다. 여기서 야외결혼식을 한단다. 자세한 비용은 모르지만, 저렴하지는 않을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적인 결혼식 장소로 꽤 인기가 있을 듯 싶다. 

 

너럭바위이기도 하고, 코끼리바위이기도 하다. 아이가 없던 노부부가 이 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어 득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며 소원바위라 부르기도 한단다. 인왕산 북동쪽의 바위산 기슭에 자리잡은 석파정, 고로 너럭바위 출처(?)는 인왕산이다.

 

너럭바위 왼편에 있는 작은 오속길은 물을 품은 길이라고 한다. 사람이 없어 더 그럴지 모르지만, 속세를 떠나 깊은 산 속에 온 듯 적막하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다양한 초록이 만들어낸 봄이다. 

 

햇살을 핀조명 삼아~
느낌적인 느낌이 좋아서~
화강암으로 마감한 석파정 바닥 확인 완료

물을 품은 길 끝에는 석파정 사랑채와 별채를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포인트가 있다. 근처에 벤치가 있어 세번째 쉬는 중이다. 석파정은 그리 넓은 공간이 아니라서 빨리보다는 느리게 천천히 걸어야 하고, 쉼은 필수다. 벤치에 앉아 주변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싱그러운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봄햇살에, 봄내음 듬뿍 안고 불어오는 봄바람까지 봄이라서 봄이기에 좋다.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석탑을 모습을 갖고 있는 신라삼층석탑이다. 경주의 개인 소유 경작지에서 수습해 석파정으로 이전 설치했다고 한다. 4월을 지나 5월에 다시 오면, 여리고 싱그러운 초록은 완연한 녹음으로 바뀌어 있을 거다. 이번 봄은 마음껏 즐기지 못했지만, 석파정이 있어 어느정도 서운함을 달랬다. 봄날은 가듯, 코로나19도 같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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