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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동 서울책보고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속 거리두기로 바뀌면서, 서울에 있는 미술관, 박물관 등이 단계별로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기에, 소식이 들리자마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잠실나루역으로 향했다. 도서관인듯, 서점인듯 물류창고에서 헌책방으로 변한 서울책보고에 가기 위해서다. 

 

역에서 내려 가고 있는 중, 저 멀리 긴 줄이 보인다. 설마, 나처럼 서울책보고에 가려는 사람이 저렇게나 많은가 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근처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이다. 서울책보고로 들어가는 줄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생활속 거리두기가 됐지만 , 지하철 안에서도, 서울책보고 안에서도 마스크는 벗지 않았다. 왜냐하면 미술관, 박물관 관람시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원래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까지인데, 부분개관으로 인해 오후 6시까지만 하고, 북카페는 이용할 수 없다.

 

입장을 하면, 열화상카메라로 발열여부를 측정한다. 그리고 출입자 명부에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야 한다. 가짜로 기입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 이름과 연락처를 정확히 적었다. 

 

그동안 사진과 영상으로만 봤는데, 지금 여기 내 눈앞에 독특한 아치형 구조물이 우뚝 서있다. 드라마 호텔델루나를 보고, 언제쯤 갈 수 있나 했는데 드디어 왔다. 화면으로 볼때도 참 신기하구나 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신기하다. 구불구불한 긴 통로는 책벌레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서울로7017처럼 서울책보고도 도시재생을 통해 새로 태어났다. 원래 이곳은 암웨이 물류창고였다고 한다.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창고는 전국 최초로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가 됐고,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옛 동화책이나 유명한 문학작품의 초판본 그리고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책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아치형 구조물이 총 32개가 있는데, 일반적인 대형서점처럼 분야별로 책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그대로 옮겨온 듯, 동아서점, 동신서림, 남문서점 등 25개 헌책방별로 서가가 꾸며져있다. 각 헌책방에 대한 사전정보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떤 책을 주로 판매하는지 알림글을 봐둬야 원하는 책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화를 전집으로 구입했던 적이 있다. 먼지가 한톨이라도 들어갈까봐 고이고이 잘 보관을 했는데, 지금은 어디에 뒀는지 기억도 안난다. 아무래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버렸을 듯 싶다. 인물별로 주옥같은 명대사도 다 외웠는데, 지금은 '왼손은 거들뿐'만 기억이 난다. 슬램덩크, 다시 전집으로 구입해볼까나.

 

12만여 권이라는데 많긴 많다.
책으로 만든 멋진 조형물

교육용 시리즈 책은 그때(헌책방)나 지금(서울책보고)이나 낱권으로 구입은 안되나 보다. 

 

옆에서 보니 책벌레 같기도 하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여유롭게 책을 보고 싶지만, 보기와 다르게 햇살이 무지 따갑고 후끈하다.

 

책 속에 보물이 있다지만, 진짜 보물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앞으로 7분 후 놀라운 일이 펼쳐진다. 이때만 해도 그저 암것도 모르고 사진을 찍으면서 책은 대충 표지만 보고 지나쳤다.

 

구역마다 사다리는 필수
번역본이 없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잖아요~

앤틱 느낌나는 요런 책은 읽기용이 아니라, 보여주기용이다. 서재를 꾸미게 된다면, 어떤 책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할 예정이다.

 

시공사에서 만든 디스커버리 총서다. 굳이 인문학 강의를 찾아서 듣지 않아도, 이 책만 있으면 인문학의 달인이 될 거 같다. 낱권으로 구입도 가능하던데, 살까말까 엄청 고민했다. 요즘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을 주로 읽고 있어서다. 가우디랑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야 하는데, 그냥 나왔다. 곧 갈 거 같으니, 그때는 꼭 구입해야겠다.

 

아날로그 세대에게 사전은 필수품

책을 고르다, 건너편에 있는 누군가와 느낌적인 느낌이 통하는 경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일어날 뿐, 현실은 맞은편에 아무도 없다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그때는 너무 어려서 몰랐다. 외롭고 슬프면 울어야 하고, 참으면 병이 된다는 걸 말이다. 캔디는 울면 바보고 웃으라고 했지만, 테리우스같은 남친이 옆에 없다면 슬플땐 울고, 기쁠땐 웃어야 한다.

 

초등역사학습만화, 내가 읽고 싶다~
작년에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으로 완독을 했다네~

요즘 화장품 독성에 관한 자료를 찾고 있는 중인데, 나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가 눈에 확 들어왔다. 혹시나 관련 정보가 있을까 싶어 책을 꺼냈고, 목차 페이지를 찾아 책을 넘기던 중, 순간 나의 눈을 의심했다.

 

처음에는 보드게임 속 가짜 화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진짜 10만원 자기앞수표가 맞다. 럴수럴수 이럴수가 헌책방에서 우연히 책 속에 낀 돈을 찾았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그 주인공이 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진짜임을 확인 한 순간, 혹시 누가 보고 있나 싶어 주변을 두리번 걸렸다. 다행히 아무도 보는 이가 없다. 주인은 있었을 테지만, 그는 여기에 돈을 넣었다는 것을 잊고 책을 팔았을 거다. 고로 주인 없는 돈이다. 이때는 발견한 사람이 임자다.

 

먹어야 하나? 직원에게 알려야 하나? 10여 초동안 백만번도 더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러다 수표에 찍힌 발행일을 보니 2011년 4월 25일이다. 9년 전 자기앞수표, 막연하게 오래된 수표라 폐기가 됐을 거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기운만 받자고 하고, 직원에게 여기서 수표가 나왔다고 신고를 했다. 직원도 이런 일이 처음인지 엄청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현금이면 먹을텐데 수표라서 신고한다고 말했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엄청난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독립출판물 열람공간
강연, 공연장인 듯

서울책보고에서 송리단길에 있는 차만다로 밥을 먹으러 걸어가던 중 , 문뜩 자기앞수표 유효기간에 대해 검색이 하고 싶어졌다. 아무리 궁금해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면 수표를 발견했을때 바로 검색을 했어야 했다. 검색 결과는 이렇다. 유효기간은 10일 정도 된단다. 그런데 날짜가 지나면 돈이 아니라 종이가 되는가? 그건 아니란다. 지금처럼 책에 넣어 몇년이 지난 수표일지라도, 수표를 발행한 은행이 여전히 있다면 현금으로 바꿔준단다. 여기까지 읽고 바로 쌍욕이 터져나왔다. 블로그에 올릴 10만원짜리 에피소드를 얻었으니 만족하자고 아무리 다짐을 해도 스스로 복을 발로 찬 거 같다. 

 

여기까지만 하면 새드엔딩이지만,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왜냐하면 수표가 아닌 현금 10만원이 통장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못받을 줄 알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좋은 기운 때문인지 때마침 그날 돈이 들어왔다. 역시 사람은 차카게 살아야 복도, 돈도 생기나 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또 간다면 그때는 겉표지만 보지않고 보물을 찾아야 하니 책을 휘리릭 넘기면서 볼거다. 그때까지 착한 일을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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