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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왕관식당 

혼밥을 할때, 붐비는 시간을 피하다 보니 언제나 점심을 늦게 먹게 된다. 그런데 유독 이집만은 시간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 왜냐하면 12시부터 14시까지 하루에 2시간만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늦으면 못 먹으니 서둘러 대전역 근처에 있는 왕관식당으로 향했다. 

 

골목에 있으니 지도앱의 도움을 받아야 함!

두번째 방문인데도 그때는 대전역에서 출발을 했고, 이번에는 한밭수목원에서 출발을 하는 바람에 살짝 헤멨다. 혹시나 늦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1시 언저리에 도착을 했다. 좁은 골목에 있는 가정집같은 식당, 2년 전이랑 지금이랑 변함이 없다. 서울에 백년가게가 있다면, 대전에는 3대 30년 시 인증 전통업소가 있나보다. 

 

왼쪽은 2년 전, 오른쪽은 이번에 찍은 사진이다. 외관에 내부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만큼 똑같다. 밥을 다 먹고 계산할 무렵에 담아서 빈테이블이 많이 보이지만, 12시쯤에 왔다면 북적북적했을 거다.

 

하루에 2시간만 하는 곳답게 메뉴는 단촐하게 콩나물밥과 육회뿐이다. 2년 동안 달라진 점이라면 콩나물밥이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주류는 삼천원에서 사천원으로 올랐다. 국내산 한우암소를 쓰는 육회 가격은 변하지 않았다. 담백하게 콩나물밥이 먹고 싶다면, 밥만 주문하면 된다. 하지만 왕관식당의 매력은 육회와 밥을 같이 비벼서 먹는거다. 고로, 콩나물밥과 육회(대 9,000원)를 주문했다.

 

단일메뉴라 그런지, 음식 나오는 속도가 빠름~

맹물이 아니라  보리차가 가장 먼저 나와 밥을 먹기 전 시원하게 물 한잔을 들이켰다. 반찬은 아삭하니 잘 익은 깍두기 하나 뿐이지만, 열 반찬 부럽지 않을만큼 훌륭하다.

 

양념간장을 다 넣고 밥을 비비면 무지 짜다. 고로 간을 보면서 적당히 넣어야 한다. 평범해 보이는 된장국은 리필이 가능하다. 

 

콩나물밥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할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콩나물을 넣고 지은 밥이다. 개인적으로 고슬고슬한 밥을 좋아하지만, 콩나물밥이나 굴밥 등 무슨무슨 밥일 경우는 덜 고슬고슬해도 된다. 하루에 2시간이지만 30년이 넘도록 밥을 했으니, 물조절쯤은 식은죽 먹기일 거 같다. 왜냐하면 진밥에 가까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콩나물에서 나온 수분이 밥알로 스며들어, 달큰하니 밥맛이 좋다.

 

육회등장이오~

대로 주문했지만 양이 그리 많지 않다. 가격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양이니, 둘이서 하나보다는 인당 하나씩 주문해야 싸울 일이 없을 거다. 육회가 있고, 보리차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도 있기에 갈색이를 주문했다. 하얀 거품과 함께 밀려오는 시원한 이 맛, 역시 여름에는 갈색이가 최고다. 

 

처음부터 육회를 넣고 막 비비면 되는데, 블로거라서 하나씩 단계별로 해본다. 밥만 먹으니 콩나물맛이 나는 콩나물밥이 확실하다. 두번째는 양념간장을 넣고 비빈다. 간장의 감칠맛이 더해지니 풍미가 더 진해졌다.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육회를 올렸다. 간장에 비빈 콩나물밥과 육회가 입안에서 따로 논다. 아무래도 둘을 합쳐야 할 거 같다.

 

육회 왕창 투하

양념간장은 간을 보면서 조금씩 넣어야 짠맛을 피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이렇게 먹어야 정답인데, 블로거의 숙명때문에 괜한 짓을 했다. 암튼 이제야 완벽해졌다.

 

그래 이~ 맛이다. 역시 왕관식당의 콩나물밥은 육회를 넣고 쓱쓱 비벼야 완성이다. 아삭한 콩나물과 달큰한 밥, 고소한 육회는 양념간장 아래 하나가 됐다. 지금까지 먹었던 콩나물밥 중 가장 고급 버전이 아닐까 싶다. 육회가 들어갔으니깐.

 

깍두기 추가는 개인취향에 따라~

밥에 남아 있는 온기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육회에서 웰던보다는 미디엄 레어 느낌의 익은 고기로 변해간다. 배고프다고 급하게 먹는 것보다는 천천히 먹으면서 달라진 고기 맛을 즐겨봐도 좋을 듯 싶다.

 

한입만 느낌으로 육회콩나물비빔밥을 숟가락에 담아 입안 가득 꽉 차게 먹는다. 그리고 시원한 갈색이 한잔, 이게 바로 행복이로구나 싶다. 그동안 집에서 콩나물밥을 먹을때는 달래장에 계란후라이만 있어도 충분했는데, 이제는 육회를 사다가 콩나물밥을 만들어 먹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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