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요기분식
6월의 시작과 함께 날씨가 더워졌다. 드디어 여름이 시작됐다. 겨울에 평양냉면을 찾듯, 여름에는 팥빙수를 찾는다. 하지만 올해는 팥빙수보다 냉열무국수를 더 찾을 거 같다. 살얼음 동동 국물은 시원하다 못해 차갑고, 쫄깃한 소면과 아삭한 열무는 맛깔스럽다. 태평로1가보다는 광화문이 익숙한 요기분식이다.
원래는 광화문해물에서 튀김덮밥을 먹으려고 했다. 광화문해물과 광화문국밥이 있는 정동유료주차장으로 들어왔는데, 어라~ 분식집이 있다. 평양냉면에 돼지국밥에 멍게비빔밥을 먹으러 3번이나 온 곳인데, 분식집이 있는 줄 몰랐다. 아무런 정보는 없지만, 좋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이름때문인 듯 싶다. 요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분식집답게 떡볶이, 튀김, 순대 삼총사가 떡하니 보인다. 점심시간에는 줄서서 먹는다고 하던데, 1시 30분쯤에 가니 살짝 한산하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잠시일뿐, 혼밥러 혹은 두명씩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
분식집이니 떡볶이, 튀김 그리고 순대(연잎으로 순대를 덮고 있어서 연잎순대인듯)를 먹어야 하지만, 냉 열무국수 개시에 시선이 꽂혔다. 여기를 오느라 20여분을 걸었더니 갈증 나고 땀도 나기에, 이거 다 싶어 냉 열무국수(5,000원)와 참치주먹밥(2,000원)을 주문했다.
참치주먹밥이니 참치가 있는 건 당연한데, 참치뿐이다. 그래서 아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단무지랑 같이 먹었다. 김치는 라면을 먹는다면 모를까? 주먹밥이나 국수 먹을때는 없어도 될 거 같다.
오이 못 먹는 사람은 필히 주문할때 말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오이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이를 겁나 잘 먹는 1인이라 보자마자 입안에서 침샘 폭발이다.
오이를 살짝 걷어내니 주인공답게 열무김치가 꽤 많이 올려져 있다. 사진을 찍느라 먹지는 못하지만 냄새는 맡을 수 있다. 갓 담근 열무김치가 아니라, 알맞게 잘 익은 열무김치 냄새가 난다. 아무 정보도 없이 왔고, 큰 기대없이 주문했는데, 아무래도 월척(?)을 낚은 거 같다.
소면 사이사이에 박혀 있는 살얼음을 보니 천천히 먹어도 면이 불지 않을 거 같다. 뜨거운 잔치국수를 먹을때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차가운 냉국수는 쫄깃한 면의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시켜 줄 거 같다.
역시 예상대로다. 국물이 무지 차갑다. 지금보다 더 더워질때 오면, 제대로 맛이 날 거 같다. 차가운 소면에 새콤한 열무김치와 아삭한 오이는 그 어떤 팥빙수보다 백만배 낫다. 국물과 국수 딱 한입씩 먹었을 뿐인데, 얼굴에 맺혀있던 땀이 쏙 사라졌다.
주인장이 맛을 보라고 준 떡볶이다. 요기분식은 원래 떡볶이가 유명하단다. 쌀떡이 주는 쫀득함이 좋다. 그런데 진짜 매력은 떡보다는 양념이다. 먹으면서 생각보다 단맛이 약하구나 했는데, 바로 달달함이 몰려온다. 그리고 잠시 후 보기와 달리 매운맛도 약한데 했더니, 역시나 적당한 매운맛이 찾아왔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맛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하는데, 신기하게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재밌다. 남은 양념은 살짝 밋밋했던 주먹밥에 더하니 이제야 먹을만하다.
국물을 흠뻑 품은 면이다 보니, 면만 먹어도 좋다. 여기에 단무지를 더하면 사치(?)다. 그나저나 시원하다 못해 차갑다 보니, 이제는 살짝 추워지려고 한다. 그릇이 작아 보여서 양이 얼마 안되는 줄 알았는데, 은근 아니 꽤 많다. 사실 국수만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떡볶이를 추가하려고 했는데 무리다.
요즘 팥빙수 가격이 거의 만원대인 거 같던데, 딱 반만 투자하면 팥빙수보다 훨씬 더 시원한 냉열무국수를 먹을 수 있다. 더위 해소는 물론 포만감까지 채워주니, 팥빙수를 먹을 이유가 없다. 지금보다는 폭염이 몰려오는 7, 8월에 더 생각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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