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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래유산 한강로1가 삼각지원대구탕 본점

워낙 유명한 곳이니 굳이 두말하지 않겠다. 그저 한가지 걱정뿐이었다. 혼밥이 안되면 어쩌나? 대체적으로 무슨무슨 탕은 기본이 2인분부터다. 안된다고 하면 옆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가능하단다. 그렇다면 소문이 자자한 대구탕을 먹어보자구나. 한강로1가에 있는 삼각지원대구탕 본점이다.

 

원대구탕 서울미래유산에 선정

삼각지 대구탕 골목이라고 해서 여러 집들이 있는 줄 알았는데 골목에는 단 2곳 뿐이다. 원대구탕과 자원대구탕이 있다. 원대구탕 소문(서울미래유산 포함)은 예전부터 많이 들었기에, 자원보다는 원으로 가고 싶었다. 자원대구탕은 확실히 1인분을 판매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원은 긴가민가다. 여기까지 왔으니 직접 물어보고, 안된다고 하면 자원으로 가야지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바쁜 점심시간은 피해서 가려고 했는데, 1시 언저리에 도착을 해버렸다. 역시나 사람이 엄청 많다. 직원에게 혼자 왔다고 말을 하니, 안으로 들어가란다. 안이 2층인 줄 알고 올라갔는데, 사람이 하나도 없다. 다시 내려가서, 안쪽으로 쭉 들어가니 또다른 공간이 나온다. 혼자 왔다고 하니, 구석진 곳에 있는 4인인데 3인같은 테이블에 앉으라고 한다. 2시 언저리에 왔으면 아무데나 앉을 수 있었을텐데, 어쩔 수 없다. 그나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앉을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내장탕이 더 끌렸지만, 처음이라서 가장 기본인 대구탕(10,000원)을 주문했다. 

 

우와,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하긴 테이블에서 끓여서 먹어야 하니, 재료만 담으면 끝이다. 2인분은 냄비에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는 거 같던데, 1인분은 주문하는 사람이 많이 없을테니 아마도 주문을 받고 바로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콩나물이 들어 있어 끓기 전에 뚜껑을 열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봤기에, 직원이 불을 켜기 전에 양해를 구하고 후다닥 사진을 담았다. 그런데 1인분인데 생각보다 양이 꽤 많아 보인다. 

 

간장, 식초, 겨자, 후추를 적당히 섞은 소스

동치미 같은 커다란 무와 이집의 시그니처인 대구 아가미로 만든 장재젓 무김치가 나왔다. 젓갈로 만든 무김치라서 짠맛이 강했지만, 감칠맛이라고 할까나? 맛이 오묘하다. 물컹하기도 하고, 딱딱하기도 하고, 젓갈 특유의 냄새도 나고 아무래도 호불호가 있을 거 같다. 참고로 나는 호는 60%, 불호는 40%다. 

 

대구탕이 어느 정도 끓기 시작하면 직원이 와서 커다란 국자로 양념이 골고루 섞이도록 젓어준다. 그리고 팔팔 끓기 시작하면, 다시 와서 야채부터 골라 먹으라고 알려준다. 대구와 내장은 아직 익지 않았기에 미나리와 콩나물만 먹어야 한다. 

 

완전체~
보글보글 아니고 팔팔 끓고 있는 중

알맞게 익은 미나리와 콩나물을 건져, 좀 전에 만든 소스를 곁들어서 먹으면 된다. 아삭한 미나리와 콩나물이 입안을 상큼하게 해주고, 입맛을 확 돋운다. 채소는 지금 먹기 딱 좋은데, 국물은 아직이다. 살짝 맛을 봤는데 거의 맹탕이다. 아무래도 대구나 내장이 익기 전이라서 그런 거 같다.

 

팔팔에서 은근하게 불조절

내장이 익어가니 국물이 깊어진다. 예상을 안 한 건 아닌데, 요즘 녹색이를 멀리하고 있어 참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국물이 맹탕일때는 잘 참았는데, 서서히 진국으로 변해가니 주문을 아니 할 수가 없다. 깊고 깊은 진국에 녹색이를 마시지 않는 건, 배신이자 배반이다.

 

보들보들 이리야, 이리오너라~

미나리와 콩나물을 먹었으니, 내장을 먹을 차례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맛있음으로 무장된 이리는 그냥 먹어도 좋고, 밥이랑 먹어도 좋고, 물론 녹색이랑 먹으면 더더욱 좋다. 아주 소량이지만, 대구 간도 있다. 육고기는 내장을 멀리하지만, 물고기는 내장을 가까이 한다. 그래서 내장탕으로 먹을 걸, 살짝 후회했다. 왜냐하면 양이 너무 부족했다. 

 

커다란 대구 한토막

1인분에는 커다란 대구 한토막과 내장(이리 2~3개)이 조금 들어 있나보다. 순식간에 내장을 먹고 나니, 이제 남은 건 대구살이다. 거대한 토막답게 살도 꽤나 도톰하다. 빨간양념이지만 맵지 않아서, 대구살의 담백함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야채에 내장에 살도 좋지만, 원대구탕의 참맛은 국물이다. 자동적으로 녹색이를 부르며, 밥을 먹을때는 언제나 숟가락을 국물에 담가둬야 한다. 그래야 밥에 국물이 스며들어 더 맛있어진다. 이때 대구살을 한점 올리면 게임오버다. 

 

비계는 먹지도 못하면서, 대구 내장에 이어 껍질도 잘 먹는 1인. 고슬고슬 밥에 장재젓 무김치 한점을 올려서 먹어도 좋다. 아가미 뼈부분은 먹기 힘드니, 양념게장을 먹듯 양념과 살만 쪽 빨아먹고 뱉으면 된다. 

 

생선 조림이나 탕에 든 무는 찐맛

기본적으로 밥이 나오지만, 볶음밥을 놓쳐서는 안된다. 그걸 알고 있기에, 일부러 밥을 적게 먹었다. 따로 볶음밥 1인분을 주문하고, 밥을 볶을때 남아있던 반공기를 더했다. 밥은 직원이 바로 볶아주는데, 이때 기본찬으로 나온 장재젓 무김치를 넣는다. 아마도 이게 이집의 볶음밥 비법이지 않을까 싶다.

 

볶음밥 누릉지를 먹기 위해 잠시 기다리는 중

장재젓 무김치가 갖고 있던 감칠맛이 볶음밥에 쫘악 퍼졌다. 왜 볶음밥을 꼭 먹어야 하는지 먹고나니 알겠다. 1.5인분으로 인해 포만감은 벌써 가득인데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다. 1인분이 된다는 걸 알았으니, 대구탕 먹기 딱 좋은날(비가 오거나, 스트레스가 가득) 삼각지로 달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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