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선미옥
5월과 6월의 차이는 봄과 여름이다. 5월 31일에서 6월 1일 단 하루일 뿐인데, 태양은 더 강렬해지고 뜨거워졌다. 지긋지긋한 여름이 시작됐다. 이럴 때일수록 자알 먹어야 한다. 더운 여름에는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콩국수가 딱이다. 1년만에 도화동에 있는 선미옥을 다시 찾았다.
작년 이맘때 선미옥에서 콩국수를 먹었고 일년 후 다시 왔다. 사실 여기서 콩국수를 먹었는지 가물가물했다. 식당 앞에서 이집 콩국수는 어떻게 나오나 싶어 다음에서 검색을 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글과 사진이 첫번째로 나온다. '아~ 내가 왔던 곳이구나.' 혼밥일때는 바쁜 점심시간을 피하다보니, 아무도 없는 내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안내글에 따라 낮술은 1시부터...
콩국수 가격이 작년보다 천원이 올라 9,000원이다. 만원이 넘는 콩국수 집도 꽤 있으니,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원산지 표시에 콩은 국내산으로 나와 있다.
보리의 식감이 궁금하다면, 선미옥에서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보리비빔밥을 먹으면 된다. 와~ 식감 한번 요상(?)하다. 거친데 톡톡 튀는 매력이 있다. 고추장에 잘 익은 열무김치를 넣고 비비고 나니 보리식감이 더 두드러진다. 리필이 되면 한번 더 먹고 싶지만, 콩국수 양이 은근 많기에 여기서 멈췄다.
오이를 걷어내면 투명한 우뭇가사리가 나온다. 국수대신 우뭇가사리랑 콩물만 먹으면 딱 다이어트 음식인데 콩국수이므로 국수를 먹어야 한다. 면발 때깔을 보니, 밀가루로만 만든 면은 아닌 거 같다. 진한 녹색이 아니니 클로렐라 면발은 아닌 거 같고, 절대미각이 아니라서 뭔지 모르겠다. 웬지 비법일 듯 싶어 주인장에게도 물어보지 않았다. 난 방송쟁이가 아니고, 은둔 블로거이니깐.
비주얼은 작년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런데 뭐랄까? 작년에 비해 국물은 좀 더 되직해졌고, 맛은 더 진해졌다. 콩 특유의 비린내는 일절 없고 고소함보다는 고소함과 구수함 사이 그 어디쯤이라고 해야겠다. 국물 때깔을 보아하니, 메주(백태)콩으로만 만든 콩물은 아닌 거 같다. 서리태가 들어갔을까? 역시나 비법일 거 같아 묻지 않았다.
우뭇가사리는 아무런 맛이 없지만, 콩물이 있어 시원하고 고소하니 좋다. 선미옥에서 따로 콩물을 판매하던데, 집에서 국수는 넣지 말고 우뭇가사리만 넣어서 먹어볼까나.
다른 국수와 달리 콩국수는 점성이 진해서 면발에서 국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숟가락에 면을 올리고 사진 찍기가 참 힘든데, 콩국수는 국물때문인지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자세로 다소곳이 있다. 쫄깃한 면만 먹어도 좋고, 아삭한 오이를 더해도 좋다. 콩국수를 먹을때는 국수 한번, 국물 한번 이렇게 먹어야 국수와 국물이 같이 줄어들지, 국수만 먹다보면 나중에 콩물만 잔뜩 남게 된다.
테이블에 설탕과 소금이 있다. 간이 약하거나 단맛이 부족하면 알아서 추가하면 되는데, 지금 상태 그대로 먹어도 충분하다. 짜거나 달면 콩맛이 덜 느껴질 거 같아서 그냥 먹었다. 맛이 단조롭다 싶으면, 양념이 강한 겉절이와 잘 익은 열무김치를 올려서 먹으면 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콩국수에는 빨간 김치보다는 백김치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콩국수는 콩국수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기에 굳이 뭘 더하지 않아도 좋다. 쫄깃한 면에 콩물 가득이면 더할나위 없다. 참, 고명으로 나온 땅콩 부스러기를 같이 먹으면 고소함이 배가 된다.
커다란 얼음이 2개 들어 있기에, 처음과 달리 시원함에서 서서히 차가움으로 변해간다. 콩물을 얼린 얼음이 아니라서, 과한 시원함이 싫다면 빼고 먹어도 된다. 콩국수의 메인은 면이 아니라 국물이므로 절대 남겨서는 안된다. 진작에 포만감이 찾아왔지만, 마지막 국물까지 놓치지 않고 야무지게 다 먹었다. 올 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온다는데, 시원한 콩국수를 더 자주 찾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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