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동 넬보스코 남촌빵집
우유를 마시면 배앓이를 하는 1인이다. 찬 우유를 벌컥벌컥 마셔보고 싶지만, 화장실로 가는 급행열차이기에 겁이나서 못한다. 그러다 보니, 우유대신 두유를 즐겨 마신다. 두유는 차갑게 뜨겁게 어떻게 마셔도 괜찮으니깐. 두유를 좋아하지만 두유로 만든 빵은 지금껏 먹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있다. 회현동1가 넬보스코 남촌빵집에서 두유로 만든 빵을 먹는다.
넬보스코는 이탈리아어로 숲속에서 라는 뜻이라고 한다. 남산타워가 보이는 도심 한복판이지만, 숲속이라 생각 혹은 착각을 해볼까나! 루푸탑까지 있는 건물로 남촌빵집은 1층에 있는 베이커리카페다. 2층은 레스토랑이라는데, 우선은 빵집부터 간다. 왜냐하면 두유빵이 먹고 싶으니깐.
빵집이 골목에 있어 찾는 이가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블러 처리를 안할 수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다. 1시 전에 도착울 하는 바람에 더 그런 듯 싶지만, 1시가 지나니 썰물처럼 카페는 한산해졌다.
카페 공간에 비해 빵진열대는 작아 보이는 듯 싶지만, 이는 완벽한 착각이다. 빵 나오는 시간에서 봤듯, 종류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런 곳에서 전메뉴 도장깨기는 시도조차 하면 안된다. 모든 빵을 다 담을 수 없기에,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선별을 했다.
두유빵이 아니었으면 가장 먼저 골랐을 카프레제 데니쉬다. 카프레제 샐러드를 겁나 좋아하는데, 데니쉬빵에 토핑으로 올렸다니 아니 먹을 수 없다. 아쉽지만 카프레제 데니쉬는 다음 기회에... 그리고 베리베리 크림치즈 데니쉬와 신상품 바삭한 소시지 페이스트리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을 하기에 이제부터 두유빵 시작이다. 두유빵이라고 해서 한두개 있을 줄 알았는데, 은근히 많다. 참, 두유하면 생각나는 브랜드가 있다. 정식품 베지밀. 혹시 남촌빵집과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을까 했는데 있다. 넬보스코 남촌빵집은 정식품에서 운영하는 빵집이라고 한다.
넬보스코의 두유빵은 100% 원액 두유를 사용한 반죽을 12시간 이상 저온에서 장시간 숙성시켰다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우유가 아닌 두유로 만든 빵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깊은 풍미와 촉촉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가졌다고 한다.
빵만큼 음료도 종류가 다양하지만, 늘 그러하듯 선택은 아이스 아메리카노(4,500원)다. 샷 마이너스를 할 때도 있지만, 이번에는 맹물말고 얼음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체질이 변한 것도 아닐텐데, 하루에 한번 얼음을 깨물어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이 행동이 치아에는 엄청나게 무리를 준다고 한다. 치아에 힘이 집중되면 금이 가거나 깨질 수 있단다. 깨물어 먹는 행동이 치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줄 알았는데, 매우 몹시 아쉽지만 앞으로는 녹여서 먹어야겠다.
포장이 아니라 매장에서 먹고 갈 거라고 하니, 접시마다 빵을 담아줬다. 플라스틱이 아니라 사기 접시에 유리컵에 가득 들어있는 커피까지 겁나 무겁다. 이럴 줄 모르고 카메라까지 들고 나갔으니, 사고칠까 겁이나서 엉금엉금 기어서 왔다는 거 안 비밀이다.
베이글은 따뜻하게 먹어야 하는데, 데워줄까요? 말까요? 직원이 묻지 않는다. 두유베이글이서 그냥 먹는건가 했는데, 오븐이 따로 준비되어 있다. 사용법이 있어 그리 어렵지 않는데 처음이라서 살짝 당황을 했다. 빵을 넣고, 오븐에 물을 넣고 그리고 3분으로 설정을 하면 끝이다.
따끈하게 데운 두유 올리브치즈 베이글(3,200원)에 크림치즈를 바른다. 소금빵에도 발라야 하기에 양조절을 했다. 두유 베이글이라서 기본 베이글과 많이 다를 줄 알았는데 딱히 모르겠다. 그저 올리브와 치즈로 인해 짭짤함이 가미됐으며 크림치즈를 더해 고소해졌다. 그나저나 베이글은 크림치즈도 좋지만, 빵 자체가 퍽퍽하다보니 샌드위치가 딱이다.
플레인 소금빵을 끊었다고 했는데, 이 말 취소다. 무언가가 더해진 소금빵에 정신을 팔려, 소금빵 본연의 맛을 잊고 있었다. 넬보스코 남촌빵집의 두유소금빵(2,000원)은 감히 소금빵의 정식이라고 하고 싶다.
완벽한 겉바속촉으로 마치 튀김을 먹듯 빵은 바삭하며, 속은 부드럽기 그지없다. 바삭함 속의 부드러움이 조화롭고 여기에 버터의 고소함과 소금의 짭조름함이 더해지니, 굳이 크림치즈를 더하지 않고 소금빵만 먹어도 매우 만족스럽다.
두유밤식빵(5,900원)은 촬영만 하고 포장 후 집으로 가져왔다. 원래는 다음날 먹을 생각이었는데, 야심한 밤에 반이나 먹어버렸다. 살짝 맛만 보려고 했는데, 푹 빠졌기 때문이다. 소금빵이 바삭하다면 밤식빵은 촉촉하다. 밤은 당연히 많이 들어있으니 만족스러운데, 밤도 빵도 단맛이 과하지 않다.
모두 다 두유로 반죽한 빵이라고 했지만 베이글과 소금빵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밤식빵은 다르다. 저녁에 빵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 고생하는데, 이번에는 중간에 멈추지 않았으면 다 먹었을 거다. 더부룩함은 1도 없다는 거, 두유때문이랄까? 진실은 알 수 없으나, 다시 가고픈 빵집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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