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남해바다
겨우내 따숩게 입었던 두꺼운 패딩을 세탁소에 맡겼다. 남쪽지방은 봄꽃 소식이 들리지만, 서울은 아직이다. 봄이 진짜로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남해바다로 향했다. 왜냐하면, 봄의 전령사 도다리쑥국을 먹어야하니깐.
식당이 작다고 생각하면 (경기도)오산이다. 혼밥이라 주로 본관에서 먹지만, 건물 곳곳에 홀과 룸이 흩어져 있다. 따로 브레이크타임이 없다 보니, 언제나 느즈막에 온다. 그래야 조용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관에 손님은 1명(바로 나~)이지만, 주인장의 휴대전화는 무지 바쁘다. 왜냐하면 예약 전화가 끊임없이 오기 때문이다.
착한 가격의 점심메뉴가 있지만, 이번에는 계절메뉴에 도전한다. 해산물 킬러다 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 전메뉴 도장깨끼를 매우 몹시 하고 싶다. 그 첫 발자국이라고 해야 할까나? 봄의 시작 도다리쑥국(18,000원)을 주문했다. 1인분이 안되면 어쩌나 했는데 가능하다.
남해바다가 인기가 믾은 이유는 해산물 퀄리티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과 손맛이 좋다는 거다. 점심에 오면 김치와 계란말이는 변함이 없고, 나머지 반찬은 조금씩 바뀌는 듯 하다.
계란말이 옆에 있는 건 오징어초무침인가? 과하지 않은 새콤함이 맘에 든다. 리필을 하고 싶지만, 다른 반찬을 남김없이 먹어야 하므로 꾹 참았다.
도다리쑥국은 봄의 전령사답게 초봄에 먹는 음식이다. 도다리가 제철이라서 지금 먹어야 하는 줄 아는데, 도다리는 3월보다는 5월이 더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지금인가? 쑥때문이다.
도다리쑥국에 들어가는 쑥은 해풍을 맞고 자란 어린 쑥이라고 한다. 요맘때 캐는 쑥은 국에 넣어 먹을 정도로 연하다. 하지만 때를 놓치면 억센 쑥으로 변한다. 고로 도다리쑥국에서 진짜 주인공은 도다리가 아니라 쑥이다.
1인분이라서 반마리만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반이 아니라 한마리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흰살생선이니 비린내는 1도 없다. 레시피는 모르지만, 육수가 아닌 맹물에 도다리를 넣고 끓인다. 간은 소금으로 하고 마지막에 쑥을 넣지 않을까 싶다.
지역에 따라 된장을 넣는다고 하던데, 남해바다 도다리쑥국은 맑디맑은 맹물같은 국물에 은은하게 퍼지는 쑥향만 있을뿐 냄새는 물론 때깔에서도 된장 느낌은 없다.
앞접시에 담기 전에 살국마가 나타나 국물을 아작냈다는 거, 쉿~ 비밀이다. 국물 한숟갈에 밥을 치우고 로이를 소환할 뻔 했다. 반주 생각이 간절했지만, 일정이 있어 매우 몹시 아쉽지만 밥만 먹었다.
참, 남해바다는 밥을 일부러 8할 정도 담는다. 이유는 손님들이 밥을 많이 남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족하면 추가 비용없이 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한번도 더 달라고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본게임에 몰입해야 하니깐.
부드럽게 퍼지는 살과 달리 알은 농축액인 듯 눅진하다. 몰캉몰캉한 살과 달리, 알은 씹히는 맛이 있다. 하나만 있는 줄 알고 살짝 서운했는데, 가운데 큰 뼈를 기준으로 2개가 있다. 살과 달리 알에서는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선도가 좋아서 그런지 1도 없다.
도다리 한마리를 해치우고 나니 쑥과 국물만 남았다. 쑥떡은 그닥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요맘때 도다리쑥국은 미친듯이 찾아서 먹는다. 어린 쑥이 갖고 있는 부드러움과 은은함 때문이랄까나!
도다리쑥국으로 봄을 맞이했으니, 바다향 가득한 멍게비빔밥을 먹으러 가야겠다. 그전에 정어리쌈밥과 멸치회부터 해치우러 간다 간다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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