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호남식당
3월 들어 주출몰지역에서 주로 머물고 있다. 날도 따뜻해졌으니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도화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블로거 양심상 신상(?) 위주로 가고 있다. 이번에는 마포역 주변 도화동이 아닌 안으로 깊숙히 들어간다. 반찬 하나하나 손맛 좋은 친구 엄마가 만든 듯 맛깔스런 노포 백반집 호남식당이다.
'멀리 갈 수 없을때는 근처를 노려라. 재방송은 피하고 정규편성이 가능한 파일럿을 찾으러 다닌다.' 요즘 도화동 일대를 누비고 있는 이유다. 찾으면 보인다고 영역을 확장하니는 몰랐던 곳이 쏙쏙 들어온다.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호남식당도 그렇게 해서 찾았다.
주택가 외진 골목에 있는 백반집으로, 외관도 내부도 노포 느낌이 다분하다. 따로 브레이크타임은 없는 듯 한데 주인장에게 못 물어봐서 정확하지 않다. 혼밥은 언제나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야 한다. 고로 1시가 넘어 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도착했다.
가격이 참 맘에 아니 들 수 없다. 왼쪽부터 순서를 매긴다면 갈치구이, 오징어볶음, 제육볶은, 청국장 순으로 베스트 혹은 인기메뉴일 거다. 백반집의 기준은 제육볶음이랄까? 처음 왔으니 실패하지 않을 메뉴로 제육볶음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오징어볶음이랑 반반이 가능하다고 한다.
돼지고기에서 비계를 못 먹는 1인이기에, 제육과 오징어 볶음을 반반으로 주문했다. 참, 반반일 경우에는 오징어볶음 가격(10,000원)을 받는다. 즉, 제육만 주문하면 9,000원이다.
백반집답게 조미김, 두부조림, 무생채, 배추나물, 콩나물무침 그리고 과하게 익은 배추김치까지 기본반찬은 6가지가 나온다. 제육+오징어볶음을 주문하면 쌈채소와 쌈장이 나오고, 마지막은 밥과 된장국이다. 노포답게 반찬 하나하나 맛깔스럽고, 간은 기가막히게 선을 넘지 않았다. 짜거나 맵게 할 수 있을텐데, 슴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하다.
제육 더하기 오징어볶음이 나왔다. 반반이지만, 주문할때 비계를 먹지 못한다고 살짝 흘렸더니 오징어를 더 많이 넣어서 만들었나 보다. 원산지는 둘 다 국내산으로 누린내, 잡내 1도 없다. 빨간맛이라서 매울까 걱정했는데, 보기와 다르게 과하지 않고 적당하다.
보자마자 이건 쌈이구나 했다. 왜냐하면 가볍게 치는 매운맛과 짭조름함이 밥과 함께 보다는 쌈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란알배추와 한번, 봄동과 함께 그렇게 쌈으로 달린다. 쌈장이 나왔지만, 추가하지 않는다. 밥을 적게 올리면 제육볶음만으로도 간이 충분하니깐.
콩나물에 얼갈이배추에 무생채까지 이건 무조건 비빔밥인데 쌈으로 먹어야 하니 아쉽다. 그래서 조금씩 올려서 먹고 있는 중이다. 오징어+제육볶음도 해치우기 힘든데, 1인 밥상치고는 반찬이 너무 많다. 이때 공깃밥을 추가할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나의 장기는 위대하지 못하다.
남은 조미김과 두부조림 그리고 콩나물무침을 맨입으로 아작을 내면서 다음날 다시 와야겠구나 다짐했다. 왜냐하면 청국장을 시켜서 비벼먹고 싶으니깐.
다음날이라 쓰고 내일이라 읽는다. 같은 곳을 연달아 방문은 힘든데도 다시 왔다. 그만큼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어제의 반찬을 예상하고 왔는데, 오늘의 반찬은 비빔밥을 하기에는 살짝 어색하다. 그래도 볶음류를 먹었기에 청국장(9,000원)을 주문했다.
자고로 1인분 된장찌개나 청국장을 주문하면, 조그만한 뚝배기에 담아서 나온다. 그런데 호남식당 청국장은 2~3인분 크기쯤 되는 뚝배기에 나왔다. 처음이라면 맛보다는 양에 승부를 거는 곳이구나 할텐데, 두번째라서 안다. 이집은 맛은 물론 양까지 넉넉하게 주는 곳이다.
국물에 흐르는 엄청난 감칠맛은 아마도 홍합 2개, 바지라 2개의 힘이 아닌가 싶다. 조개 몇 개의 힘으로 살국마(?)를 소환했다. 강하게 팍팍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청국장 냄새는 침샘폭발의 원인이다.
커다란 뚝배기에 두부를 이렇게 넣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하게 들어 있다. 여기에 애호박과 파 그리고 형태가 살아 있는 구수한 콩까지 밥이 옆에 있는데도 반주를 부른다. 옆테이블에 있는 혼밥러를 보니 제육볶음에 반주를 하고 있다. 참으로 이상적인 그림이긴 하나, 오후에 중요한 미팅이 있어 매우 몹시 아쉽지만 밥만 먹었다.
느낌적이 느낌상 이건 청국장 비빔밥이로구나 했다. 그래도 비비기 전에 따로 먹어줘야 하는데, 밥이 아니라 연신 국물만 먹고 있다. 먹기 전에, 양이 많아서 공깃밥 추가가 아니면 많이 남기겠구나 했다. 그런데 어쩜 이리도 슴슴한지, 막 퍼먹어도 안 짜다.
청국장 국물에 빠져 정작 중요한 작업을 잊고 있었다. 청국장이 나왔을때 주인장에게 큰 그릇을 달라고 하니, 먹을 줄 아는구나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대접을 갖다줬다. 어제의 반찬이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지금도 나쁘지 않다.
우선 밥은 반공기만 담고, 청국장 국물과 함께 두부를 가득 넣는다. 그리고 어묵볶음과 무생채나물, 버섯볶음을 더해 쓱쓱 비빈다. 국물을 많이 넣어서 뻑뻑하지 않고 촉촉하다.
고추장이 없어서 아쉬울 수도 있지만, 차라리 없으니 더 좋다. 고추장을 넣으면 청국장 맛이 희미해지는데, 없으니 청국장은 물론 각각의 반찬 맛이 다 느껴진다. 으깨진 두부는 밥알을 붙잡고 하나가 되었고, 과하게 익은 김치는 슴슴한 청국장비빔밥에 임팩트가 되어 돌아온다. 80% 먹었을 때, 남은 밥에 청국장과 반찬을 넣고 다시 비빈다.
혼밥을 즐겨하지만, 호남식당의 최소인원은 2명이다. 왜냐하면 청국장과 제육볶음은 각각이 아니라 같이 먹어야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무조건 반주다.
참고로, 도화동이 아닌 공덕동에 있는 호남식당은 순대국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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