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동 코리안바베큐 신트리점
기름에 튀겨도 좋고, 오븐에 구워도 좋다. 치킨은 치킨이라서 다 좋아하는데, 그동안 숯불을 잊고 있었다. 닭갈비인듯, 바베큐인듯 헷갈릴 때도 있지만, 숯불에 직화로 구운 치킨도 치느님이다. 낯선 곳에서 반가운 간판을 보자마자 버스환승을 포기했다. 신정동에 있는 코리안바베큐 신트리점이다.
환승을 하기 위해 내렸고, 집으로 가는 버스가 오려면 1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별 생각없이 주변을 보고 있던 중, 건너편으로 낯익은 간판이 보인다. 상호가 같은지 기억나지 않지만, 동네에 숯불바베큐를 하는 곳이 있었다. 지금은 튀김>오븐>숯불이라면, 그때는 튀김>숯불>오븐으로 숯불통닭이 꽤나 인기가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순위)
갈색이와도, 초록이와도, 둘을 합쳐도 잘 어울렸기에 동네친구들이랑 종종 갔는데, 없어지고 난 후 자연스럽게 숯불바베큐를 먹지 않게 됐다. 그렇게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낯선동네에서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내부 사진을 찍을때 심히 떨렸다는 거, 안 비밀이다.
닭이 메인이지만, 삼결살에 오리, 칠면조, 오돌뼈 그리고 닭발까지 메뉴가 겁나 많다. 여럿이 왔으면 다양하게 주문했겠지만, 혼자 왔으니 한식바베큐(19,000원)를 주문했다. 떡이 있는 걸로 할까 하다가, 주인장이 양이 많다고 해서 닭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참, 갈증이 심하니 생맥주 하나 추가요~
개인적인 바람은 교촌과 같은 브랜드 치킨집도 케요네즈 양배추 샐러드를 기본으로 줬으면 좋겠다. 아삭한 치킨무와 마카로니 뻥튀기도 기본으로 나왔다. 그리고 시원한 생맥은 나오자마자 바로 벌컥벌컥 마셔줘야 한다. 목에서 찌릿찌릿~ 느낌이 올 때까지 쭉 들이키면 어느새 갈증은 사라진다.
소금구이랑 반반으로 할까 하다가 숯불은 양념이라서 한식바베큐로 주문했다. 메뉴판을 보니, 20여가지 한약재료 등을 혼합해 만든 소스로, 특허로 등록된 코리안바베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란다. 심각하게 빨간맛이라서 많이 당황했는데, 보기와 달리 매운맛은 거의 없다.
이집만의 특징인지 먹기 좋게 손질이 잘되어 있다. 뼈에 붙어 있는 부분만 떼어내면 나머지는 순살이라 해도 무방하다. 소스가 겉에만 발라져 있지 않고 속까지 촘촘하다 보니, 양념맛은 제대로 느껴진다. 그에 반해 숯불구이지만 숯불향 또는 숯불맛은 많이 죽었다.
칼질의 효과인가? 닭다리, 닭가슴살 모양은 구별이 되지만 맛은 거의 비슷하다. 물론 닭다리가 살짝 더 기름지다. 일부러 붉은 조명이 약한 창가 옆에 앉았는데, 날이 어두워지니 붉게 물들어 간다. 이정도로 새빨간 비주얼은 아닌데, 조명때문에에 많이 거시기(?)하다. 참, 케요네즈 양배추 샐러드는 올려서 먹기보다는 따로 먹는게 더 낫다.
몇 호 닭을 사용하는지 모르지만, 날개가 참 부실하다. 오른쪽은 다리보다는 닭봉인 듯 한데, 양념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어 잘 모르겠다. 치킨을 먹을때 남들과 다르게 닭목살을 가장 먼저 먹는데, 이번에는 아무리 찾아도 없다. 아무래도 숯불바베큐에 닭목살은 없는 듯 싶다.
소금구이라면 숯불향과 함께 바삭한 껍질이 고스란히 느껴졌을 텐데, 빨간 소스를 만나 향도 바삭도 다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껍질이 흐물거리거나 물컹거리지 않다.
이건 백퍼 객기다. 매운맛이 약해서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너무 약하다면서 매운소스를 요청했다. 지금까지 매운 단계가 0.5라면, 저건 10다. 중간 매운맛은 없는 것일까? 너무나도 극과극이다. 아까의 달큰함을 사라지고 본격적으로 불닭바베큐가 됐다.
멋지다 연진아~를 봐야하기에, 뼈만 골라먹고 나머지는 포장을 했다. 이때 가만히 있어야 했는데, 매콤한 복수극에는 매콤한 먹거리가 필요하다면서 또 객기를 부렸다. 바로 후회를 했지만, 벌써 포장이 끝나버렸다.
더글로리2는 생각보다 덜 매콤했다. 그런데 매운 소스를 더한 한방바베큐는 입에 불이 나고 속이 쓰리고 다음날 화장실 가기 무서웠다는 거, 쉿~ 비밀이다. 언제가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다음에는 숯불과 소금 반반으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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