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우이며녹 백합칼국수 송도본점
깊고 진한 백합 국물을 기대했는데, 혼밥이라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1인분 주문이 가능해서 좋으나, 제대로 된 백합칼국수를 먹기 위해서는 여럿이 가야 한다. 매운맛을 달래기 위해 주문한 계란죽은 신이 한수였다는 거, 안 비밀이다. 인천에 있는 우이며녹 백합칼국수 송도본점이다.
우이며녹인데, 자꾸만 우이면옥이라 키보드를 치고 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오른쪽 사진 공간만 보여서 규모가 크지 않구나 했다. 그런데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오니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도착했을 무렵에는 사람이 많아서 사진을 찍지 못했고, 다 먹고 나오면서 찍었다.
냉국수와 사이드 메뉴도 맘에 들지만, 혼밥이니 다양하게 먹을 수 없다. 위대하다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할텐데, 그런 위도 아니라서 대표 메뉴인 백합칼국수(11,000원)를 주문했다. 참, 우이며녹은 1인분도 주문이 가능하다. 이때만 해도 혼밥러에게 많은 사랑을 받겠구나 했다.
주문 후 세팅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끓이면서 먹기 때문이다. 커다란 냄비에 백합이 들어 있고, 칼국수는 따로 나온다. 참, 김치 추가는 셀프바에서 직접 하면 된다. 그나저나 칼국수를 먹기 전에 백합부터 먹으려고 와사비 간장을 잔뜩 만들었는데, 괜한 짓을 했다.
대형냄비가 민망할 정도로 백합은 딸랑 6개가 들어있다. 생각보다 적은 양에 놀라, 직원에게 물어보니 1인분에 300g이 들어간단다. 아~ 이래서 메뉴판에 백합 추가가 있나 보다. 추가를 해? 말어? 백합추가는 500g이니, 개수는 약 8개가 되지 않을까 싶다. 14개로 성이 찰까? 결론은 아니다. 고로 추가 없이 그대로 가기로 했다.
칼국수인데 국수가 따로 나오다는 것은 샤브샤브 느낌으로 백합부터 먹으라는 뜻이고, 조개 껍질이 열렸다는 것은 먹어도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먹으려고 하는데, 직원이 다가와 이런 말과 함께 칼국수를 투하했다. 원래는 바지락부터 건져 먹어야 하는데, 1인분은 양이 부족해 국물을 우려내기 위해서는 칼국수와 함께 끓여야 한다. 그래야 육수가 진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백합을 추가 했어야 했다.
백합뿐만 아니라 조개류는 오래 익히면 질겨진다. 진한 국물도 좋지만, 백합을 먹고 싶어 딱 하나만 꺼냈다. 와사비 간장을 살짝 더해서 먹으니,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끝내준다. 뽀안 속살이 말해주듯, 해감이 잘되어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골로 육수를 내듯, 껍질로 진한 국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백합은 오래 익히면 질겨지니 먼저 건져내고, 껍질만 넣어서 칼국수를 끓이자! 나름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해, 재빨리 나머지 백합을 다 꺼내고 껍질을 넣은 채 칼국수가 완성되길 기다렸다.
면을 먹기 전에 국물을 먼저 맛봤는데, 깊고 진하다 할 수 없지만 밍숭밍숭하지 않고 맑고 깔끔한 국물이다. 이정도면 됐다 싶어서, 바로 숟가락에 면발을 올렸다. 원래 면치기를 못하기도 하지만, 냄비에서 막 담은 국수는 겁나 뜨겁다. 고로 입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요런 연출샷을 찍으면서 먹어야 한다.
맵부심 하락과 퍼진 면발에는 어떠한 연결고리(나이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가 있나 보다. 라면도 칼국수도 쫄깃한 면발보다는 퍼진 듯한 면발을 좋아하게 됐다. 우이며녹은 퍼진 면발은 아니고 잇몸으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흐물흐물하면서 부드러운 면발이다.
일찍 건져낸 백합은 질기지 않아 좋고, 부드러운 면발은 호로록 잘 넘어간다. 약방에 감초이듯, 칼국수에는 역시 겉절이가 딱이다. 이렇게 1차전을 끝내고 바로 2차전을 준비한다.
맵부심이 바닥을 치고 지하로 내려갔지만, 이집의 히든카드 고추지를 놓칠 수 없다. 잘게 다져 있어 그닥 맵다고 느끼지 못했다. 맵지 않아~ 맵지 않아~ 하면서 조금씩 추가를 했더니, 겁나 매워졌다. 면보다 국물이 더 얼큰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국수로 끝내려고 했는데, 도전히 안되겠다. 이 상태로 식사를 끝내면, 속이 쓰려서 고생할 게 뻔하다. 계란죽(3,000원)을 주문하니, 참기름 향이 솔솔나는 계란과 밥이 나왔다. 칼국수뿐만 아니라 죽도 직원이 다 해준다. 국물로 농도를 맞추면서, 정성스럽게 계란죽을 만들어 준다. 얼마 전에 혼자서 칼국수에 죽까지 끓이면서 사진을 찍고 먹느라 엄청 고생했는데, 다 해주니 겁나 편하다.
백합이 부족해서일까? 칼국수보다 계란죽이 훨씬 좋았다. 죽으로 만들기 위해 국물을 졸이다 보니, 칼국수와 달리 진한 맛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바닥에 눌러 있는 죽까지 팍팍 긁어 먹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칼국수에 겉절이라면, 계란죽에는 백김치가 딱이다.
백합은 야들야들하니 쫄깃하고 담백했지만, 역시 추가를 했으면 더 좋았을 듯 싶다. 1인분이 가능한 점은 맘에 드는데, 백합칼국수는 무조건 2인 이상 먹어야 백합도 국수도 넉넉하게 즐길 수 있다. 참, 우이며녹은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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