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성북동빵공장
길상사에 가면 으레 들리는 빵집이 있다. 참 좋아하던 곳인데, 당분간은 아니 갈 생각이다. 빵집이 싫어서가 아니라, 같은 곳을 좋아한다는 게 싫어서다. 나폴레옹과자점보다 나은 빵집을 찾아 폭풍검색을 시작했고, 드디어 내 눈 앞에 성북동빵공장이 나타났다. 이름은 맘에 들었지만, 찾아가는 길은 맘에 들지 않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지도앱으로 검색을 하니, 길상사에서 성북동빵공장까지 약 1km 걸린다고 나온다. 버스를 타기에는 애매한 거리라서 걸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길이 평지가 아니라 오르막이다. 마치 등산을 하듯, 계속 올라가다 보니 내리막이 나왔고 이내 성북동빵공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빵집은 입구만 보이고, 그 옆에 성북동면옥집이라는 식당이 있다. 저기서 밥을 먹고, 여기서 디저트를 먹으라는 의미인가? 빵집만큼 식당도 꽤나 유명하다는데, 밥보다는 빵이 고프다. 고로 성북동빵공장으로 내려간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다. 빵집에 가려면 입구에서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성북동빵공장은 2층, 1층 그리고 지하 1층으로 되어 있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데 계단이 은근 많았다. 왜 그런가 했는데, 다른 층에 비해 1층 공간이 높기 때문이다. 복층 느낌이랄까? 빵 진열대 옆으로 마치 공연장의 객석처럼 테이블이 놓여있다.
성산동에 있는 리치몬드과자점은 대한민국명장, 대학로에 있는 솔트24는 대한민국명인 그리고 성북동빵공장은 대한민국제과기능장이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빵 스캔을 시작했다.
성북동빵공장의 시그니처는 팡도르라고 한다. 그중에서 생크림팡도르가 대표메뉴라는데, 얼마 전 안국동에 있는 한옥베이커리 카페 어니언에서 팡도르를 먹었다. 시그니처에 카스테라 안에 크림이 들어있다고 해도 팡도르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니 끌리지 않는다. 고로 가볍게 스치듯 지나간다.
파운드 종류가 5가지나 된다. 왼쪽부터 리치초콜릿, 호두, 유자, 크림치즈 그리고 마차파운드다. 진열대가 그닥 넓지 않은데, 빵집답게 종류는 겁나 많다. 진열대 위층은 쿠키, 스콘 등이 있고, 케익류는 냉장고에 따로 있다.
음료 가격이 꽤 사악하다. 이번에는 멋모르고 왔는데, 재방문을 할지 안할지는 빵맛을 보고 결정해야겠다. 늘 그러하듯, 빵에는 얼음 동동 시원한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요즘 잦은 배탈로 인해 탄산수를 주문이 아니라 냉장고에서 직접 갖고 왔다.
분다버그 시리즈는 트로피칼망고, 핑크자몽, 진저비어 그리고 레몬&라임이 있다. 그중에서 단맛이 가장 약해보이는 레몬&라임(4,800원)으로 골랐다. 탄산수답게 청량하다. 레몬과 라임이니 상큼을 넘어 시큼할 줄 알았는데, 레몬향은 미미, 라임향은 살짝이다. 원하는 맛은 아니지만, 단맛이 강하지 않았고, 청량하고 상큼했다.
포장이 아니라 매장에서 먹는다고 하니, 먹기좋게 썰어서 준다. 오징어먹물빵에 고르곤졸라 치즈크림와 달콤한 꿀이라고 해서 빵이지만, 혹시 고르곤졸라피자 느낌이 나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빵은 빵이지 피자가 될 수 없다. 가운데 노란 부분을 먹어야 고르곤졸라 치즈크림과 꿀맛이 난다.
검정고무신(6,000원) 이름푯말 옆에 new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새로나온 빵보다는 대표나 인기, 추천메뉴를 골라야 하는데, 이름과 비주얼땜에 괜한 모험을 했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몽블랑이나 성북동연탄빵을 먹을 걸. 살짝 후회했다.
요즘 소금빵에 푹 빠져 있다. 어느 빵집을 가더라도 소금빵이 보이면 무조건 무조건이다. 소금버터빵(3,000원)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함과 짭조름함의 조화가 일품인 빵이라고 안내글에 나와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겉바속촉 아니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니 부드러운 빵이다. 왜 소금버터빵이라고 했을까 했는데, 빵 안쪽에 버터의 촉촉함이 살아있다.
소금버터빵의 짭조름함과 검정고무신의 단맛이 은근 잘 어울린다. 성북동빵공장은 나폴레옹과자점처럼 대로변이 아니라 산골(?)에 있어 차로 가야지 걸어서는 힘들다. 고로 뚜벅이를 위한 성북동 빵집을 다시 찾아야겠다.
2022.09.19 - 가을의 시작 꽃무릇 그리고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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