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또순이네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간다 간다 하면서 이제서야 다녀왔다. 된장찌개가 거기서 거기겠지 했는데 다르다. 불이 다르고, 맛이 다르다. 된장찌개로 건물까지 세웠다는데 인정을 안할 수 없겠다. 양평동에 있는 또순이네다.
된장찌개 하나로 점심에 문전성시를 이룬다던 또순이네를 이제야 왔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 근처에 올 일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늦은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이제라도 왔으니 다행이다. 영업시간에 점심식사(된장찌개)가 따로 표시되어 있다.
또순이네는 고깃집이라 된장찌개만을 따로 판매하지 않았는데,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11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고기를 주문하지 않아도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다.
1시가 넘어서 도착을 해서 긴 줄은 없었지만, 식당 안은 손님들로 바글바글이다. 된장찌개만 먹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고깃집이니 고기를 먹고 있는 사람도 있다. 불판 위에 환기장치가 없어서 연기가 자욱하다.
고깃집인데 점심메뉴가 따로 있다. 메뉴는 딸랑 된장찌개(6,000원) 하나 뿐이다. 등심 주물럭이 끌리지만, 2인분이 기본이다. 이럴때 혼밥러는 참 외롭다. 고기는 다음에 먹기로 하고,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참, 밥도 함께 나온다.
물을 아껴서 마시라고 하더니, 그냥 맹물이 아니다. 헛개나무, 가시오가피, 연잎, 둥글레로 끓인 물이다. 특별한 물이니 된장찌개 국물은 남기더라도 물은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고기를 주문하지 않았는데 숯불이 나왔다. 이거 잘못 나온 거 아니에요라고 말을 하려는데, 직원이 된장찌개를 가져다 불 위에 올린다. 아하~ 고기 먹은 다음에 된장찌개를 먹었기에, 그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나 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된장찌개가 어느정도 익은 상태로 나왔기에, 숯불에 그리 오래 있을 필요가 없다. 그걸 모르고 물에 집중하다 보니, 아까 그 직원이 이번에는 된장찌개를 꺼내고 숯불을 치웠다. 아직 사진을 못찍었는데, 어떡하지? 다행히 숯불은 뒷테이블로 옮겼기에 진상 아닌 진상 손님이 되어 뚝배기를 다시 올려달라고 부탁드렸다. 입으로는 바쁘다고 투덜댔지만, 결국 해줬고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반찬은 기대를 하지 않는게 좋다. 된장찌개 하나만으로 밥 한공기를 순삭할 수 있기도 하고, 된장찌개가 간이 세서 반찬이 끌리지 않는다. 밥 그릇이 다른 이유는 비벼 먹으라는 의미다. 그나저나 육천원에 밥까지 포함이라니, 가성비가 아니 좋을 수 없다.
아직은 특별한 된장찌개인지 모르겠다. 부추가 좀 많아 보이고, 국물은 진해 보이지만, 특별함은 찾지 못하겠다. 하지만 잠시 후 숟가락으로 된장찌개를 파헤치는 순간, 왜 특별한지 알게 된다.
부추와 국물 속에 숨어 있던 고기를 찾았다. 처음에는 된장 덩어리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고기가 맞다. 이러니 국물이 아니 진할 수 없다. 뚝배기는 작지만, 큼직한 두부가 3~5조각이나 들어있다. 아직 먹지 않았지만, 고깃집에서 점심에 된장찌개만을 따로 파는 이유를 알겠다.
뭉쳐있던 고기와 두부를 으깨면서 밥을 비빈다. 된장찌개가 진하다 보니 간이 좀 세다. 그래서 반찬을 굳이 더할 필요가 없기도 하지만, 저 한 숟갈로도 충분하다.
대충 비벼서 먹어도 좋은데, 제대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물을 더하고, 간이 강한 국물은 빼고 건더기만 넣어서 뻑뻑하게 비빈다. 진한 국물도 넣고 싶지만, 그럼 간이 너무 세다. 밥을 추가 주문할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위대하지 못한 1인이다.
뭉쳐있어서 고기가 많은 줄 몰랐는데, 밥에 비벼서 먹으니 고기가 은근이 아니라 디따 많다. 집에서는 맑게 끓인 된장찌개를 주로 먹었는데, 고기를 가득 넣은 찐한 된장찌개도 괜찮다.
고기를 먹어야만 먹을 수 있었던 된장찌개를 이제는 점심시간에 가면 먹을 수 있다. 단, 혼밥일 경우 조금은 일찍가야 한다. 1인분은 27그릇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날 27번째 주인공은 나였고, 1시 30분에 도착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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