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2가 돈의문박물관마을 학교앞분식
작년에 갔을때는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주문불가 메뉴가 있었다. 일년이 지나서 다시 가니, 그때에 비해 사람도 많아졌고, 전메뉴 주문이 가능해졌다. 그때 놓친 맥주와 떡볶이와의 조합, 이제는 가능이다. 신문로2가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있는 학교앞분식이다.
학교 앞에는 문방구와 분식집은 필수다. 문방구 앞에서는 쭈그리고 앉아서 게임을 하고, 이내 배가 고프면 자연스럽게 분식집으로 향한다. 지금과는 달리 백원짜리 동전만 있어도 떡볶이를 먹을 수 있었던 그때 그시절 이야기다. 성인이 된 지금, 학교 앞 분식집이 아닌 식당 이름이 학교앞분식다.
벽화라고 해야할까나? 마치 세배를 하듯, 아이고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분위기를 정겹게 꾸몄지만, 그때 그시절 학교앞 분식집 느낌은 아니다.
계란말이 김밥은 작년에 먹었으니, 올해는 추억도시락(7,000원)이다. 이거 하나만 먹으면 서운하니 철길떡볶이(4,000원)를 추가한다. 그리고 학교 다닐때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맥주(4,000원)를 아주 자연스럽게 주문한다.
참, 학교앞분식은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니어벤져스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이나 서빙이 더딜 수 있다.
분식집에서 맥주라, 학생일 때는 생각은 했지만 실행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낮술에 혼술까지 즐기는데, 공간이 주는 분위기 때문일까? 살짝 죄 짓는 느낌이다. 아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교복을 대여할 수 있다면, 제대로 불량 학생이 되어 보고 싶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 학교앞분식에서 마시는 맥주는 그 어떤 맥주보다 시원하고 달달하다.
따끈한 밥 위에는 반숙 계란후라이가 올려져 있다. 반찬은 계란 옷을 입은 분홍소시지와 볶음김치, 멸치볶음 그리고 어묵볶음이다. 특별한 것도 없고, 누구나 다 아는 그 맛이다. 그런데 양은도시락이라는 용기를 만나면, 맛이 달라진다. 좀 더 예스럽고 정다운 맛이랄까?
뚜껑이 같이 나왔다는 의미는 도구를 써서 비비지 말고, 흔들어야 한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스킬이 부족하기에 도구를 사용할 예정이다. 우선 밥에 볶음김치와 분홍소시지를 올려서 먹는다. 보이는 그대로 맛도 동일하다.
양은도시락은 아니고 보온도시락 세대다. 분홍소시지, 계란말이, 비엔나소시지, 꼬마돈가스 등 도시락 반찬으로 참 많이도 먹었다. 국물이 있는 김치는 사고가 날 수 있어 볶음김치를 주로 먹었고, 계란후라이는 밥 위가 아닌 밥 중간에 넣었다.
밀떡보다는 쌀떡을 더 좋아하지만, 학교 앞에서 먹은 떡볶이는 대체로 밀떡이었다. 양념을 흠뻑 먹고 있지만, 보기와 달리 맵지 않고 달달하다. 밀떡 특유의 말랑말랑함이 살아있다. 어묵이 없어서 살짝 허전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학교 다닐때, 떡볶이는 거의 다 먹어가는데, 양념이 많이 남았다. 발우공양이란 단어를 모르던 시절이지만, 행동은 발우공양이었다. 왜냐하면 떡볶이에 묻어있는 양념을 빨아먹고, 다시 양념을 발라서 또 빨아먹었다. 왜냐하면 남은 양념도 포기하기 싫었으니깐.
숟가락으로 반찬을 아작을 내면서 밥알이 뭉개지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하면서 밥을 비빈다. 반찬만으로는 간이 밍밍할 수 있으니, 양념간장을 꼭 추가해야 한다. 흔들어서 만들었다고 하고 싶지만, 뚜껑을 사용한 흔적이 없어서 안되겠다. 흔들거나 그렇지 않거나 맛은 똑같다.
비빔밥 자체가 워낙 훌륭하니 굳이 무언가를 더할 필요는 없다. 반찬으로 나온 김을 올리고, 떡볶이를 더했지만 솔직히 아니다. 그저 콩나물국과 함께 밥만 먹는 게 가장 좋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는 늘 왁자지껄 떠들면서 먹었는데, 혼밥을 하려니 너무나도 적적하다. 맥주를 주문한 이유,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서다. 아무튼 자기합리화 하나는 정말 잘한다. 다음에는 어른답게 가맥집 스타일처럼 먹태구이랑 한잔을 해야겠다.
2021.08.13 - 전통과 추억의 맛 신문로2가 돈의문박물관마을 학교앞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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