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현동 아콘스톨
자고로 참치김밥은 참치가 주인공으로, 다른 재료에 비해 양이 디따 많아야 한다. 당연한 진리이지만, 그동안 먹었던 참치김밥은 참치를 추가한 김밥이었다. 하지만 혜자롭고 진정한 참치김밥을 만났다. 행정주소는 대현동이지만, 신촌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아콘스톨이다.
이대역 혹은 신촌 기차역 근처에 가면 참치를 터질 듯 겁나 많이 주는 김밥집이 있다. 오래 전에 습득한 정보였는데,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왜냐하면 줄서서 먹는 건 딱 싫어하니깐. 이제는 줄서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겠지 했는데, 12시 무렵에 도착하는 바람에 기다렸다는 거, 안 비밀이다.
매장에서 먹는 사람보다 포장이 원하는 이가 많다. 왜 그럴까 했는데, 먹는 공간이 겁나 협소해서 그런가 보다. 좁은 공간에 바테이블이 놓여있고, 의자는 7개가 있다. 사무실이 근처라면 포장인데, 낯선 동네(신촌, 이대 부근은 갈 때마다 어색한 1인)라 매장에서 먹는다. 오래 기다렸는지 몰랐는데, 촬영한 사진을 보니 30분 동안 밖에서 대기를 했다.
메뉴가 은근 아니 꽤 많다. 참치김밥 하나만 생각하고 왔는데, 도시락에 참치밥샌드 그리고 볶음밥에 순대볶음까지 다양하다. 후토마키같은 김밥이라고 해서 하나만 주문해도 될 듯 싶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하나는 거시기(?)하다. 혼밥이지만 참치김밥(4,000원)과 떡어묵볶음(3,900원)을 주문했다.
그나저나 가격이 가성비가 아니라 갓성비라고 해야겠다. 음식을 두개나 주문을 했는데, 가격이 7,900원이다. 와우~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를 알겠다.
공간은 협소하지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소꿉놀이같지만, 실제로 다 사용이 가능하다. 토끼 귀를 올리면 이쑤씨개가 나오고, 약병같은 물병에는 간장과 후추가 들어 있다. 작은 유리병에는 긴머리 여대생을 위한 고무줄이 들어 있다.
그래, 참치김밥은 참치가 많아야 한다. 그런데 많아도 겁나 많다. 참치에 계란, 맛살, 당근, 단무지, 시금치, 어묵, 깻잎이 들어 있고, 밥은 과하지 않고 적당하다. 참치를 과하게 넣기 위해, 다른 재료의 크기를 줄였나 했는데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김밥의 크기를 늘렸다. 참치를 많이 넣기 위해 김밥은 후토마키급으로 커졌다.
메뉴판에 김밥 크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나와있는 이유를 알겠다. 한 입 크기이긴 하나, 입을 크게 벌려야 한번에 먹을 수 있다. 참치가 워낙 많으니, 먹는내내 참치 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허나 참치가 너무 많아서 살짝 퍽퍽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아기자기함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물병에서도 드러난다. 아콘스톨에서는 앙증맞은 텀블러가 물병이고, 평범한 맹물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끓인 보리차다. 장국이 따로 나오지만, 김밥을 먹고나면 자동적으로 물을 찾게 된다. 퍽퍽함을 해결해야 하니깐.
대부분 순대떡볶음을 먹던데, 순대를 못 먹는 1인은 순대없는 떡어묵 볶음을 먹는다. 매운맛 선택이 가능한데, 주문 후에 알게 됐다. 보통맛이라 맵지 않다. 모양새는 국물없는 떡볶이인 줄 알았는데, 맛을 보니 완전 다르다.
오징어가 빠진 오징어볶음이랄까? 은은하게 불향이 감돌고, 쫄깃한 떡과 어묵 그리고 달큰한 양념이 잘 어울린다. 반찬이 없어 서운하다 했는데, 요게 반찬 역할을 한다. 살짝 맵게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김밥 하나로 배가 부른 사람도 있겠지만, 솔직히 김밥 한줄로는 양이 차지 않아 라면을 함께 먹곤 했다. 하지만 김밥 한줄로도 배가 충분히 부를 수 있고, 떡어묵볶음을 추가하면 과식을 하게 된다. 밥에 재료를 아끼지 않는 엄마표 김밥도 3줄은 먹는데, 아콘스톨의 김밥은 한줄이면 충분하다.
김밥 한줄에 떡어묵볶음쯤이야, 충분히 다 먹을 수 있다고 장담했는데 결과는 실패다. 김밥집에서 과식이라니,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소화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포만감이 만땅이다.
엄청난 든든함에 저녁을 건너 뛰는 바람에 원하지도 않은 간헐적 단식을 했다. 디저트로 주인장이 준 사탕을 먹으면서, 참치밥샌드를 먹으러 또 가야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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